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퇴원할때 2월 27일에 수술을 하기로 날은 이미 잡아놓고 수술전에 집도의를 만나라고 안내를 받았기에 오늘 엄마는 다시 병원에 가야만 했다.

아침에 주섬주섬 짐을 챙기는 엄마를 보니 맘이 안 좋다. 그래서 괜히 말투도 퉁명스러워 졌다.

'왜 짐을 싸? 오늘 입원 안할거야. 그냥 의사만 보고 올거같단말야'

엄마는 그래도 혹시 모르니 간단한 짐을 가지고 가자고 하셔서 몇 가지를 싣고 병원으로 갔다.

수술을 주관해주실 집도의선생님께선 작년 모 일간지에 실린 내분비쪽의 저명한 의사선생님이시란다. 병원 이곳저곳에 얼마나 많이 붙여놨는지 이름이랑 얼굴이랑을 벌써 안다.

퇴원할때 입원병동 간호사의 안내가 집도의의 예약이 22일은 이미 꽉 차서 방법이 없으니 11시까지 병원에 와서 그냥 외래로 접수해서 진료를 받으란다. 참 기약없는 이야기지...

하는수 없이 일부러 11시에 맞춰서 오니 접수창구에서부터 난관이다. 선생님을 뵐려면 오후에나 가능하겠단다. 퇴원날의 안내를 설명하니 그럼 선생님 담당간호사에게 그대로 말을하고 거기서 조치를 받으란다.

2층 외래로 가서 간호사에게 이야기하니 곤란해 하는 표정... 오전에 진료받고 싶으면 9시엔 와서 접수를 했어야 한단다. 아니! 누가 이시간에 오고싶어서 왔나? 퇴원할때 안내해주는대로 했구만 나보고 어쩌라구?!

다시한번 짜증을 누르고 설명을 하니 간호사분이 그럼 조금 늦게라도 봐드릴테니 많이 기다려야 한다고 한다. 그래서 선생님을 뵌게 1시가 넘어서다 -_- (오전에만 30명이 넘는 환자를 봤다는 이야기를 한다. 물론 선생님이나 간호사분들도 같이 식사를 못하고 환자를 봐야하니 힘들겠지만 참... 참... 쩝쩝.. 이다..)

의사선생님께서 다시 MRI 를 보시며 조금 이상해 하는 느낌... 그러더니 덜컥 '이건 갈색종같지가 않아요. 암일지도 모르겠어요' @_@

우리 식구들은 모두 엄마가 불안해 할까봐 혹여 암이라는 말도 안꺼내려고 무던히도 애를 썼구만 도대체 의사선생님들은 왜 보호자가 아닌 환자 본인에게 아무렇지도 않게 말을 꺼내는건지... --+++

처음 종양이 발견되고 이것저것 설명을 들으면서 암에대해 완전히 배제시키지 못하면서 그래도 아 다르고 어 다르다고 종양입니다 와 암입니다 가 기분이 틀린거니까 혹시 암이더라도 우리끼리만 알고 엄마한텐 종양제거라고 말하자고 가족끼리 의논이 됐는데 매번 의사선생님들이 먼저 터뜨린다. 도대체 환장하겠네.. (TV드라마에서 보호자 앉혀놓고 조곤조곤 이야기 하던 장면은 역시 드라마였나..?)

수술시간은 5시간정도 예상하고 어려운 수술이라서 그날 첫 수술로 아침 8시엔 시작할거라한다. 불행중 다행이라면 복부를 가로로 조금 많이 개복을 해서 부신과 담낭을 같이 수술하자고 한다. 두 번 수술 안하게 된게 다행이지만 수술시간이 너무 길고 그 수술을 엄마가 잘 견뎌내 줄까 걱정이다.

엄마하고는 그래도 한 번으로 끝내서 다행이다라고 별거 아닌것이냥 말을 했지만 내 속에선 벌써 부글부글 끓었나보다. 내가 느끼기에도 얼굴이 벌겋게 달궈진것 같았다.

오늘 수술전 몇 가지 검사를 하고 토요일에 있을 검사 예약을 하고 일요일에 입원할것 예약해 놓고 집으로 돌아와서 엄마는 본인이 별거 아니라는 식으로 말씀을 꺼내신다.

'야. 내가 걱정 안하는데 너네가 왜 걱정하니? 걱정할거 하나도 없어. 차라리 좋다. 한번에 끝내버리니'

그래. 엄마 말대로 걱정 맙시다. 지금까지 문제된거 없었으니 이번 수술도 5시간 푹~ 자고 나오면 나쁜넘들 다 떨어져 나가고 없을거야.

병이란것이 맘먹기 나름이라는데 엄마랑 우리랑 모두 그렇게 생각하고 믿으면 된다고 난 생각해!!

 

TV 드라마는 역시 드라마였다. 2편

엄마는 RH+ O형이다. 나도 그렇다. 요즘 뉴스에서 수술하는데 피가 모지란다는 말을 하도 많이 들어서 병원에 물어봤다. 내 피를 받아뒀다 엄마에게 수혈해도 되냐고..

그런데 직계의 피는 안된단다. 어쩌고 저쩌고 설명을 하는데 도대체 의학상식이란 후시딘과 대일밴드밖에 없는 내게 그건 딴나라 말이었고 결론은 자식의 피는 엄마에게 줄수 없다는것.

드라마 보면 수술실 밖에서 서성이고 있는 가족들, 급하게 수술실에서 뛰어나와 '피가 모자라요~!' 외치면 장한 딸래미 아들래미들이 팔뚝을 걷어부치고 나서서 내 피를 쓰세요! 하면 델꼬 들어가던데.. 그건 뭐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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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7-02-22 19: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디 무사히 수술하시고 경과도 좋으시기를 기원합니다.

이매지 2007-02-22 1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고고고. 어머님도 무스탕님도 기운내세요. 역시 건강이 최고예요 !

날개 2007-02-22 2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술 무사히 잘 받으시고, 얼른 나으시면 좋겠네요.
무스탕님도 힘내시구요!

프레이야 2007-02-22 2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직계의 피는 안 되는 건 왜일까요?
무스탕님도 어머님도 힘내시고 수술 잘 되어 쾌유하시기를 바랍니다.

뽀송이 2007-02-23 0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런... 무스탕님 기운내시고, 어머님 곁에서 힘이 되어 드리셔요.
그리고 어머님의 수술이 잘 되시길 바랍니다.

마노아 2007-02-23 0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사히 수술 마치시기를 기원해요. 병원과 관련된 일이 있을 때마다 '권력'이 떠오른다지요ㅠ.ㅠ 그나저나 직계 피는 정말 안돼요? 울 엄니는 외할머니 수술하실 때 수혈했다고 하시던데... 대체 뭐가 맞는 거죠?...;;;;

2007-02-23 10: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무스탕 2007-02-23 18: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많이 걱정해 주시고 염려해 주시고 잘 되라고 기원해 주시고 기운내라고 토닥여 주신 많은 님들!!
감사합니다~♡

홍수맘 2007-02-25 1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스탕님 기운내세요. 옆에서 씩씩한 모습을 보여준다면 어머님도 같이 힘이 나실 겁니다. 기도중에 님과 어머님을 기억할께요.

무스탕 2007-02-26 17: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홍수맘님 고맙습니다. 내일 아침에 수술이세요. 잘 해내시리라 믿습니다. 걱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