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것도 쓸 수 없을 거야' 저주의 목소리를 듣는 소설가, 그가 대불호텔에 들어섭니다. 단편소설 「음복飮福」으로 2020 젊은작가상 대상을 수상한 강화길 작가가 여름에 잘 어울리는 소설로 돌아왔습니다. '음복'의 프리퀄이라 할 수 있는 '한국형 여성 스릴러 소설'입니다. 강화길 작가에게 질문했습니다. | 질문 : 알라딘 도서팀 김효선









Q. 프롤로그의 첫 문장이 ‘그러나’로 시작합니다. 첫 문장부터 이미 이 이야기가 편하지 않다고 느꼈어요. 이 소설의 첫 문장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A. “그러나”는 프롤로그 앞, “이것은 소설이다. 소설에 불과하다”라는 문장을 잇는 접속사입니다. 현실과 소설의 경계는 늘 모호하다고 생각합니다. 동시에 분명하다고 생각하기도 하고요. 소설에 불과하지만, 현실에서 느끼는 공포와 분노, 악의에 대한 두려움 같은 감정이 생생하게 드러난 이야기를 쓰고 싶었습니다. 접속사는 그 경계를 잇는 가장 효과적인 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성공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Q. 인천에 실존한 호텔 ‘대불호텔’의 서사성이 이 소설의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이렇듯 ’참 소설적인 장소다’ 떠올리게 되는 공간이 있다면, 당분간 여행이 어려운 독자들을 위해 소개해주실 수 있을까요.


A. 사실 제가 이곳저곳을 많이 돌아다니는 사람이 아니라서요. 추천드릴 만한 곳이 마땅히 생각나지 않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식물원을 좋아하게 되었어요. 이 소설의 초고를 마무리하고 식물원에 간 적이 있는데, 여러 종류의 식물들이 가득한 공간을 천천히 걸으며 안정감을 느꼈습니다. 그 순간의 감정에 대해 언젠가 소설로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Q. 전작『화이트 호스』에서도 ‘글을 쓰는 여성’에 대한 이야기가 테마 중 하나로 등장합니다. ‘글을 쓰는 것을 두려워하는’ 소설가가 그럼에도 왜 소설을 쓸 수밖에 없는지, 「니꼴라 유치원」과 「다른 사람」을 쓴 작가이기도 한, 소설가 강화길 작가께 여쭙고 싶습니다.


A. 답을 알고 있다면, 아마 계속 쓰지 않을 것 같습니다. 저는 모르는 사람이기 때문에, 늦게 아는 사람이기 때문에 계속 쓰는 것 같아요. 이 소설의 화자처럼 좌충우돌하고 항상 고민하고, 망설이는 사람이기 때문에 쓰는 일에 매진하는 것 같습니다. 소설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어떤 실체를 조금이나마 느껴보고 싶으니까요. 어떤 답을 알고 있다면, 알고 있다는 사실 때문에 오히려 쓸 수 없을 것 같습니다. 




Q. 소설가 '나'가 듣는 악의에 찬 목소리. “아무것도 쓸 수 없을 거야”(1부 54쪽), 혹은 “겨우 그 정도 가지고 잘난 척하지 마라”(1부 25쪽) 같은 목소리는 꼭 ‘글을 쓰는 여자’만 듣는 목소리는 아닐 듯합니다. 이 ‘목소리’들을 발견한 순간에 대해 여쭙고 싶습니다.


A. 저는 문장들을 발견하는 사람은 아닙니다. 언제나 쓰고, 고치고를 반복합니다. 그 문장들은 화자에게 가장 공포를 줄 수 있는 상황에 대해 상상하다가 쓰게 되었습니다. 공포를 부여할 목소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그녀만 듣는 목소리가 아닐 거라는 말씀이 마음에 깊이 남네요. 정말로 무서운 말인 것 같습니다. 부디 많은 분들이 이런 말에 휩싸이지 않는 삶을 살아갈 수 있다면 좋겠어요.




Q. 라푼젤, 신데렐라, 백설공주를 거쳐 셜리 잭슨, 에밀리 브론테 같은 이름들로 이야기가 나아갑니다. 이 소설을 읽으며 이야기 속 여성, 혹은 이야기를 창조한 여성의 이야기가 궁금해졌습니다. 『대불호텔의 유령』과 함께 읽으면 좋을 작가를 추천해주실 수 있을까요.


A. 록산 게이의 『헝거』에 대해 말씀드리고 싶어요. 이 소설과 어울리는 작품은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헝거』를 읽으며 깊이 공감했고, 여성으로서 느끼는 공포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이 책이 픽션이 아니라는 점이 어쩌면 추천의 가장 큰 이유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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