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의 문장들 청춘의 문장들
김연수 지음 / 마음산책 / 2004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어제는 시험 탓에, 오히려 강탈당한 시간을 다시 되찾은 것만 같은 충일함이 가슴으로 차올랐다. 낙엽 밟는 소리를 좋아했던 시인이 마로니에 공원 저 끝에서 저벅저벅 걸어올 것 같기도 했다.
바람이 휘휘 돌아나가는 골목길, 목적지도 없이 걷다가 뜻하지 않게 작은 서점에 들렀다. 간판과 좌표를 새겨두지 않은 게 후회된다. 


김광석 류의 그렁그렁한 목소리가 반지하 서점에 울려퍼지는 데, 주인은 까닥 '안녕하세요'인사하고는 금새 자기 일에 몰두한다. 인문사회학 서적으로 뒤덮인 책장에서 용케 김연수의 <청춘의 문장들>을 발견해냈다.  

시험이 계속 미뤄져 3시간여가 주어진 상황.지루하지 않게 몰입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이보다 제 격인 책이 또 있을까.
 

자신을, 마음 한 중앙이 뻥 뚫린 도넛,으로 표현한 재치가 곰살맞다. 즉석 떡볶이가 졸아드는 모습을 기억하면서, 시간 시간 변해가는 인간에 대한 연민을 글로 옮겨가는 소설가. 만나보지 못했지만, 만나면 오래전부터 알고 지냈던 것처럼 편안할 것만 같다. 

 손님이라고는 나 밖에 없는 서점에서 스피커로 울려나오는 갖가지 투쟁적인 노래를 들으며, 주인이 손수 깎아 만든 듯한 탁자에 앉아 오도커니 책을 읽는 즐거움.

어제 같은 감성이면, 소설도 단숨에 썼을 것. 시어를 읽으며, 눈물을 훔치며, 청춘의 문장을 옮겨가는 소설가와 데이트하듯 조우한 시간...김연수, 잊지 못할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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