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은 여성이라는 자신의 지위를 다른 주변화된 정체성과 동일시하면서, 독단적인 정치운동에 비판적인 입장을 취했다. 이들은 소비주의를 통한 레저와 자기계발의 ‘필요‘가 자본주의적인 방식으로 전유된 것을 혐오하면서도, 삶이 즐거워야 한다는 자유주의적인 시장 이데올로기에 설득당했고, 쾌락과 욕망 추구의 측면에서 관리 가능한 삶을 일구기 위해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의 ‘자아의 기술‘을 채택하여 사적인 생활을 향상시켜야 한다는 주장 역시 받아들였다. 미셸 푸코(1988)가 만들어낸 ‘자아의 기술‘개념은 사람들이 자아-지식("너 자신을 알라")과 스스로를 돌보는 행위("네 앞가림을 잘하라")간의 관계에 대한 (서양)철학적 전통 속에서 스스로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방식을 일컫는다. 이들이 정치적 대의를 위해 개인적 행복을 억눌렀던 학생운동가들의 고통을 목격했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즐겁게 사는 것이 지상 과제가 된 점은 충분히 이해할만하다.p.21
과거 학생운동가였던 자경과 난이는 아무런 성찰 없이 사회의 흐름을 좇는 순진무구한 사람들이 아니다. 자유화된 한국의 좌파 지식인들은 구조화된 자본주의 고용 시스템에 얽매이지 않는 유연한 삶에 대한 욕망과 유연한 노동시장에서 앞가림을 해야 하는 책임 사이에 놓인 딜레마에 직면해있다. 스스로를 긍정하고 돌보는 정동의 통로를 통해 자기만의 시공간 속에서 살면서 게으를 수 있는 권리를 추구하는 비혼여성들은 한편으로는 포드주의적인 자본주의적 생산과 사회적/이데올로기적 교조주의에 맞서 ‘노동윤리‘에 대한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한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유연한 삶을 추구하는 자유주의적인 에토스와 정동의 결합체는 신자유주의 경제, 특히 월스트리트식 금융화를 승인하고 지지하는 경향을 보인다.p.156
쉰이 넘어서 시부모같은 친정 부모님과 같이 살고 있는 엄마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었다.
부모님 스스로가 당신들의 가치를 느끼도록 하기 위해서 부모님이 가족에게 기여하는 일에 주목합시다. 어떠한 행동에 대해 "고맙습니다", "덕분에 살았어요"라는 인사도 좋지만, 당신이 살아있는 것 자체가 가족에게 얼마나 힘이 되는지 말로 전하는 게 더욱 좋습니다. 비록 지금은 몸도 자유롭지 못하고 건망증이 심해진 부모님이라고 해도 말이지요. 그렇게 하면 부모님은 무언가 굳이 하지 않아도 자신들이 가족들에게 힘이 되는 존재라는 사실에 자존감을 갖게 됩니다.pp.52~53
아버지가 현재형의 세계에 살고 계시다고 해도 그것을 굳이 정정해줄 필요는 없습니다. 부모님의 말이 사실이 아니더라도 부모님에게 위험하거나 해가 되는 일이 아니라면 큰 문제가 없습니다. 제가 이렇게 대응하는 것은, 아버지가 하시는 말씀을 전적으로 인정해서가 아닙니다. 그보다는 ‘아버지에게 있어서의 사실‘로 받아들이고 싶기 때문입니다. -pp.93~94
부모님이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우리 가족에 기여하고 있음을 주목하고 ‘고맙습니다‘라는 말을 자주 들려주어야 합니다. 특별한 일을 하지 않아도 가족에게 도움이 되고 있음을 알려주어야 합니다. 부모님 스스로 가족에게 도움이 된다고 느끼면, 가족을 불안하게 만들거나 화나게 만드는 일 따위는 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겁니다.-p. 217
요즘은 부농이 되어 인생 이모작하겠다며(아직 일모작 시작도 못했으나) 농사와 관련된 책들을 읽고 있다.올 초에 친구에게 나의 계획을 귀띔해줬더니 야망쩌는 부농의 꿈이라며 놀렸더랬지. 정작 꿈과 땅은 있으되 농사의 ㄴ자도 모르니 일단 내년부터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시작할 마음을 먹는데에 이 책이 큰 도움이 되었다.
애인과 여전히 연애중. 6년차인가.아직도 사랑해? 라는 질문에 망설임없이 당연하지라고 말할 수 있어 주변에서 신기해하지만 결국 우리도 남들과 같이 사랑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책이었다.1년차때의 간질거리는 마음이 문득 떠오르는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