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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로 산다는 것
오동명 지음 / 두리미디어 / 2007년 4월
평점 :
절판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이 직접 겪어봐야만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아무리 다른 사람을 이해한다고 해도, 그가 처한 상황을 직접 경험해 보지 않는 한, 그것을 완벽하게 이해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느껴보지 못한 상대의 감정을 대했을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공감 정도가 아닐까 생각한다. 그래서인지 부모의 마음은 부모가 되어 봐야만 그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나도 젊었을 때는 부모의 마음을 이해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부모가 된 지금, 그 당시의 나를 바라보면 부끄럽기 짝이 없다. 부모를 위한다고 생각했지만, 그런 마음 이면에는 부모는 당연히 자식을 위해 산다는 생각이 자리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저 좋은 길만을 이야기해주었던 부모, 너도 커 보면 알게 된다는 말만 되풀이했던 부모, 게다가 자신이 무엇인지 모든 것을 다 주고 싶어했던 부모의 마음을 이제야 비로소 조금씩 깨달을 수 있게 된것 같다. 그리고 나도 부모님과 내 아이에게 같은 말을 되풀이 한다.
하지만 부모로 산다는 것이 비록 어렵고 힘든 일이기는 하지만, 그것은 인간으로 태어나 가장 가치 있고 고귀한 역할이 아닐까?
이 책은 저자가 자신의 부모를 생각하며, 또 자녀들을 생각하면서 쓴 책이다. 그들과의 일상 모습을 숨김없이 책에 담아 독자로 하여금 부모가 무엇인지, 부모가 어떤 생각을 했는지, 그리고 막상 부모가 되어 자신의 부모를 되돌아 보았을 때 어떤 생각을 하게 되는지 알 수 있게 해 준다.
이 책을 보며 가슴 가득히 다가 왔던 이야기는 바로 아이와 함께 일본여행을 계획하는 내용이었다. 아이에게 넓은 외지의 세계를 보고 주고, 저자 자신과 둘만의 시간을 갖기 위해 계획한 일본여행, 그것도 차를 타고 하는 관광이 아니라, 자전거에 위한 여행이라는 무척 재미있을 것 같은 이야기였다.
책을 덮은 순간에도 이 이야기가 기억에 남은 것은, 나도 아이가 대학시험을 마치면 둘이 함께 제주도 도보여행을 가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항상 함께 하고픈 아들, 하지만 시험공부 때문에 밤 늦게 들어오는 아들을 바라보며, 둘만의 시간을 만들고 싶다는 마음에 준비한 여행이다. 특히 차를 타고 관광지를 여행하는 것이 아니라, 제주도를 걸어서 여행하는 것이기에 이야기할 시간은 무궁무진할 것이고, 밤에 서로의 다리를 주물러 주면서 부자간의 따스한 정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용 중에 아이가 학원을 가지 못하게 한 저자의 생각은 조금 이해하기 어렵다. 물론 혼자서 공부하는 것이 좋기는 하겠지만, 고액 과외도 아닌 학원 출입까지 막는다는 건 너무 이상적인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물론 아이가 이야기를 잘해서 3개월 정도 과외공부를 할 수 있게 되었지만.
[부모로 산다는 것]. 이 책에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생활하는 모습이 그대로 담겨져 있다. 자식의 생각을 이해하고자 노력하는 부모의 모습과 자식들에게 좀 더 나은 삶을 전해주고자 하는 부모의 마음, 그리고 자신의 부모를 생각하며 가슴 저려오는 감동까지. 부모가 된 사람들이 봤을 때 너무 일상적인, 그렇기에 전혀 새롭지 않은 내용들이다.
그러나 아직 부모가 되어 보지 못한 사람들은 이 글을 어떻게 바라볼까? 나는 이 책을 통해 그들도 부모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느껴보고, 부모가 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생각해 볼 수 있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