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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를 위한 사랑의 기술 - 감정 코치
존 가트맨 지음, 남은영 감수 / 한국경제신문 / 2007년 4월
평점 :
내 아이를 위한 사랑의 기술
존 가트맨 지음, 남은영 공저 및 감수, 한국경제신문, 2007. 4. 15
지금 고등학교 3학년인 내 아들. 내신이니, 논술이니 하며 매일같이 새벽 1시 넘어 들어온다. 피곤하기도 하겠지만, 정신적 얼마나 많은 스트레스를 받을지 걱정이 된다. 나도 고3 때, 무척 힘들게 하루하루를 보냈으니까.
하지만 우리 아이는 별로 내색을 하지 않는다. 참을 만해서 그런 건지, 힘들지만 겉으로 표현하지 않는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가능하면 부모 앞에서 힘든 내색을 하지 않고 웃는 모습을 보여주려 한다.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무척 고맙다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그 때마다 한편으로는 다른 생각도 하게 된다. 혹시 부모에게 감정 표현을 하는 것이 별로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부모에게 힘들다 고 말해도 돌아오는 말은 너무 뻔한 말이기에 혼자 속으로 삭이고 있는 것은 아닐까 걱정이 된다. 감정표현을 잘 안 한다는 것, 그것은 털어버리면 그만인 짐을 혼자 짊어지고 가는 것이나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부모인 나에게도 그런 표현을 안 한다는 것은 내가 무엇인가 잘못 했다는 말도 되기 때문이다.
인간은 누구나 동일하게 감정을 느낀다. 어른이라고 해서 더하고 어리다고 해서 덜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을 표현하는 것은 들어 줄 대상이 있고, 표현할 수 있는 여건이 되어야만 가능하다.
혹시 내가 아이의 감정 표현을 억제시킨 것은 아닐까?
어릴 적에 어머니는 나를 무척 소중하게 대해주셨다. 내가 필요한 것은 무엇이든지 구해 주려 했고, 조금이라도 슬픈 표정을 지으면 그 이유를 알아내 어떻게든지 해결해 주려고 애를 쓰셨다. 하지만 어머니는 내 감정까지는 만져주지 못한 것 같다. 남편 없이 혼자 사시다 보니, 자식의 세밀한 느낌까지 신경 쓸 겨를은 없었던 것 같다. 내가 힘든 것을 이야기하면 어머니는 항상 같은 말을 하셨다. 어머니가 나를 위해 고생하신다는 말, 그저 잘 될 거라는 말, 신이 도와줄 거라는 말이다.
나는 어머니의 힘든 표정을 항상 곁에서 봐 왔기 때문에, 또 내 고민을 이야기해도 어떤 위로나 해답을 찾을 수 없었기에, 가능하면 내 감정을 표현하려 하지 않았다. 게다가 나 혼자 간직하면 될 것을 구지 겉으로 표현해서 어머니와 동생까지 힘들게 만들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화나고, 짜증나고, 두렵고, 힘들다 는 감정이 억제한다고 되는 것은 아니었다. 그저 딴 생각을 하거나, 음악을 듣거나, 잊어버리려 애쓰면서 하루하루를 보낼 뿐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당시 누군가 내 이야기를 들어 줄 사람이 있었으면 무척 좋았을 것 같다. 속에 있는 말을 다 끄집어 내서 소리를 치던, 울던 겉으로 표현했으면 최소한 이 나이 될 때까지 가슴 속에 응어리진 것은 없었을 것 같다. 그리고 어른이 된 지금, 어린 시절을 되돌아 보며, 자기 연민에 젖어 눈물 흘릴 일도 없었을 것 같다.
나는 이렇게 자랐다. 아니 나 뿐만 아니라, 내 나이 또래의 많은 사람들이 부모에게 속에 있는 말을 하지 못한 채 성인이 되었을 것이다. 해결하지 못한 수 많은 감정들이 가슴 깊은 곳에서 서로 엉켜 정체를 알 수 없는 두려움과 불안으로 숨겨져 있을 것이다. 그리고 재수 좋은 사람은 죽기 전에 그것을 다 풀어 헤치고 웃으면서 눈을 감을 것이고, 변변치 못한 사람은 아마도 신 앞에 가서 그것을 고백하지 않겠는가? 내가 세상에서 이렇게 고생했노라고.
존 가트맨이 쓴 [내 아이를 위한 사랑의 기술]에는 어린 아이의 감정표현이 얼마나 중요한 지 잘 정리되어 있다. 특히 그는 부모의 태도를 세 가지-축소 전환형 부모, 억압형 부모, 방임형 부모-로 나누고, 각 형태의 부모 모습에 따른 문제점을 세세하게 지적한다.
그는 방임형 부모의 문제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어른들로부터 어떤 지침도 받지 못한 아이들은 감정을 조절하는 법을 배우지 못한다. 화가 나거나 슬프거나 또는 언짢을 때 마음을 진정시키는 능력이 부족하게 되고, 마음을 다스리는 새로운 방법을 배우지도 못한다. 결과적으로 이런 아이들은 학교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한다. 사회적 대인관계도 원만하지 못하면서 친구를 사귀고 우정을 유지하는 것을 어려워할지 모른다. 방임형 방식에는 분명 모순이 있다. 방임형 부모는 모든 것을 용납한다는 태도로 자녀에게 행복의 기회라면 모두 제공하려고 한다. 하지만 어려운 감정을 다스리는 법에 대해 아이들에게 어떤 길도 제시하지 못하기 때문에 방임형 부모의 아이들은 결국 억압형 부모와 축소 전환형 부모의 아이들과 똑 같은 입장에 선다. 정서적으로 똑똑하지 못한, 미래에 대한 준비가 부족한 아이가 되는 것이다.”
아이의 감정을 다른 곳으로 돌려 그것을 축소하려 하는 부모나, 아이의 감정을 잘못된 것이라고 가르치며 아이가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게 하는 부모나, 아이 감정을 있는 그대로 다 표현하게 만드는 부모나 결국 아이에게 나쁜 영향을 주기는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아이를 길러야 하는가? 저자의 주장은, 비록 실천하기에는 어렵지만, 무척 간단하다. 우선 부모 스스로가 감정코치가 되어 아이의 “감정은 다 받아주고, 행동은 잘 고쳐주라.”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 핵심 5단계를 이야기한다.
준비단계: 공감과정으로 아이가 느끼는 감정을 공감하는 것이다.
1단계: “아이의 감정을 인식하기” 즉 아이의 감정에 대한 평가를 떠나 어떤 상태인지 분명히 인지하는 단계다.
2단계: “감정적 순간을 친밀감 조성과 교육의 기회로 삼기” 즉 아이의 감정 표현을 귀찮거나 해결해야 할 문젯거리로 보지 말고, 그 순간이 아이와 좀 더 가까워 질 수 있는 단계라고 인식하는 것이다.
3단계: “아이의 감정이 타당함을 인정하고 공감하며 경청하기” 즉 아이가 어리다거나, 쓸데없는 반응을 보인다고 생각하지 말고, 아이의 입장에서 그의 감정을 인정하는 것이다.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상태라는 것을 공감해 주는 단계다.
4단계: ‘아이가 자기감정을 표현하도록 돕기’ 즉 뭐라고 정확히 표현하기 어려운 아이의 감정을 아이와 함께 정의 하는 것이다. 이 단계를 거치면서 아이는 자신 감정의 원인을 분명히 알게 되기에 해답을 보다 쉽게 찾을 수 있다.
5단계: ‘아이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도록 이끌면서 행동에 한계를 정해주기’ 즉 부모의 판단보다는 아이가 자신의 경험 속에서 답을 찾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아이가 답을 찾기 어려워하더라도 부모가 결론을 내리기 보다는 몇 가지의 방법을 제시하고 아이 스스로가 선택하도록 한다. 이 때 중요한 것은 바로 아이가 할 수 있는 일과 해서는 안 될 일을 분명히 알려주는 것이다.
내 아들. 세상의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아이이지만, 자식을 사랑한다는 마음 하나만으로는 부족한 것 같다. 백지와 같은 아이의 마음 속에 무엇이 그려질지는 바로 부모의 뜨거운 가슴과 차가운 머리가 결정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아이의 마음 속에서 일어나는 감정의 파도를 함께 타 보고자 하는 '공감의 마음'이 아닐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