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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서울의 길 - 확장하는 도시의 현재사 ㅣ 서울 선언 3
김시덕 지음 / 열린책들 / 2021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드디어 기다리던 대서울 시리즈 세 번째다. 첫 번째와 두 번째 책에서 저자가 서울에 대한 책은 매년, 매달 갱신되어야 한다고 쓴 것처럼 과연 세 번째 책이 나온 지금의 서울은 또 다른 모습이다. 이번 책에서는 내게 익숙한 경기도 그 너머까지의 대서울을 주로 다룬다. 난 출퇴근도 통학도 안 하는 입장이라 대서울의 범위를 일상에서 체감하지 못한다. 하지만 나의 좁은 이곳은 놀랍게도 대서울 어디와도 연결된다. 진짜 ˝대˝서울이다. 이 책의 여정은 그 연결, 선(길)을 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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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책에서 유난히 눈길을 사로잡았던 건 곳곳에 서있는 위령비들이다. 위로하고 기록하기 위해 세운 비석이 잊혀지고, 사고들은 비석을 앞질러 잊혀진다는 느낌. 어떤 곳에서는 자연물처럼, 어떤 곳에서는 걸림돌처럼 방치되고 잊혀진 비석들이 매달 갱신되어야 하는 대서울 확장을 위한 땔감의 일부가 아닐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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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또 한 가지 눈에 들어온 것은 대서울에 형성된 외국인 노동자 거주지역에 대한 것들이다. 요즈음 난민 이슈가 대두되며 나오는 이슬람 문화를 수용할 수 있느냐 없느냐 하는 말들이 공허하게 느껴졌다. 스피커의 옆집이 아닐 뿐 이미 그것은 대서울의 한 부분이라는 걸 부정할 수 없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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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책의 묘미는 뿌리깊은나무 출판사에서 1983년 나온 《한국의 발견》시리즈와 지금의 대서울을 비교하며 읽을 수 있는 구성이다. 한국의 발견 시리즈를 공책에 베껴 적으며 사회 숙제를 했던 ‘국민학생‘이었던 나는 이 시리즈를 여전히 아빠가 갖고있다는 걸 알고있으므로 당연히 《대서울의 길》을 풍부하게 읽기 위해 빌렸다. 대서울의 길에 중요한 부분은 발췌되어있고 한국의 발견은 뒤적거리며 부분부분 읽었지만 엄청 재미있었다. 70대 아빠의 책꽂이에는 한국의 발견이, 내 책꽂이에는 대서울 시리즈가 있다는 것도 상징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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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책에서는 이전과 다르게 내가 잘 모르는 지역이 많이 나왔다. 이전 책에서는 아는 곳의 반가움, 기억의 재미를 느꼈는데 이번에는 안타까움이 컸다. 내가 알기도 전에 이미 사라진 것들, 더이상 원래 모습이 아닌 것들에 느끼는 감정이었다. 그러다 문득 몇해 전 우리집에서 내려다 보이던 주공아파트 철거 모습이 생각났다. 그 광경을 볼 때 이 비슷한 기분이었다. 소중했던 한때가 부서지는 장면, 돌이킬 수 없는 것을 속수무책으로 바라볼 때의 느낌. 이것을 미래 유산 보존 같은 이름을 붙여 낡은 아파트 한 동 남기는 걸로 무마시킬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