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 비타 악티바 : 개념사 1
최현 지음 / 책세상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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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의 역사와 개괄을 한 눈에 익히는 데 도움이 된다. 집단인지적 시민권, 다문화 시민권은 뜻하지 않게 발견한 내용들. 논지를 세우는 데 좋은 재료가 될 원석.

 '정체성의 정치' 활자들에서 쉽게 눈을 떼지 못했다. 우리가 걷고 있는 이 길,이게 바로  정체성의 정치가 아닐까.캐나다 정치철학자 윌 킴릭카의 주장은 흥미로움을 넘어 숭고하기까지 하다.

'시민권은 자치권과 집단 대표권, 다문화권, 차별보상권이라는 세 가지 권리로 소수 종족을 보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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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의 문장들 청춘의 문장들
김연수 지음 / 마음산책 / 200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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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어제는 시험 탓에, 오히려 강탈당한 시간을 다시 되찾은 것만 같은 충일함이 가슴으로 차올랐다. 낙엽 밟는 소리를 좋아했던 시인이 마로니에 공원 저 끝에서 저벅저벅 걸어올 것 같기도 했다.
바람이 휘휘 돌아나가는 골목길, 목적지도 없이 걷다가 뜻하지 않게 작은 서점에 들렀다. 간판과 좌표를 새겨두지 않은 게 후회된다. 


김광석 류의 그렁그렁한 목소리가 반지하 서점에 울려퍼지는 데, 주인은 까닥 '안녕하세요'인사하고는 금새 자기 일에 몰두한다. 인문사회학 서적으로 뒤덮인 책장에서 용케 김연수의 <청춘의 문장들>을 발견해냈다.  

시험이 계속 미뤄져 3시간여가 주어진 상황.지루하지 않게 몰입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이보다 제 격인 책이 또 있을까.
 

자신을, 마음 한 중앙이 뻥 뚫린 도넛,으로 표현한 재치가 곰살맞다. 즉석 떡볶이가 졸아드는 모습을 기억하면서, 시간 시간 변해가는 인간에 대한 연민을 글로 옮겨가는 소설가. 만나보지 못했지만, 만나면 오래전부터 알고 지냈던 것처럼 편안할 것만 같다. 

 손님이라고는 나 밖에 없는 서점에서 스피커로 울려나오는 갖가지 투쟁적인 노래를 들으며, 주인이 손수 깎아 만든 듯한 탁자에 앉아 오도커니 책을 읽는 즐거움.

어제 같은 감성이면, 소설도 단숨에 썼을 것. 시어를 읽으며, 눈물을 훔치며, 청춘의 문장을 옮겨가는 소설가와 데이트하듯 조우한 시간...김연수, 잊지 못할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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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유순옥 옮김 / 글로북스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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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산하고 예측하며 사는 삶이 아니라, 사랑이라는 기적으로 살아가는 삶. 톨스토이의 영성에 다시 한번 감탄했다. 

새벽, 느닷없는 모기 덕분에 잠이 달아나서 뜻하지 않은 독서를 시작했다. 모기에게 감사해야할까 보다. 


사람에겐 얼마만큼의 땅이 필요한가..마귀는 결국 욕심을 건드린다. 내게 전혀 필요없고, 관심 갖지 않는 것으로는 절대 유혹하지 않는다. 아니, 못한다. 바흠이 되지 않기를 기도. 

까맣게 흔들리던 그 눈동자들은, 그 때, 내게 물었었다. 너는 정말 누구냐고. 거추장스러운 치장과 덧없는 꾸밈이 통하지 않는 순수함 앞에서 결국 인격으로 설 수 밖에 없음을 깨달았을 때,
나는 숨고 싶을만큼 부끄러워졌다. 


이반은, 그들을 꼭 닮았다. 허세에 놀라는 대신 진실을 물었고, 탄성을 지르는 대신 조용히 웃었던 분들. 미련을 연모하고, 바보를 우러르며 살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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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쟈의 인문학 서재 - 곁다리 인문학자 로쟈의 저공비행
이현우 지음 / 산책자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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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세적인 듯 하면서도  가끔은 희망을 이야기하고, 까탈스럽고 소심한 것 같지만, 일면 대범한 면도 있고, 유약한 목소리를 지녔지만, 대담한 눈매를 가졌으며 날카로우면서도 쫀쫀한, 그러므로 쉽게 공감하지는 못하지만, 그렇기에 더더욱  돌아설 수 없도록 만드는, 그런 사람과 그런 글..정말 간만에 제대로 만난 것 같다. 
 

신앙에 대해서 냉소적인 것, 그리고 학부 때 법학을 듣지 않고 오로지 인문학에 매진해왔다는 투의 선비식 성결주의는 약간 눈에 거슬리지만.

 콘찰로프스키의 대담을 읽고 한 방 먹은 기분이 들었다. <러시아인에게 자유란 무엇인가><왜 자유가 곧 전진이라고 생각하는 거죠> 한번도 꿈꿔보지 못한 자유가 과연 진보일 수 있는가,는 지금껏 누군가에게도 들어보지 못한 문제 제기. 사유와 자족의 한계를 뛰어넘는 자유, 그것이 과연 무슨 의미가 될 수 있는가, 와 차르와 스탈린 서기장이 결국은 자리를 바꿨을 뿐,이라는 자조. 나로드의 자유와 인텔리겐치아, 부르주아의 자유가 다르다는 것. 저자도 한 수 배웠다고 했는데, 나는 한 수가 아니라 몇 수를  배웠다. 그의 지적은 문제가 꼬일 수록 두고 두고 생각해 볼 질의다. 


김기덕의 영화는 제대로 본 것이 하나도 없는데, 글을 읽고 나니, 한 번 보고 싶어졌다. 또 지젝에 대해서도 새로운 관심이 생겼다. 몇 개의 편린만으로는 그를 그려내기가 쉽지 않은 까닭.
그렇더라도 레닌을 다시 반복해야한다는 주장은 신선하다. 레닌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사회주의의 몰락으로 더 이상 자유민주주의(자본주의) 이외에는 아무것도 생각해보지 않는 그 사고 금지의 틀을 깨보는 레닌으로서의 레닌을 다시 반복하자는 제안.

 

번역 오역에 대한 신랄한 주장과 함께 등장한 릴케의 <두이노의 비가> 부분은 저자를 직접 만난다면, 천사가 안으면 바스러질 인간일지라도 그 분에게 안기면 살아날 수 있다는 귀뜸을 해주고 싶은 생각마저 들었다.

 
이 놀랍도록 명철한 저자는 명석한 두뇌의 소유자답게 분석하고 분해되어 명징하게 뇌리로 이해되지 않으면 쉽게용인하지 못하는 완고함이 느껴진다. 그 완고함이 저자에 대한존경과 감탄을 불러일으키기도 하지만, 더 깊고 넓은 사유 그 이상으로 나아갈 때 저항의 단도리가 될까 우려가 되기도 한다. 해맑게 심연으로 첨벙 빠져들지 못하는 고수 중의 하수처럼 느껴진다고 할까. 

 
여튼, 집요한 글 중 이해되지 않는 문장들은 번역의 오역보다 뛰어넘기에 힘들었다. 그것은 전적으로 내 옅은 스키마 때문이지만. 앞으로도 치열한 작업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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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의 숲에서 경영을 만나다 2 정진홍의 인문경영 시리즈 2
정진홍 지음 / 21세기북스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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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안에서 늘어진 테이프처럼 5시간이 주어졌다. 길게 늘어선 차량들, 그 무엇도 비집고 들어올 수 없는 이 절제된 시공간. 할 수 있는 일이 없어 마지못해 책을 읽게 된 행운을 무엇에 견줄 수
있을까.

백과사전식 나열이라서 기억으로 착착 내리 앉지 않는 것과 기획 당시 기본 골격이 경영인을 대상으로 착안된 까닭인지, 승리, 경쟁 등에 지나치게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게  흠이지만 몇 가지 뜻하지 않은 성과도  건져올렸다.  


<전쟁의 기술>과 <생각의 탄생>의 개괄을 읽게 된 것. 가방에 들어가지 않아 이동 시간에
읽을 수 없어 안타까웠는데, 엉뚱한 곳에서 훑게 되었다. 

 생각의 탄생 과정은 기억해두면 좋을 것 같다. 관찰-형상화-추상화-패턴인식-패턴형성-패턴과 패턴 사이의 유추-몸으로 생각하기-모형만들기-감정이입-차원적 사고-놀이-변형-통합
 

경영 분야가 아니라  인문의 대강의 얼개를 그린 지도같은 책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필자가 후에 혹시 이런 의도로 책을 쓸 수 있다면, 각 분야를 좀 더 세분화하고 관련 분야끼리 통합해서 배치하면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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