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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 신드롬 - 세상을 움직이는 1% 리더의 열정과 기질
케이트 루드먼.에디 얼랜슨 지음, 안진환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07년 3월
평점 :
절판
10년도 더 된 이야기다. 직원이 작성한 상품개발기획서를 검토할 때였다. 나는 보고서를 몇 장 뒤적거리다 그 직원(직원의 직급은 과장이었다) 을 불러, 내 앞에 앉혀 놓고, 일장연설을 시작했다.
“자네, 지난 번에 내가 말해 준 목차는 잊었나? 목차는 이렇게 써야 하고, 이 내용은 이런 식으로 정리해야 하고, 이 부분에는 이런 내용이 좀더 들어가야 하고, 그리고 이 문장은 조금 이상하지 않나?”
그 직원은 목을 움츠리며 대답했다.
“예… 예… 예…”
그 직원이 돌아간 다음, 나는 창 밖을 내다보며 한숨 섞인 말로 혼자 중얼거렸다.
“언제까지 내가 유치원 선생을 해야 하는 거지?”
그리곤 일주일 후, 그 직원이 작성하던 보고서를 내가 직접 쓰기 시작했다. 보고 시간이 임박했기 때문이다.
언제였던가? 그 날은 회사의 차기년도 사업운영전략을 수립하기 위해 팀 회의를 하고 있을 때였다. 한 직원이 보고를 했다.
“금년 저희가 한 일은 이러저러한 일이고, 결과는 이렇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그래서 내년에는 이렇게 해야 될 것 같습니다. 주절주절….”
나는 중간에 그 직원의 말을 가로 막았다. 그리고 짜증난 표정으로 말했다.
“자네, 여기 지금 몇 명이 앉아 있는 것 같은가? 20명 곱하기 20분이면 몇 시간인줄 아나? 자네가 말한 요점은 이러저러한 것 아닌가?”
그 직원은 안절부절못하며 그렇다고 대답했다. 나는 그 대답이 떨어지기도 전에 바로 말을 시작했다.
“내가 단 3분만에 끝낼 수 있는 이야기는 왜 20분이나 떠들고 있는 거지? 자네에게 내가 그렇게 한가한 사람으로 보였나? 사업전략이란 단순 명쾌해야지. 자네처럼 손님 앞에 세워놓고 20분을 떠들면 그 사람이 자네 말 끝날 때까지 기다릴 거라고 생각하나?…..”
그리곤 혼자 이렇게 생각했다.
“아! 정말 짜증나네. 얘들이 왜 이렇게 머리가 안 돌아가지? 인사부 놈들은 직원 채용할 때 대체 뭐를 보는 거야!!!”
직장생활하면서 자신이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 퇴근하고 집으로 돌아가면 소중한 아들, 딸이고, 아빠이자 아내인 그들을 단지 직급이 높다는 이유 때문에 몰아 부쳤던 안타까운 내 모습이었다. 왜 그랬을까? 지금 생각하면 너무나도 가슴 아픈 기억들이다.
이 책, 알파신드롬은 회사와 사회를 이끄는 리더형을 알파형 리더라고 하면서, 그것을 이렇게 정의한다.
“알파형 인간은 자신의 사회적, 직업적 환경에서 지배적 역할을 하려는 성향을 지닌 사람,혹은 리더의 자질과 그에 대한 자신감을 지닌 것으로 보이는 사람으로 정의한다. 비즈니스 세계에서 말하는 알파형 인간이란 구체적으로 강력하고 권위적인 특질을 지닌 인간 유형을 가리킨다.”
그리고 이러한 알파형 리더를 네 가지로 분류하고, 개별 리더형마다, 이들이 가진 재능과 강점, 그리고 약점과 그들이 조직에 미치는 악영향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놓았다. 알파형 리더의 종류는 아래와 같다.
“첫째, 알파형 지휘권 유형은 승리에 대한 타오르는 열정으로 책임을 떠 맡고 앞장 서지만 너무 높은 기대치로 인해 좌절과 분노를 맛보기도 한다. 둘째, 알파형 몽상가 유형은 열정은 높지만 꼭 챙겨야 할 세부사항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셋째, 알파형 전략가는 분석의 천재이지만, 본인만이 모든 것을 안다는 태도를 보이는 유형이다. 넷째, 알파형 실천가는 성과 지향적이고, 지나치게 비판적인 유형이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사람들은 만날 때마다 4가지 유형의 리더 이야기를 해 주었다. 그들은 내가 묻기도 전에, 이구동성으로 이런 말을 했다.
“야! 그거 니 이야기네. 더 들을 것도 없이 알파형 전략가! 그리고 실천가! 저자들이 너를 아나 보다. 하하”
그 동안 내 모습이 얼마나 정형적이면, 그들은 몇 마디 듣지도 않고 바로 이런 반응을 보였을까. 아마도 그들은 자기 밖에 모르고, 남과는 타협하지 않으려는 독불장군과 같은, 나는 옳고 너는 틀렸다는 자기중심적 가치판단을 했던 내 모습을 분명히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 순간, 직원들이 생각났다. 나를 단순히 아는 사람도 이 정도라면, 나와 함께 일했던 직원들은 얼마나 힘들게 하루하루를 지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알파형 리더는 사회를 위해, 기업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존재다. 그들은 남이 보지 못하는 미래를 볼 수 있고, 그 모습을 지휘와 관리, 실천을 통해 현실로 만들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다. 그러나 이들이 가진 단점, 즉 동전의 이면에 있는 문제점,은 그가 속한 사회와 기업, 가정 자체를 무척 힘들게 만들 수도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필요악일수도 있는 알파형 리더들을 세밀히 정의하고 분석함으로써, 세 가지 목적을 달성하기를 원한 것 같다 (자신을 알리자는 목적이외에도)
첫째, 알파형 리더 스스로가 자신의 모습 보다 긍정적으로 바꿔 나가기를 기대한 것 같다.
둘째, 알파형 리더와 함께 일하는 사람이 어떻게 그들에게 적응할 수 있는지의 방법을 알려주려고 한 것 같다
셋째, 세상의 모든 사람들은 나름대로의 가치를 지닌 사람들이라는 것을 알려 주려고 한 것 같다.
그리고 이와 같은 저자의 의도가 최소한 나에게는 제대로 적용된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며, 지난 날의 내 모습을 제 3자의 입장에서 되돌아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보다 더욱 소중한 것은 내가 가진 리더십을 통해 무엇인가 사회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점이다. 저자가 말한 대로 ‘타인에 대한 배려, 그들에 대한 관심, 경청, 그리고 감사의 마음’을 항상 간직할 수만 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