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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결정적 순간 - 그 순간이 없었으면 지금의 나는 없다
안철수.박경철 외 지음 / 이미지박스 / 2007년 3월
평점 :
품절
사람들에게 ‘당신의 인생을 바꾼 결정적 순간은 언제입니까?’라고 물으면 뭐라고 대답할까? 아마도 대부분 과거 어리거나 젊은 시절에는 어려웠고, 많은 문제를 갖고 살아왔지만, 우연히 어떤 계기가 생겨 그로 인해 변화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의 모습이 된 것이다’라고 할 것 같다. 왜냐하면 나 역시도 그렇게 대답할 것 같기 때문이다.
이 책에는 우리가 한번쯤은 들어봄 직한 사람들의 ‘결정적 순간’이 들어 있다. 박경철, 김용택, 최윤희, 김진홍, 안철수, 박원순, 양귀자, 배한성, 정다연 등이 그들이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사람들의 ‘결정적 순간’에 어떤 공식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에서 말한 내용이다. 즉 ‘어린 시절, 가난 속에서 어렵게 어린 시절을 보냈고, 그로 인해 젊은 나이에 좌절했다가, 우연히, 그것도 아주 우연한 기회에 어떤 일을 만나고, 그것이 자신의 적성에 맞거나 흥미를 유발시켜 그 일을 열심히 했고, 그 결과로 지금의 모습이 됐다’는 것이다.
마치 콩쥐나 신데렐라가 계모 때문에 어려움을 겪다가 우연히 두꺼비를 만나고, 착한 마녀를 만나 자신의 실체를 보여줄 수 있는 예쁜 옷이나 구두를 얻게 되고, 이로 인해 왕자님을 만나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다는 전래동화의 플롯을 그대로 따르고 있는 것이다. 자신도 어쩔 수 없는 삶은 불행했고, 스스로가 선택한 삶을 살아가기 시작하자 행복이 다가왔다는 식이다. 어쩌면 그렇기에 이들의 말이 더 실감나게 들리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글을 읽는 동안 나에게 더 와 닿은 것은 비극에서 희극으로 변한 동화 속의 주인공보다는 ‘나에게 결정적 순간이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가만히 생각해 보니까…”라고 말한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그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아마도 이제는 어느 정도 나이를 먹어, 콩쥐나 신데렐라도 왕자를 만난 후 영원히 행복하게 살았을 것 같지 않기 때문이다. 비록 자기의 자존 감과 경제적인 어려움에서는 벗어났겠지만, 그것이 행복의 모든 것은 아닐 것이다.
나는 ‘결정적 순간’을 물으면 뭐라고 대답할까? 두 가지 방식이 있는 것 같다.
하나는 전래동화 방식이다.
어릴 적 아버지가 집을 나가 어머니가 자식 둘을 키웠다. 경제적으로도 어려웠고, 가정적으로도 불행했다. 이런 상황은 어린 시절은 물론이고, 대학교 시절까지도 계속 나를 따라다녔다. 하지만 종교활동을 통해 내 자신을 되찾을 수 있었고, 그 후 무척 열심히 세상을 살았다. 공부를 그토록 하기 싫어했던 내가 장학금을 몇 번이나 받았고, 대학원 시험도 2군데에서 동시에 합격했고, 입사통지서도 3개 회사에서 받았다. 하지만 나는 공부를 선택했다. 그러나 또 다시 시련이 찾아왔다. 그것은 바로 귀가 안 들린다는 것이었다. 어느 날 갑자기 양 쪽 귀의 청각신경이 죽었다. 아무 것도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우연히 학교선배 덕분으로 직장생활을 시작했고, 결혼과 함께 살아 남아야 하겠다는 신념 하나로 지금까지 열심히 살아왔다. 남들보다 더 빨리 진급했고, 더 많은 봉급을 받았다. 바로 학창시절 때 경험한 신에 대한 믿음-내가 이겨낼 수 없는 시련은 주지 않을 것이다-덕분이었다.
또 하나는 일상의 이야기 방식이다
어린 시절 아버지가 집을 나가는 바람에 그리 부유하게 살지는 못했지만, 어머니 덕분에 별 걱정 없이 잘 살았다. 어머니는 항상 아침 4시에 일어나 자식 둘을 위해 기도하고 장사를 하시면서 우리를 키웠다. 단지 그 당시 나를 괴롭혔던 것은 공부가 하기 싫었던 것이다. 어머니를 바라볼 때마다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생각했지만 그것이 뜻대로 안 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럭저럭 대학교를 들어갔다. 그 때까지는 별 꿈이 없었다. 남들이 다 사는 세상, 나라고 특별히 다른 삶이 있겠는가 하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대학교 시절, 우연히 종교활동을 하게 되었고, 그 때 ‘나’란 사람에 대한 자신감을 얻게 되었다. 그것은 몇 년 뒤 비록 귀가 안 들리게 되었지만 나를 열심히 살아갈 수 있게 해 준 하나의 동력이었다. 항상 배우기를 멈추지 않았던 나는 스스로가 내 가치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고, 그 덕분에 지금까지 크게 문제 없이 살아 올 수 있었다. 아마 지금의 내 모습은 어린 시절, 우리 두 형제를 위해 살아 오신 어머니 덕분일 것이다.
어떤 이야기가 더 마음에 와 닿는가? 앞의 이야기는 아버지와 내 귀가 주제이고, 뒤 이야기는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다. 위의 두 이야기 모두 내 이야기이고, 사실적인 이야기다.
초등학교 교사이자 작가인 김용택은 이렇게 말한다. “인생에 결정적인 순간은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결정적인 순간이 자기의 의지이든 아니면 우연이든 자기에게 찾아 온 순간들을 귀하고 소중하게 가꾸는 것은 다 자기할 탓일 것이다. 인생은 억지로 되지 않고, 또 되려고 한 것들이 제대로 이루어지진 않는다.”
왕창이 쓴 [선택이 기회다]에서 이야기하듯이 결정적 순간이란 어떤 특정한 내용이 있기보다는 그것을 자신이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사람은 나름대로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 그것이 어떤 이야기냐에 따라 자신의 행동과 가치판단을 결정한다. 내 이야기가 버림받았다는 플롯이면 세상을 저주할 것이고, 공주의 플롯이면 왕자를 기다릴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는 것은 바로 ‘결정적 순간’이다. 자신의 이야기와 이야기를 연결시켜 주는 것이 바로 이것이기 때문이다.
‘결정적 순간’ 내 삶의 이야기를 이끌어 줄 이것을 한번 생각해 보면 좋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