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에 <작은 집을 권하다>를 다 읽고 나서 박해천 교수의 <아파트 게임>을 읽었다.
내용상 사회학 책에 가깝지만 스토리텔링이 가미된 '비평적 픽션' 기법으로 쓰여져 소설 읽듯 책장이 술술 넘어갔다.
내 식대로 줄여보자면,
근 30여년간 아파트를 중심으로 펼쳐진 코리안드림은 이제 끝났고
여태 자신을 중산층이라 생각했던 이들은 이제 다음과 같이 나뉜다.
첫째, 운 좋게도 난해한 수학 문제를 풀어 상류층으로 올라가 이젠 자식들을 위해 열심히 사다리를 치우고 있는 이들
둘째, 뒤늦게 수학 문제에 손을 댔지만 능력이 부족하거나 운이 따라주지 못해 망해버린 하우스푸어들
셋째, 바보 같을 정도로 착실하게 산수만 풀었던 관계로
(잘 된 경우라 해도) 은행과 건물주, 프랜차이저에 예속된 자영업자가 된 은퇴한 베이비부머들
+ 두번째 세번째 케이스는 겹쳐지는 경우가 많다.
+ 수학 문제를 푼다는 건 부동산이나 주식처럼 자산(물론 부채를 레버리지 삼은 경우도 포함)으로 자산을 불려나간다는 것인데 이 땐 도박처럼 '운'이 따라줘야 가능하다. 산수만 풀었다는 건 투자(실상은 투기)에는 손대지 않고 예적금, 청약통장 같은 저축에만 의지했다는 것.
결론적으로 이제 '중산층'은 사어가 되었고,
현재의 청춘들은 사다리를 타고 올라갈 수 있단 일말의 희망마저 박탈당한 채 '큐브'라는 방의 세계를 전전하고 있다는 것.
그래서 뭐 어쩌라고…?
책에선 어떠어떠해야 한다는 당위를 주장하지 않고 한동안 지속될 디스토피아를 묘사해놓았을 뿐이다.
읽고 나서 기분이 착잡해졌지만 그 전에 읽었던 <작은 집을 권하다> 때문인지 우울함은 오래가지 않았다.
제이 셰퍼의 작은 집을 보고 있으면, 남들 다(?) 갖고 있는 아파트 없는 게 뭐 어때서? 싶다.
(태미 스트로벨의 <행복의 가격>에도 셰퍼의 타이니 하우스가 등장한다)
---> rowdykittens.com
Jay Shafer's Tumbleweed Tiny House Company
http://www.tumbleweedhouses.com
http://www.pinterest.com/tumbleweedco
내 생각에…,
개인적 차원의 전략을 생각해보자면, 심플라이프+미니멀리즘 밖에 없는 것 같다.
궁상맞은 내핍이 아닌 우아하게 가난해지는 법을 체득하기
다만, 사르트르가 카뮈를 비판했듯이 '빈곤의 바닥에서 사치를 발견하려면,
안락하지는 않아도 적어도 교양이라는 계량할 수 없는 공평치 못한 부가 필요한' 법이다.
휴…, 사회적 차원의 해결책은 똑똑한 양반들이 생각해내겠지…
지난 주말은 집안대소사로 분주했는데 짬짬이 남편과 책 읽고 난 감상을 나누었다.
(첫 수능세대인 75년생과 IMF 학번인 78년생인 우리 커플은 그래도 또래 중엔 그럭저럭 잘 풀린 케이스더군;;)
그리고 어젯밤 <인류, 우리 모두의 이야기> 11편 보고 나서 화제의 EBS 다큐프라임 5부작 <자본주의> 1, 2부를 봤다.
1부는 꽤 재미있었는데 2부 '소비는 감정이다'는 이런저런 심리학 실험 보여준다고 시간 끄는 게 지루해 죽는 줄 알았다.
'자존감이 없으면 소비의 유혹에 빠지기 쉽다'는 그 말 한 마디면 되는 건데 뭔 잡설이 그리도 긴지;;
물론 둘 다 쇼핑을 워낙에 싫어하고, 그나마 책과 문구류, 차와 다구에 용돈을 탕진하던 나도 결혼 후엔 잠잠해져서
우리와 별 상관없는 내용이었던 탓에 그렇게 느낀 부분도 없진 않다.
그래도 나중에 아이 키울 거 생각하면 한 번 봐 둔 게 나쁘지 않다 싶다.
또봇 사 달라고 눈물 콧물 범벅이 되어 애원하고, 코코몽이랑 놀고 싶다고 길바닥에 드러눕는 아이들…
우리에게도 그런 시련(?)이 머지않아 닥칠 테니까 ㅎㅎㅎ
내친 김에 <우리 아이들은 어떻게 소비자로 키워지는가!> 를 대출해왔다.
문득 요새 책 읽는 흐름이 어쩐지 내가 가진 신념을 재확인시켜주는 것에 불과하단 생각이 들었다.
<우리 아이들은 어떻게 소비자로 키워지는가!>를 끝으로 잠시 쉬면서
나의 내부에 얼어붙은 바다를 깰 수 있는 도끼 같은 책을 찾아봐야겠다.
오랜만에 시집이나 읽어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