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다이어리 - 행복을 느끼는 일상의 속도 낯선 곳에서 살아보기
이미화 지음 / 알비 / 2017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전혜린의 수필에 나오는 독일어 단어 "fernweh"가 떠올랐다. 먼 곳에의 그리움 이란 뜻을 가진 그 단어가 다른 독일어들이 학교를 졸업하며 잊혀지는 동안 계속 남아있는 건 나 역시도 그런 그리움을 가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저자는 그런 그리움을 베를린에서 현실로 만들었고 그 생활에 대해 쓴 것이 이 책이다. 누구의 등 떠밈도 없이 스스로 도착한 곳이라서 그런지 그녀는 힘들고 춥고 아플 때에도 용기를 가지고 삶을 반듯하게 지켜낸다. 노필터, 무보정의 이야기랄까. 여행자들만이 가질 수 있는 꿈과 환상 대신 고단한 삶이 구석구석 배치되어 있다. 그런데 그게 또 그렇게 반듯하고 소중할 수가 없다. 고단하게 지켜내서 그런 것인지.

  나는 독일에 가본 적이 없으므로 그곳의 건조함과 무뚝뚝함을 상상하며 읽었다. 알지 못하는 것을 짐작만 하는 와중에 그와 대조되는 그녀의 생생한 '살아있음/살고있음'의 에너지는 피부로 와닿는다는 생각을 했다. 표지의 분홍 같은 그런 생기가 매 순간에 스며있었다. 그리고 결정적 순간에 긍정적이었던 마인드. 그게 너무 예쁘다.

  알라딘에서 책을 주문하는 중이었고, 실체도 모르겠는 풀리지 않는 일에 답답했고, 기분전환과 용기가 필요하던 참에 저자소개를 읽고 이 책을 골랐는데 읽기 잘했다. 목적에 맞는 독서였다.

p.17
한참을 생각하다 화살표를 죽 긋고는 ‘후회‘라고 적었다. 여기에서 포기한다면 인생을 살면서 무수히 많은 벽에 다다를 때마다 지금의 선택을 후회하며 살아갈 것이 뻔했다.

p.193
그리고 인내는 더 높은 차원의 용기라는 걸 깨달았다. 용기가 없어서 떠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더 큰 용기로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이었다. 이제는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여전히 많은 친구가 말하는 나의 용기란 무작정 떠날 용기가 아니라 버티는 용기라는 것을. 그리고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모든 사람이 용기 있는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