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은 아침마다 알람 두 개가 동시에 울린다. 

하나는 내 핸드폰, 하나는 신랑 핸드폰. 물론 내것 하나만 울려도 일어는 나지만 혹시 안울릴까봐, 혹시 내가 안일어 날까봐 꼭 두개를 맞춰 놓는다. 

기상시간은 그렇게 빠른편이 아닌 7시. 내가 특별하게 빨리 나가야 하는 일이 없으면 우리집 기상 시간은 늘 7시다. (아침잠 많은 탕이의 마지노선이 7시다-_-;;)

핸드폰 알람이 울리면 벌떡 일어나 두 개의 핸드폰을 모두 멈추고 티비를 켜고 이부자리를 개기 시작하면서 지성이를 부른다.  

지성이는 어려서부터 아침에 깨우면 잘 일어난다. 보통 한두번 부름에 으응~ 하고 일어나는 착한 어린이에서 청소년이 되었다 :) 어쩔땐 부르기도 전에 알람 소리를 듣고 혼자 일어나기도 한다. 내가 학생때는 생각도 못했던 일이다. 

문제는 정성이 -_- 도대체 이 녀석은 한두번은 커녕 열번을 더 불러도 일어나질 않는다. 장에다 이불을 다 넣고 정성이의 요이불만 남은 상태에서 옆에 누워 끌어안고 뽀뽀하고 엉덩이 뚜들기고 요동을 쳐야 겨우 정신을 차린다. 

대충 잠을 깨워 놓고 나와 아침 밥상을 차리면 신랑은 세수를 마치고 면도도 마치고 식탁앞에 앉아 가볍게 우유와 빵을 먹기 시작하고 애들 반찬을 다 꺼내 놓고 밥을 풀때 까지도 난 정성이를 수십번을 더 불러야 한다. (그러니까 우리집은 신랑은 아침에 빵우유를, 애들은 밥을 먹는 조금 이상한 시스템..;;)

마지막으로 밥그릇에 밥을 퍼 놓고 한 톤 높여서 '정성이 얼른 안 나왔-?!' 소리를 질러야 정성이는 비척비척 쓰러질듯 식탁 앞에 앉을수가 있다. 

지성은 아침부터 머슴밥(밥그릇 위로 밥을 산같이 쌓은 밥을 부르는 우리집 고유명사)을 부지런히 먹기 시작하고 정성은 여전히 멍~ =_= 

고등학생이 된 후로 등교시간이 더 빨라져서(버스를 타고 가야하니까) 집에서 8시 전에 나선 후에도 정성이는 여전히 아침식사중. 

밥 한숟가락 먹을때마다 얼른 먹어라, 입에꺼 삼켜라, 정신 놓지말고 빨리 먹어라, 아직도 안먹었냐, 아침에 일찍 일어나지도 못하며서 왜 늦게 자냐... 갖은 잔소리가 뒤따른다. 

억지로억지로 먹고(그래도 아침 먹는건 포기를 안한다) 세수하고 옷 입고 집을 나서는 시간이 8시 20분. 아.. 오늘도 정성이 엄마는 힘든 아침이었어.. 

6학년이 되어서 며칠 등교하는동안 입에 붙은 입버릇이 '오늘은 학교 안가고 그냥 잤으면 좋겠다' 이다.  

내일은 토요휴업일. 신랑도 회사에 안나가는 토요일. 한달에 몇 번 없는 귀한 토요일.

정성아. 내일 우리 늦게까지 실컷 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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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우리 집 아침은
    from 마주하다 2011-03-11 22:20 
    무스탕님의 글을 읽다가 하도 재미있어서 우리 집 아침 풍경도 그려보련다.우리 집 가장은 1년에 10달은 매일 새벽같이 출근한다. 늦게 나가는 날이 거의 없지만 그래도 1월, 2월은 좀 천천히 나가는 날이 많다. 새벽같이 출근하는 남편의 모습을 보는 일은 신혼을 지나면서는 거의 없었다. 아이들이 깨서 보채지 않는 한 새벽 시간의 잠은 달콤하다.전번달까지 나의 기상 시간은 불규칙했다. 일찍 일어나기도 늦게 일어나기도, 다만 8시를 넘기지 않는다는 것이 원칙
 
 
다락방 2011-03-11 1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말이죠 무스탕님.
깨는건 잘 깰 수 있어요. 문자메세지 알림음에도 잘 깨죠. 그렇지만 '일어나는' 건 좀 다른 문제에요. 한방에 일어날 수가 없어요. 예전 학창시절에는 엄마가 막 이불 걷어가고 그랬어요. ㅠㅠ
지금도 알람 울리면 끄고 5분쯤 딩굴거리다가 일어나요. 아침에 일어나는 건 정말 힘들어요. 흑흑. 그래도 아침밥은 꼭 먹고 출근합니다. 다 엄마랑 살아서 가능한 일. 흑흑. ㅠㅠ

무스탕 2011-03-11 17:50   좋아요 0 | URL
전 잠들기전 제 정신상태, 그러니까 긴장을 하고 자느냐 아님 무방비 상태로 잠이 드느냐에 따라서 많이 달라져요.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 하는 날엔 가끔 알람보다 일찍 일어나기도 하고요, 그럴 필요가 없는 날엔 잘 안깨구요.
근데 저도 문자오는 소리엔 잘 깨요. 며칠전에 정성이네 학원에서 단어시험본 결과를 무려 새벽 1시 30분에 문자로 알려줘서 깜짝놀라 깼다지요 -_-+
일단 알람소리에 일어나면 뒹굴뒹굴은 없이 빨딱 일어나요. 아니면 일어나기 싫거든요 ㅠ.ㅠ

마노아 2011-03-11 1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정말 옆지기님과 아이들의 아침 밥상 풍경이 재밌네요. 보통은 바뀌어 있는데...ㅎㅎㅎ
저는 알람 울리면 벌떡 업!이 된지 어언 15년이에요. 트라우마로 인한 증세이기 때문에.ㅋㅋ 정성이도 늦잠으로 인해 호되게 놀라는 경험이 생기면 좀 달라지지 않을까요.^^

무스탕 2011-03-11 17:52   좋아요 0 | URL
사실.. 저렇게 된데는 사연이 있어요. 제가 부끄러워 말하기도 뭣하고..;;;
정말 알람엔 벌떡!이에요. 신랑이랑 같이 일어나는 7시는 괜찮은데 저 혼자 먼저 일어나야 하는 날들은 특히 벌떡!이에요.
정성이는 마치 제 초중딩시절을 보는듯 싶어요^^; 전 고등학교를 엄청 멀리 다녔기에 늦잠이란걸 잘 수가 없는 팔자였거든요. ㅎㅎㅎ

울보 2011-03-11 1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집 이랑도 비슷하네요
류는 아침에 늦게 일어나요, 예전에는 안그랬는데 요즘은 통 못일어나요,,
겨우 일어나. 씻고. 옷입고 밥먹고,학교로 출발
오늘 아침은 재활용을 하느라 제가 좀 일찍 나갔더니 혼자 일어나 세수하고 기다리더라구요,,,ㅎㅎ

무스탕 2011-03-11 17:54   좋아요 0 | URL
암만해도 애들이 신학기 맞이해서 나름 긴장한 상태에서 지내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아직 해가 늦게 뜨는 탓도 있을테고요 ^^
정성이는 깨우지 않는한 절대 일어나지 못하는 애에요. 어쩌다 일요일에 엄마아빠가 맘 놓고 푸~~~욱 자는날 한두번 먼저 일어난 적이 있는거 빼면 정성이도 아침마다 전쟁이에요 ㅠㅠ

책가방 2011-03-11 1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집 두 공주님도 아침에 잘 못 일어나는데다가.. 쬐금이라도 더 자려고 빠듯하게 일어나서는 서로 화장실 먼저 쓰겠다고 다투고, 화장대 먼저 쓰겠다고 다투고.. 정말 어쩌면 좋을까요??
딱 5분만 일찍 일어났으면 좋겠는데...

무스탕 2011-03-11 17:55   좋아요 0 | URL
지성이랑 정성이는 움직이는 시간이 틀려서 화장실로 싸우는 일은 없습니다만, 밤잠 없고 아침잠 많은 정성이는 아침마다 고문이에요.
정말이지 아침의 5분은 산삼녹용과 맞먹는 보약이라니까요. ㅎㅎㅎ

BRINY 2011-03-11 16: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5일제 전면실시 빨리 했으면 좋겠어요! 토요일이라도 실컷 자게요. 정성아, 힘내!

무스탕 2011-03-11 17:56   좋아요 0 | URL
제가 다니는 알바가 휴일, 토.일요일에 많이 있고, 것도 평일보다 훨씬 이른 시간에 움직여야 하는 일이라서 이번주 토요일처럼 놀토에 제가 일이 없는 토요일은 정말 귀한 휴일이에요!
늦게 일어나도 아무도 뭐라 안하는 휴일~♡ ㅋㅋㅋ

순오기 2011-03-11 2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새벽 4시는 안 일어나요. 울남편 혼자 밥차려 먹고 나가고~
막내랑 6시에 일어나서 아침을 맞아요, 그리고 아이 보내고 다시 잔다는...ㅋㅋ

무스탕 2011-03-13 11:42   좋아요 0 | URL
저희 신랑은 1년에 한두번 회사에 일이 있을때 일찍 일어나서 나가니까 그땐 일어나서 내보내고 저도 다시 자요 ^^
저도 애들 내보내고 다시 자는거 그런거 잘해요. ㅎㅎㅎ

마녀고양이 2011-03-12 14: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코알라가 요즘 입에 달고 살아요, 학교 안 가고 집에 있었으면 좋겠다 하고.. ^^
아마 초5가 되더니, 6교시가 많아져서 더 그런가봐요.
벌써 저러니, 중학교 고등학교 때는 너무 안쓰러울듯 해요. ㅠ

무스탕 2011-03-13 11:44   좋아요 0 | URL
암만해도 학기초라서 애들이 나름 스트레스 쌓이고 있나봐요. 힘들겠죠.
특히 코알라의 경우는 학교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많이 늘어서 더 힘들거에요.
정성이는 작년이나 올해나 수업시간이 똑같으니까 크게 변화는 없지만요.
초등학생때랑 중학생때 바뀐것중 젤로 어이가 없었던게,
초등학교는 6년 내내 수요일은 오전수업만 하다가 중학교 가니까 수요일이 제일 수업이 긴거에요. 다른날은 다 6교시 하는데 수요일만 7교시...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