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의 노래 - 칼의 노래 100만부 기념 사은본
김훈 지음 / 생각의나무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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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프지만 눈물이 나지 않는다. 기쁘지만 웃음짓지 못한다. 현재의 삶과 역사의 생을 가르는 양날의 시공 속에서, 너는, 무엇으로 살 것인가, 소설가는 늘 도망칠 수 없는 협소한 구석으로 몰아댄다.


몸이 살아질 때, 안에서 튕기고 밖으로 울려나와 주인 없는 땅에서 주인된 왕들을 위로하는 소리들. 가둘 수 없는 자유,  가야의 12소리는 주인된 왕들을 살라내고, 병기로 다스려진 땅들을 거슬러 올라, 오늘에도 살아있다. 
 

꿈틀거리는 몸들을 만나 다부지게 우뚝이며 휘돌아나가는 소리들...병든 왕들이 쇳물과 더불어 죽고, 도망친 아라가 끝내 붙잡혀 산 채로 묻혀 죽고, 허연 허벅지를 뱀에 물린 비화가 죽고, 병기를 만들다 병기에 휘둘려 야로가 죽고, 가야를 쳐내고 이부자리에서 이사부가 죽고, 가야금을
신라로 보내고 우륵이 죽고..산 자들의 몸을 관통하여, 죽은 자들의 몸을 뛰어넘어..소리가 된 소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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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관계심리학 살림지식총서 279
권수영 지음 / 살림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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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와 관계의 재정립을 통해 분화와 독립, 조화와 자율을 어떻게 모색할런지 제시한 부분이 흥미롭다. 전문인 윤리와 경계 문제를 읽고 보니, 수업에 있어서 내가 주장한 전문성이 아이들의
경계를 침범한 적은 없었는지 뜨끔해진다. 


교육권과 학습권의 균형점..2학기에는 '따로 또 같이'를 일궈낼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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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샤오핑 - 개혁개방의 총설계사 살림지식총서 302
박형기 지음 / 살림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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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이 아니라 권위로 통치하다> 작자의 표현만큼 적확한 평가는 없을 것 같다. 중국의 미래를 설계하고 사회주의 정치와 자본주의 경제의 밑그림을 그려낸 철의 리더. 활자가 심장을 맥박질해 몰려오던 잠이 멈춰섰다. 
 

'개혁개방 정책을 수행할 때 우리가 우려해야 할 것은 다급함이 아니라 주저함이다' '냉정히 관찰하고 침착하게 대응하며 자신을 확고히 하고, 재능을 감추고 때를 기다려야 하며, 능력을 발휘해 성과를 이룩해야 한다(덩의 20자 방침)''당은 사상해방, 실사구시로 일치단결하여 전진하자'

 
정치에서는 주도면밀한 계획과 철두철미한 집행력을 보였는데, 가정사는 오히려 소박하고, 소소해서 인간미를 더한다. '내가 바라는 것은 우리 나라를 위해 당연히 해야 할 일을 다 한 뒤 일반인이 되어 집에서 가정의 즐거움을 만끽하는 천륜지복을 누리는 것이다. 당 중앙이 나의
은퇴를 허락해 주기 바란다'
 

산책, 체조, 수영을 통해 철저하게 자기 관리를 하고, 실각 당시 이혼장을 보내온 아내의 아들을 끝까지 돌봤으며, 저작권료 전액을 교육사업에 기부하고 기념관, 동상 건립을 금지한 대신 나무를 많이 심으라고 강조했으며, 각막과 장기를 기증하고, 시신을 해부 연구용으로 내놓은 후 화장을 택했던 덩 샤오핑.

흑묘백묘론, 소강론, 일국양제론..평생을 통해 기관차처럼 질주했으면서도 결코 매연에 물들지 않았다. 정치가 예술일 수 있는 이유를, 덩 샤오핑의 삶이 보여준 것 같다. 권력이 때로는 가장 효율적인 혁명의 방법 이 될 수 있다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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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30분 - 인생 승리의 공부법 55
후루이치 유키오 지음, 이진원 옮김 / 이레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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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머리가 벌써 하얗게 샜다. 염색하는 짬에 가볍게 읽었다. 하루 TV를 2시간 안 보면, 평생 8년의 시간을 아낄 수 있단다. 조금씩 시간을 내 공부하고, 틈새를 공략해서 시간관리를 철저히 한 필자는  일본에서는 꽤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킨 모양이다.  

30분씩 공부하고 미래를 준비하지 않으면, 머지 않아 혀 끌끌 차며 바라보는 회사의  중역-필자의 표현대로라면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이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현재 받고 있는 연봉의 1.5배
를 노동시간으로 나누면 자신이 시간당 생산해야할 부의 가치가 나오는 데, 이 금액보다 많은 이익을 생산하지 못하면 구조조정 대상이 되어도 할 말이 없다는 게 그의 생각. 

30분을 어떻게 짜내고, 관리해야하는지, 수면 패턴과 식습관, 심지어는 어떤 이어폰을 끼고, 어느 회사 의자를 사용하는 게 좋은지까지 경험담을 옮겼는데, 일본인 특유의 실용성과 섬세함을 그대로 담아낸 것 같아, 내용에 대한 감탄보다 기술 그 자체에 놀랐다. 


공부 안 될 때 읽어보면, 자극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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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림보 마음 - 시인 문태준 첫 산문집
문태준 지음 / 마음의숲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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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서핑을 하다가, 때마침 문태준 시인의 첫 산문집이라기에 주저없이 구입했다. 40대에 이토록 담백하고 정감어린 문체로 일상을 묘사할 수 있는 시인의 재능이, 아니 인격이  다시 부러워졌다.  

평생을 농군으로 사신 아버지와 어머니에게서 배운 대로 시인의 마음은 정갈하고, 꾸밈이 없다.
햇배를 사서 졸망이며 걸어가는 모습, 허기진 아이에게  밥상을 차려주며 눈물짓는 뒷태, 느리게 오그라드는 거북이 목을 바라보며 무심을 상기하는 눈매, 청보리밭 푸른 허리를 남몰래 껴안고 싶어하는 맑은 마음..시인은 문장으로 스스로를 천연덕스럽게 그려낸다. 

숲의 호흡으로 다독이는 언어들이 여름 휴가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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