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희망을 찾아서 7
알렉스 로비라 셀마 지음, 송병선 옮김 / 21세기북스 / 2006년 11월
평점 :
절판
“오래 전에 아주 오래 전에 사람들은 꿈을 현실로 만드는 비밀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그 방법을 남용했기 때문에, 현자들이 나서서 그 비밀을 정말로 그것을 알 자격이 있는 사람들만이 이를 수 있는 장소에 숨기기로 결정했다. 인류 최대의 가치일지도 모르는 그 보물은 어디에 숨겨져 있을까?”
이 책의 ‘들어가는 말’에 나와 있는 내용으로, 저자가 전달하고자 하는 핵심질문이기도 이다. 그 대답은 무엇일까? 늙은 현자가 이렇게 말한다.
“이 아름다운 세상에 살게 될 남자와 여자의 마음 속에 그것을 숨깁시다. 각자의 마음 속에 이 특별한 보물을 보관해야 합니다. (중략) 최고의 보물과 최대의 힘은 자기 마음에 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는 사람들에게만 이 보물을 손에 쥘 가격을 주어야 합니다.”
바로 우리 마음 속에 우리가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실현시킬 수 있는 고귀한 보물이 들어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은 어둠의 제왕인 ‘눌’과 이에 대항하는 알보르 왕국간의 전쟁 이야기이다. 단, 칼을 들고 싸우는 전투 소설이 아니라, 반지의 제왕과 같이 악을 물리칠 수 있는 ‘알보르 검’을 찾아 가는 한 청년기사의 모험담이다.
나는 책 첫 장부터 젊은 기사의 뒤를 따라 알보르 검을 찾는 여행을 떠났다. 젊은 기사 앞에 위험이 닥칠 때마다, 그가 그것을 헤쳐나갈 때마다, 나는 마치 내가 젊은 기사가 된듯한 느낌 속에서 한 장 한 장 책장을 넘겼다. 젊은 기사가 알보르 검을 어떻게 찾을 지 궁금했고, 저자가 어떤 내용을 통해 꿈을 현실로 만들 수 있는 삶의 비밀을 알려 줄 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젊은 기사가 넘어야 했던 어려움-용과의 싸움, 마녀의 유혹, 혹독한 추위, 황금옥좌에 대한 호기심, 무한의 탑, 심연의 골짜기-속에서, 잊혀지지 않는 이야기 두 개가 있다.
하나는 거대한 용과의 싸움 장면이다. 인간으로서는 도저히 이길 수 없는 무서운 용. 그 용은 그가 두려워 뒤로 물러날수록 더욱 커지고, 난폭해졌다. 어쩔 수 없이 한발한발 뒤로 물러설 수 밖에 없었던 젊은 기사. 더 이상 도망갈 수 없는 상황에서 그는 용의 실체를 알게 된다. 바로 젊은 기사의 두려움이 현실로 나타난 것이었다.
두려워하면 두려워할수록 점점 더 강해지고 난폭해 지는 용을 바라보며, 나는 내 자신의 두려움을 생각해 봤다. 두렵다고 생각할수록 더욱 막막하게 다가오는 현실. 그 속에서 도망치려 발버둥칠수록 커져 만 가는 두려움. 어쩌면 나도 내가 만든 용을 바라보며 두려워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백색마법사-젊은 기사를 도와주는 부엉이-는 이렇게 말한다.
“두려움을 이기려고 하지 말고 두려움이 말하는 바에 귀를 기울여라. 두려움을 설득하면 네 마음 깊은 곳에 간직한 열망이 무엇인지 알게 될 것이다.”
젊은 기사는 두려움을 인정하고 그것을 직시함으로써 이길 수 있었다. 그것이 바로 자신을 성장하게 하는 기회라는 것을 깨달고 용을 바라보았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무한의 탑 이야기이다. 그 탑은 비록 난쟁이들이 만든 탑이지만, 끝이 보이지 않는 거대한 탑이었다. 탑의 꼭대기까지 올라가야 하는 젊은 기사. 처음에는 자신만만하게 계단을 따라 올라갔다. 하지만 어느 정도 올라가자 힘이 부치기 시작했다. 젊은 기사에게 더욱 괴로웠던 것은 그가 힘들어 할수록, 마음이 조급해 질수록 계단의 높이는 점점 더 높아져 간다는 것이다. 끝없는 계단 한 가운데에서 절망한 젊은 기사. 올라갈 수도 내려갈 수도 없는 상황 속에 처한 안타까운 그의 모습. 그 모습에서 나는 내 자신을 보는 듯했다.
직장을 그만 둔지 8개월. 그 동안 나는 내가 생각했던 삶을 위해 한 계단씩 올라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끝이 보이지 않은 목적지. 나는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내가 과연 계단 끝에 도달할 수 있을까? 이렇게 끝도 없는 계단을 한 세월 올라가다 중간에 지쳐 쓰러지는 것은 아닐까? 내가 지금 쓸데없는 일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루에도 몇 번씩 나를 뒤흔드는 생각이 나를 괴롭혔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젊은 기사 깨달은 ‘계단을 오르는 법’을 보며 내 문제에 대한 해답도 찾은 듯했다. 이야기는 이렇게 나온다.
“그는 무한의 탑으로 올라가는 길의 의미를 마침내 깨닫게 된 것 같았습니다. 이제 한 층 한 층의 계단이 모두 다음 순간의 목표가 되었습니다. 탑 꼭대기가 아니라 각각의 계단이 모두 그의 목표가 되었고,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과정이 되었습니다.”
끝이 보이지 않는 계단. 그곳을 통과하는 유일한 방법은 목적지를 생각하지 말고, 한 계단 한 계단을 목표로 생각하며 걸어나가는 것이다. 나는 내 앞에 놓인 계단을 걸어올라 갈 힘을 얻을 수 있었다.
이 책을 읽고 난 후, 누군가 나에게 책이 어떠냐고 물으면 이렇게 대답할 것 같다.
반지의 제왕 축소판과 같은 이야기이다.
판타지소설이 이런 거구나 하는 느낌을 주는 책이다.
책을 읽다 보면 무척 재미있어 금방 다 읽어 버리게 된다.
스토리가 무척 탄탄해서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다음 장의 내용이 기다려 진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기억에 남는 이 책의 장점은, 저자의 메시지들이 자연스럽게 이야기 속에 녹아 들어가 있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