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젊은 소설가의 첫 소설집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은 20만 독자의 선택을 받았습니다. 그의 등장 이후 SF를 새로이 접한 사람들도 적지 않습니다. 2021년의 아이콘, 김초엽 작가가 새 장편소설 <지구 끝의 온실>로 다시 독자를 만납니다. 작품에 대한 간단한 인터뷰를 청했습니다. | 질문 : 알라딘 도서팀 김효선












독보적인 첫 작품집 <우.빛.속> 이후 소설로는 오랜만에 독자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소설로 다시 인사드리는 기분에 대해 여쭙고 싶습니다.


오랜만의 소설책이니 긴장도 되고, 한편으로는 그동안 응원하고 기다려주신 독자님들께 감사한 마음이 커요. <지구 끝의 온실>은 선공개를 했던 터라 그때부터 정식 출간을 기다려주신 분들도 계시거든요. 생각보다 다듬는 데에 시간이 오래 걸려서 좀 늦게 나오게 되었어요. 저는 이 소설을 쓰며 힘든 동시에 또 즐겁고 행복했는데, 그런 여러 감정들이 독자님들께도 잘 전달되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좋은 이야기를 오랫동안 보여드리고 싶은데 이번 책은 이미 나와버렸고, 어떻게 읽으실지는 독자님들의 몫이니... 저는 이제 내려놓고, 또 다음 작품을 열심히 구상해야 할 것 같아요.




'더스트 시대'는 소설에서 자주 접하는 디스토피아적인 풍경입니다. 그렇지만 이 '멸망' 이후의 재건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는 점에서 '김초엽의 소설을 읽고 있구나'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저 우주에 무엇이 있을지 모르면서 우주선을 타는 할머니 과학자를 떠올리게 되었어요.


<지구 끝의 온실>을 처음 구상하고 초안을 써 내려가던 시기는 코로나19로 인한 두려움이 매우 극심하던 때였어요. 언제 끝날지도 모르고, 백신이나 치료제는 가망도 없고, 어쩌면 영원히 끝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공포가 퍼져 있던 시기였거든요. 그때 외출도 하지 않고 방에 틀어박혀 글을 쓰면서, '이렇게 망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그런 절망 속에서도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사람들, 타인과 세계의 회복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 희망을 잃지 않는 사람들을 계속 생각했어요.




과학자인 아영이 괴담과 음모론의 세계에 빠져있다는 점이 재미있었습니다. 과학도인 김초엽 작가도 혹 좋아하는 괴담 혹은 음모론이 있을까요? 


저는 초자연적인 존재가 등장하는 괴담은 전혀 믿지 않아요. 하지만 그런 괴담이 생성되어 퍼져나가는 과정이 재미있어요. 무섭고 섬뜩한 경험을 한 사람들의 진술은 그 본인에게는 진짜 경험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러면 '무엇이 그 사람에게 귀신을 보게 했을까?' '유독 귀신 목격담이 많은 장소에 대해 과학적인 설명이 가능할까?' 같은 생각을 해보고요. 또 우리가 경험하는 외부적인 자극이 뇌에서 어떤 과정을 거쳐 섬뜩한 경험으로 재해석되는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있어요.




1장 '모스바나'라는 식물의 특성과 함께, "생물 다양성이 우릴 구원할 거야." (30쪽)라는 문장이 유독 눈에 들어왔습니다. 김초엽 작가가 독자에게 소개하고 싶은 식물이 궁금합니다.


얼마 전부터 선인장의 매력에 빠져있어요. 식물원에 가서 선인장 정원을 한참 구경하는데, 저 선인장들은 참 이상하게 생겼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어쩌다 저런 생물이 생겨난 걸까 생각하게 되는 식물이 참 많은 것 같아요. 댄 토레 <선인장>이라는 책을 읽고 선인장을 소재로 한 짧은 소설도 썼어요. 아쉽게도 <지구 끝의 온실>에서는 서식지와 기후 조건이 맞지 않아 등장시킬 수 없었지만요. 제가 좋아하는 선인장은 변경주선인장(사와로선인장)인데, 사막을 지키는 거인처럼 생겼어요. 가시 달린 거대한 공처럼 생긴 금호선인장도 매력적이에요.




여전히 '온실' 속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야 하는 늦여름입니다. 이 계절, 소설가 김초엽이 <지구 끝의 온실>을 읽은 독자에게 권하고 싶은, 생각할 만한 거리를 던져주는 책이 있다면 추천 부탁드립니다.


저는 요즘 N.K. 제미신의 부서진 대지 시리즈를 읽고 있습니다. 워낙 세계관이 탄탄한 작품이라 첫 번째 이야기인 <다섯 번째 계절>을 읽을 때 약간 진입 장벽이 있는데, 고요 대륙의 암울하지만 결코 '고요'하지 않은 세계가 눈에 들어오는 순간부터 다음 이야기가 계속 궁금해져요. 절망적인 세계 속에서도 어떻게든 계속 살아가려는 사람들이 나와서, 그 마음에 공감하며(혹은 나는 도저히 저렇게는 못 하겠다 생각하며...)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어요.


<지구 끝의 온실>을 쓰면서 식물에 관한 책도 많이 읽었는데, 잡초의 치열한 생존 전략에 대해 이야기하는 이나가키 히데히로의 <전략가 잡초>, <식물학 수업>이 재미있었어요. 그리고 제가 좋아하는 이소영 작가님이 <식물과 나>라는 신간을 내셨는데요. 아름다운 표지와 그림을 자꾸 들여다보며 한 꼭지씩 차분히 읽기 좋은 식물 에세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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