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엔 뭐라도 되어 있을 줄 알았다
이선배 지음 / 지식채널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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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나큰 좌절을 맛보더라도, 꿈을 꿀수조차 없는 비참한 기분을 맛본다 하더라도 다음날 멀쩡하게 하루가 시작되고, 또 무언가를 해야만 한다. 그렇게 무언가를 하다 보면 결국 새로운 길이 조금씩 보이고 어느덧 경험과 실력, 어느 정도의 지위도 주어진다. 꿈을 꿀 수조차 없다고 생각하는 순간 역시도 결코 인생의 끝이 아니며, 스스로가 방구석에 처박히지 않는 한 도전은 다시 시작될 준비를 하고 있다.-18쪽

적극적 만족은 자기 위안과는 다르다. 욕망은 가득한데 뜻대로 안 되어 분함에도 스스로를 위안하는 것이 자기위안이라면, 적극적 만족은 `내가 선택해서 이런 삶을 사는 거니까 대만족!`이라는 개념이다.-122쪽

서른 즈음은 갈림길이다. 정신적으로 아기와 같은 단계에 머물러 있거나, 내가 의존하고 나를 보살펴주는 사람에게만 관심을 기울이거나, 혹은 나에게 직접적으로 도움을 주지 않는 사람들에게까지 보살핌을 베풀거나...
서른 즈음에 1, 2단계를 졸업하고 세 번째 단계에 들어선다면, 즉 순수한 마음으로 주위를 돌아보기 시작하면 나이를 먹어 후회할 일이 그만큼 적어질 것이다. `내가 그때 왜 그랬지? 조금만 더 신경 써 줄 걸...`하는 후회 말이다. 또한 타인과의 관계에 있어 진정으로 독립된 인격체로서의 지위를 누릴 수 있고, 누군가의 생명을 살리거나 기쁨의 기억을 안겨줄 수도 있다. 먼 훗날 그들에게는 아니더라도, 또 다른 누군가에게 대가 없는 보살핌을 받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195쪽

유연한 협상 능력이란 건 내 능력을 평가절하하는 터무니없는 금액은 거부하되, 장기적으로 함께 일하고픈 회사가 정말 특별한 사정이 있어서 일시적으로 원하는 금액을 보장하지 못할 때, 내 능력이 객관적으로 고액을 요구할만하지 못할 때, 기대치보다 낮은 수입을 수용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그 일에 대한 열정과 즐거움, 능력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사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하는 문제이긴 하다.-30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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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곤을 보는 눈 - 한국 사회 빈곤에 대한 편견을 깨자 세상을 읽는 눈
신명호 지음 / 개마고원 / 2013년 12월
품절


사람은 아무리 가난하더라도 동물처럼 먹고 자는 일만 할 수는 없다. 일터에 나가 노동을 하고, 사람들 속에서 교류하고 관계를 맺으며, 자신이 속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책임과 도리를 하면서 살아간다. 따라서 현재 어떤 사회에서의 최저생계비가 얼마인가를 산정하려면, 과거가 아니라 바로 지금, 이 사회의 시민으로서 살아가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물품과 서비스가 무엇인지를 따져봐야 한다.
[1장 빈곤이란 무엇일까]-19~20쪽

그렇게 보면 가난은 때로, 자기를 주장하고 불공정한 것을 시정하며 자신의 권익을 끝까지 지키는 힘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빈곤은 단순히 `낮은 소득`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로 인해서 시민으로서의 권리를 누리지 못하게 만드는 문제를 수반하는 것이다.
[4장 돈이 없는 것이 빈곤의 전부일까]-66쪽

가난한 사람은 단지 소득만 낮은 것이 아니다. 그로 인해 열악한 주거에서, 건강을 상실한 상태로, 고른 교육의 혜택을 못 받으면서 외롭게 살아간다. 여러 조건들의 결핍 상태가 오래 지속되면심리적으로도 우울감과 무력감이 내면화되기 쉽다.
[4장 돈이 없는 것이 빈곤의 전부일까]-77쪽

공부를 열심히 해서 가난을 극복하라는 주문은 이 불공정한 구조의 벽을 혼자 힘으로 뛰어넘으라는, 당사자들한테는 참으로 힘겨운 요구이다. 물론 이것이 빈곤 가정의 아이들이 학업을 소홀히해도 좋다는 뜻은 결코 아니다. 당연히 조금이라도 더 나은 미래를 위해서 공부에 힘써야 하고 그런 여건을 갖춰주기 위해 우리사회가 뒷받침해야 한다. 단지 가진 자들이 주도하고 있는 이 치열한 경쟁체제에 주목하지 않고 교육 성취의 문제를 순전히 개인의 차원으로 돌리는 사고의 가벼움을 지적하는 것이다. 저소득층 가정 자녀들의 학업성취가 낮은 현상은 개인 차원의 현상이 아니라 사회구조의 문제이고 또한 계급의 문제이다.
[6장 교육을 통해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121쪽

정밀한 검진을 꾸준히 받으려면 어쨌든 돈이 들어갈 테니 일단 낮은 소득이 문제일 것이다. 하지만 국민건강보험의 무료검진 제도도 있으니 돈 문제가 다는 아니다. 오히려 어떤 일을 하면서 어떤 삶을 사는가가 자기 건강에 대한 관심의 차이를 낳는다. 새벽별을 보고 집을 나서 한밤중에 돌아가는 사람들에게, 아직 아픈 데도 없는데 병원에 가는것은 호사스러운 사치이다. 검진을 받으러 갈 절대적 시간도 모자라니거니와 건강을 챙길 마음의 여유가 우선 없다. 그들에게 병원은 미루고 미루다 몸에서 심각한 징후가 느껴질 때야 비로소 가는 곳이다. 이처럼 `저녁이 없는 삶`은 병을 키우고 악화시키는 `어리석음`을 강요한다.-18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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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가난을 경영하라 - 100세 인생을 즐길까? 100년 가난에 시달릴까?
김광주 지음 / 원앤원북스 / 2014년 1월
절판


우리의 자리 한 켠을 가난에 내준다는 것은 우리가 기꺼이 가난과 친구가 된다는 뜻이다. 또한 가난과 친구가 된다는 것은 우리가 익숙하지 않아 불편할 수도 있지만, 가난이 원하는 것들을 같이 즐겨 본다는 것을 의미한다. 왜냐하면 이제부터 가난은 나와 우리의 친구이기 때문이다.자, 그렇다면 친구인 가난이 나에게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가난이 원하는 첫 번째는 우리가 가난에게 순응하는 것이다. 지금 현재 가난한데도 가난하지 않은 것처럼 행동하는 것은 친구인가난이 원하는 행동이 아니다. 이는 적이 된 가난이 원하는 행동이다. 왜냐하면 가난에 대한 이중적인 행동으로 인해 우리는 하루에도 여러 번 당황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가벼운 통장이 구멍나는 것도 모자라마이너스 통장이나 카드 현금서비스, 혹은 고금리 대출의 구렁텅이로 빠질 수도 있다. 친구는 우리를 그런 고통으로 내몰지않는다.-79쪽

도중에 이혼하지만 않는다면 평균적인 결혼생활 기간은 어느 한쪽이 사망할 때까지 최소 30년 이상 지속된다. 길게는 60~70년을 행복하게 살아가는 부부들도 있다. 결혼생활과는 반대로 결혼식은 기껏해야 1시간 정도 진행된다. 그런데 1시간을 위한 결혼식은 엄청난 돈을 들여 요란하게 준비하면서 정작 수십 년 동안을 지속해야 하는 결혼을 진지하게 준비하는 커플은 보기 드물다.-164쪽

셀프 리스크는 곧 이런 것이다. 그러므로 무조건 개인의 성장이 필요하다. 월급은 자기계발이 아닌 곳에 소비해서는 안 된다. 공부를 하고 생산적인 여행을 하며 저축을 통해 미래의 자기가치를 높여나가야 한다. 그럴 때 저축의 의미는 월급과 분명히 구분된다. 예를 들어 자기계발과 관계없는 지출은 월급이 아니라 저축을 통해 만들어지는 수익, 즉 자산소득으로 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중략)
셀프 리스크에서 중시하는 성장이란 언젠가 떠날 직장에서는 물론 끝까지 머물러야 할 세상에서의 동시 성장을 의미한다. 그것은 곧 끊임없이 변하는 세상과 언제든 대화할 수 있어야 함을 뜻한다.-186~18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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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라이트 사용후기 - 상식인을 위한 역사전쟁 관전기
한윤형 지음 / 개마고원 / 2009년 8월
절판


그럼 누가 영어를 잘하게 되고 누가 못하게 될까? 개인의 재능에 따라 예외는 있겠지만 상식적으로 생각해볼 때는 계급 편차가 생길 거라고 대답할 수 있다. 그래서 지배계급과 피지배계급은 언어적으로 분리가 된다.
실제로 필리핀 사람들 대다수는 자기 의사를 영어로 표현하지 못하며, 따라서 영어로 표기되며 발설되는 정부와 재계의 담론을 거의 이해하지 못한다. "그 결과, 지도자들은 단지 일반적이고 모호한 용어로만 대중들과 의사소통 할 수 있게 되었고 대중들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진정으로 이해하지 못하게 된다. 쟁점들은 선거 기간이 아닌 때에는 물론이고 선거 기간 중에도 충분히 논의되지 못한다."
1부 서론 ; 왜 우리는 영어에 사족을 못 쓰게 되었을까-24~25쪽

오히려 그것은 문화평론가 이택광의 지적대로 영어를 잘하는 이가 영어를 잘 못하는 이를 착취하는 사회구조를 만들겠다는 의지와 관련이 있다. 좀더 쉽게 말하면 어학연수를 다녀온 후에도 할 일을 찾지 못하는 강남의 젊은이들에게 비정규직 교사나 학원강사 자리라도 주려는 것이다. (중략) 영어 몰입교육을 지지하는 중산층의 욕망은 이 강남 아이들을 위해 작동하는 체제를 끝장내고 싶다는 평등주의의 욕망이지만, 역설적으로 그 욕망은 착취의 구조를 더욱 강화한다. 모든 이가 영어를 잘하는 세상에 대한 욕망은 실현될 수 없다. 그래서 우리가 그것을 추구하면 할수록 우리는 영어를 못하는 이들이 착취당하는 세상을 만들게 되는 거다.
1부 서론 ; 왜 우리는 영어에 사족을 못 쓰게 되었을까
-27쪽

그게 아니라 뉴라이트 학자들이 상정하는 최악(?)의 상황으로 한반도 전체가 레닌 치하에서 현실 사회주의 진영에 속하게 되었다면? 그래도 마찬가지다. 적어도 분단은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분단은 안 됐지만 그럼 한반도 전체가 북한처럼 됐을 거라고? 이것이야말로 뉴라이트 학자의 속내일 텐데, 솔직히 말하면 이건 야바위에 가깝다.
만일 분단이 안 됐다면 남과 북이 이처럼 극단적이고 순혈주의적인 자본주의/사회주의 체제를 지향하는 일도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1917년 이후 통일된 정치체로 소련의 위성국가가 되었을 그 세계에서 김일성은 국경을 넘어 주재소를 습격할 기회를 가지지 못했을테니 그의 이름이 장안에 회자될 일도 없었을 것이다. 그리하여 자연스럽게 한반도의 정치는 박헌영이나 그보다 나이가 더 많은 마르크스주의자들, 그리고 온건좌파들이 주도했을 거다.
1부 4장 식민지 근대화론을 위한 최소한의 변명
-80쪽

식민지 근대화론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이런 식의 아이러니다. 일제의 통치체제에 순응한 아버지가 자식을 교육시켜 도쿄에 유학을 보내놨더니 사회주의 물을 먹고 독립운동을 하게 된 독립투사 이야기나, 조선 민족의 역량을 기르기 위해 일제 통치에 협력하여 실력양성을 추구한 친일파 지식인 이야기 같은 아이러니가 넘쳐난 시대가 그 시대였다는 것이다. 어쩌면 이러한 아이러니는 우리 시대를 포함한 모든 시대, 모든 공간의 것인지도 모르겠다.
주류 민족주의 역사학은 그러한 아이러니를 거부하고 '일제+친일파vs독립운동가+민중'이라는 선악 이분법을 고수할 것을 우리에게 요구한다. 그렇게 해야 우리가 일제를 규탄하고 친일파를 청산할 수 있다고 여기기 때문일 것이다. 식민지 근대화론은 그런 단선적인 인식이 억압할 수밖에 없는 사실들을 파헤친다.
4장 식민지 근대화론을 위한 최소한의 변명-89쪽

식민지 근대화론은 분명 수탈론이 설명하지 못하거나 은폐하려 했던 사실들을 드러내고 폭로하고 설명했다는 점에서 학문적으로 평가받을 부분이 있었다. 하지만 '우리는 대한민국을 이러저러하게 보아야 한다'는 그들의 '대한민국관'은, 사료가 이러저러하다는 사실명제가 아니라 우리는 이러저러한 관점을 지녀야 한다는 당위명제가 아닌가. 말하자면 그것은 민족주의자들이 민족을 역사의 실체로 가정하는 것과 하등 다를 바 없는 행위다.
1부 5장 '대안 교과서'는 매국노의 것인가-99쪽

나는 이러한 주장 자체에는 동의한다. 나는 자본주의 맹아론을 별로 받아들이고 싶지 않다. (그런 의미에선 나도 식민지 근대화론자다.) 왜냐하면 그런 주장이야말로 근대화나 자본주의 체제를 역사의 필연적인 발전단계로 생각하는 이론일 수 있기 때문이다. 내 세계관에서 근대라는 것은 서구에서 '우연히' 탄생하여 그 파멸적인 힘 때문에 전 세계로 파급된 체제다. 그것이 한번 탄생한 이후 우리가 그 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은 명백하다. 하지만 그것은 필연적인 일도 아니었을 테고, 그렇다면 우리가 근대에 이르지 못했다고 부끄러워할 일도 아닐 것이다.
1부 8장 탈민족주의 친일파 옹호론을 어떻게 넘어설 것인가-157쪽

건국기의 중경 임시정부에 정통성을 두는 논의에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당시의 상황을 잘 모르는 상식인들은 뉴라이트의 임시정부 정통성론에 대한 공격을, 김구를 흠집내기 위한 것으로 생각하고 무비판적으로 임시정부를 옹호하는 경향이 있다. 물론 뉴라이트의 의도에는 그런 측면이 있다. 하지만 찬찬히 살펴보면 임시정부에 대한 뉴라이트의 공격이 예상치 못한 결과를 낳게 됨을 알 수 있다. 즉, 임시정부 봉대론은 해방정국에서 이승만에게 가장 유리하게 작용한 논변이었다는 것이다.
2부 1장 임시정부 정통론은 허구다-196~197쪽

그러나 해외에 나가 일본 지도층에게 폭탄을 던진 한국의 독립투사들은 자신이 이국에 있던 30년 동안 사람들이 전혀 다른 질서에 적응했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했다. 1945년 당시, '일본 제국주의'의 행정권력은 이미 사람들에게 하나의 체제가 되어 있었다. 중일전쟁 이후의 중국인들이나 2차 세계대전 이후의 프랑스인들이 들이미는 것과 같은 잣대로 친일파나 민족반역자를 처단한다면 너무 많은 사람들이 걸려드는 상황에 처해 있었던 거다.
2부 1장 임시정부 정통론은 허구다-201쪽

여운형은 삼천만 민중을 일제에 대항한 투쟁의 주체라고 말했다. 정치인의 수사다. 정확히 말하면 삼천만 민중은 투쟁의 주체이자 협력의 주체였다. 총독부에 적당히 협력하기까지 한 여운형은 이 사실을 이해했던 것 같다. 이것을 모순이라 불러도 좋고, 역설이라 불러도 좋다. 문제는 이 안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거다. 민족주의자들의 숙청론과 뉴라이트의 속죄론은 모두 이 진실을 인정하지 않는 차원에서 출발한다. 그러나 그것을 우리의 진실로 끌어안을 때, 우리는 조선총독부라는 이름의 '식민지 의제국가'가 자행한 국가폭력 문제를 제기할 수 있을 것이다.
2부 1장 임시정부 정통론은 허구다-209쪽

굳이 김구의 활동을 테러행위라고 표기하려는 그들의 의중은 임시정부 활동을 반체제적인 일로 묘사하겠다는 것일 게다. 하지만 임시정부의 활동은 반체제적인 것이기도 했지 않은가? 따라서 여기서 문제의 핵심은 테러리스트라는 용어의 사용에 있는 것이 아니다. 반체제 활동을 은근히 폄하하는 이들 한국 보수주의자들의 의식이, 국가권력의 '합법성'만을 강조하며 모든 종류의 불법시위에 대해 강경진압을 요구하는 자신들의 행동과 일치하는 점을 지적하는 게 더 중요하다. 반체제적이고 불법적이었던 임시정부가 오늘날 대한민국이라는 합법적인 체제가 지닌 정통성의 근거가 되는 것처럼, 반체제적이고 불법적인 시민사회의 활동이 국가를 더 건강하게 만들 수도 있는 것인데, 대한민국의 보수주의자들은 그러한 일은 일어날 수 없다고 믿는다.
2부 2장 김구는 테러리스트라고 말해선 안 되나?-228쪽

민주주의 국가의 정당성이란 기본적으로 적합한 절차에 의해 국민의 의사를 담아낼 경우에 담보되는 것이다. 그러니까 그런 기제가 작동하고 있을 때, 정당성이 있다고 말할 수 있다는 것이다. 건국 당시에 잘 건국된 국가라도 그 기제가 어느 순간 훼손되었다면 그 국가는 지금 민주주의 국가로서 정통성이 없다고 말할 수 있다. 반면 건국 당시에 잘못 건국된 국가라도 그 기제가 어떤 방법을 통해 회복되었다면, 지금의 그 국가는 민주주의 국가로서 정통성이 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뉴라이트는 설령 개혁 세력의 '제2건국'의 비판할 때라 하더라도, 굳이 대한민국이 잘 건국되었다는 사실을 증명해야 할 필요는 없다. 설령 대한민국이 잘 건국된 것은 아니라 하더라도, 개혁 세력이 주장하는 것이 문자 그대로의 '제2건국'이라면 그것은 비판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그것을 증명하려고 하는 이유는 아마도 지금 우리가 향유하고 있는 어느 정도 수준의 민주주의가 87년 6월항쟁으로부터 비롯되었다는 것을 인정하기가 싫어서일 것이다.
2부 4장 정통성 논쟁과 학살의 건국사-261쪽

한마디로 북한의 정책은 남북분단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나 가능한 것이었다. 그것은 내부의 계급적 갈등을 남한이라는 외부에 전가했다. 지주가 도망갈 수 있는 남한이라는 곳이 있었기 때문에 마음껏 쫓아냈다는 것이다. 만일 통일국가가 이룩되었다고 하더라도 북한처럼 행동할 수 있었을까? 그렇게 했다면 캄보디아 폴포트 정권의 킬링필드에 맞먹는 대학살이 일어났을 것이다. 그게 뉴라이트가 '만일 공산주의가 이땅에서 승리했다면!'이라고 우려하는 상황이겠지만. 소련군이 한반도 전체를 점령했다 하더라도 그런일이 벌어지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그들이 지주들의 도주를 방관한 까닭은 학살의 부담을 덜어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그것은 역사적으로도 북한 사회를 깨끗(?)하게 만들면서 남한 사회를 복잡하게 만들었고, 당위적으로 봐도 한반도 전체에 실행할 수 있는 작업이 아니었다.
2부 4장 정통성 논쟁과 학살의 건국사-269~27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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