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곤을 보는 눈 - 한국 사회 빈곤에 대한 편견을 깨자 세상을 읽는 눈
신명호 지음 / 개마고원 / 2013년 12월
품절


사람은 아무리 가난하더라도 동물처럼 먹고 자는 일만 할 수는 없다. 일터에 나가 노동을 하고, 사람들 속에서 교류하고 관계를 맺으며, 자신이 속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책임과 도리를 하면서 살아간다. 따라서 현재 어떤 사회에서의 최저생계비가 얼마인가를 산정하려면, 과거가 아니라 바로 지금, 이 사회의 시민으로서 살아가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물품과 서비스가 무엇인지를 따져봐야 한다.
[1장 빈곤이란 무엇일까]-19~20쪽

그렇게 보면 가난은 때로, 자기를 주장하고 불공정한 것을 시정하며 자신의 권익을 끝까지 지키는 힘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빈곤은 단순히 `낮은 소득`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로 인해서 시민으로서의 권리를 누리지 못하게 만드는 문제를 수반하는 것이다.
[4장 돈이 없는 것이 빈곤의 전부일까]-66쪽

가난한 사람은 단지 소득만 낮은 것이 아니다. 그로 인해 열악한 주거에서, 건강을 상실한 상태로, 고른 교육의 혜택을 못 받으면서 외롭게 살아간다. 여러 조건들의 결핍 상태가 오래 지속되면심리적으로도 우울감과 무력감이 내면화되기 쉽다.
[4장 돈이 없는 것이 빈곤의 전부일까]-77쪽

공부를 열심히 해서 가난을 극복하라는 주문은 이 불공정한 구조의 벽을 혼자 힘으로 뛰어넘으라는, 당사자들한테는 참으로 힘겨운 요구이다. 물론 이것이 빈곤 가정의 아이들이 학업을 소홀히해도 좋다는 뜻은 결코 아니다. 당연히 조금이라도 더 나은 미래를 위해서 공부에 힘써야 하고 그런 여건을 갖춰주기 위해 우리사회가 뒷받침해야 한다. 단지 가진 자들이 주도하고 있는 이 치열한 경쟁체제에 주목하지 않고 교육 성취의 문제를 순전히 개인의 차원으로 돌리는 사고의 가벼움을 지적하는 것이다. 저소득층 가정 자녀들의 학업성취가 낮은 현상은 개인 차원의 현상이 아니라 사회구조의 문제이고 또한 계급의 문제이다.
[6장 교육을 통해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121쪽

정밀한 검진을 꾸준히 받으려면 어쨌든 돈이 들어갈 테니 일단 낮은 소득이 문제일 것이다. 하지만 국민건강보험의 무료검진 제도도 있으니 돈 문제가 다는 아니다. 오히려 어떤 일을 하면서 어떤 삶을 사는가가 자기 건강에 대한 관심의 차이를 낳는다. 새벽별을 보고 집을 나서 한밤중에 돌아가는 사람들에게, 아직 아픈 데도 없는데 병원에 가는것은 호사스러운 사치이다. 검진을 받으러 갈 절대적 시간도 모자라니거니와 건강을 챙길 마음의 여유가 우선 없다. 그들에게 병원은 미루고 미루다 몸에서 심각한 징후가 느껴질 때야 비로소 가는 곳이다. 이처럼 `저녁이 없는 삶`은 병을 키우고 악화시키는 `어리석음`을 강요한다.-188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