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어넘기지 않는다 - 페미니스트 킬조이가 보내는 쪽지
에린 웡커 지음, 송은주 옮김 / 신사책방 / 2021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좋아하지만 역시 난해하고 그래서였는지 요새는 유행이 지난 듯한 여성적 글쓰기(식수)의 흔적을 여기서 본다. 원제에 들어있는 note, 번역으로 쪽지인 단어는 빈말이 아니다. 저자는 분열의 삽화를 쪽지들로 남기고 그것들을 패치워크로 엮어 이 책으로 만든 듯 하다.
ㅤㅤㅤㅤㅤㅤㅤㅤ
가부장제에서 여성-엄마-페미니스트로 존재하는 것은 분열할 수 밖에 없는 상태다. 이것을 기존 문법으로 적는다면 아무리 많이 써도 담을 수 없는 것들이 생긴다. 여성적 글쓰기는 그것을 완전하게 한다. 엮어내고 숨겨주고 빈 공간(행간)을 제공한다. 같은 맥락에서 전에 읽은 《자아, 예술가, 엄마》 도 생각난다. 통합적 존재로서의 ‘나‘라는 환상이 깨진 후(자아-예술가-엄마 라는) 그 조각을 모으는 과정의 ‘나‘ 혹은 그 작업을 읽었었다. 이 책은 자아-페미니스트-엄마의 경우다. 강간 문화에 관한 쪽지는 비교적 쉽게 읽히고(모두 동의하니까 역설적이게도 제일 편하게 읽을 수 있다) 우정에 관한 쪽지는 핵심 단어만 빼고 주변을 쓴 느낌. 그만큼 조심스러운 접근. 페미니스트 엄마 노릇에 대한 쪽지는 치마만다 응고지치 아디치에의 《엄마는 페미니스트》 보다도 솔직하게 다가왔다. 이건 진짜라고요.
ㅤㅤㅤㅤㅤㅤㅤㅤ
이 책에 휘둘리며 읽은 이유는 나도 딸을 낳아서, 그 어린이의 태명이 같은 쑥쑥이여서, 쫓긴 적이 있어서, 같은 결의 절망을 겪은 적 있어서만은 아니다. 가부장제의 즐거움이 즐겁지 않다는 연대, 그리고 그것을 인지함으로부터 오는 불안/흥분이 날 것 그대로 생생했기 때문이다. 호흡이 그대로 느껴지는 이런 책은 흔치 않지...
ㅤㅤㅤㅤㅤㅤㅤㅤ
*ㅤㅤㅤㅤㅤㅤㅤㅤ
별개로 분명 쉬운 책은 아니니만큼 역자후기 노트가 짧게라도 있었더라면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역시 지극히 개인적으로 읽을 때 의미가 증폭되기 때문에 없는 걸까 궁예해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