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위한다는 착각 - 종말론적 환경주의는 어떻게 지구를 망치는가
마이클 셸런버거 지음, 노정태 옮김 / 부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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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말론적 환경주의에 빠진 사람 필독서(바로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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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보면 요즈음 대세 환경주의는 신흥 사이비종교같은 성격이다. 일단 종말론을 진지하게 믿는다는 점, 구원자를 갈구한다는 점, 삶을 허물어서라도 신념을 지키려고 한다는 점에서. 너무 진지해져서 우울감이 생활을 지배해버렸던 내 경험상 그렇다(얼마나 진지했냐면 2050년에 울 어린이가 몇살인지 세어보고 절망의 구렁텅이에 빠졌을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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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와중에 이 책을 만난 건 행운이자 구원이다. 사실 제목만 보고 생활습관을 더 강하게 벼릴 수 있을 줄 알고 살펴보았는데(구제불능) ˝2050 거주불능 지구˝는 없다는 문구, 그린피스와 신재생 에너지에 대한 반론을 보고 이미 와장창 깨진 상태에서 읽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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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말론적 환경주의에 깊이 빠지게 만드는 교두보 격인 불타는 아마존, 플라스틱 빨대로 고통받는 바다거북, 멸종위기 북극곰 영상에 대한 진실 혹은 이면을 이 책은 다룬다. 그 진실이나 이면도 놀랍지만, 전부라고 믿은 그것이 가리고 있는 현실이 더욱 충격적이다. 이미 산업화로 에너지 자원을 충분히 누리는 선진국이 그렇지 않은 나라의 산업화를 막으면서 계속 낙후된 상태로 머물게 한다는 것, 플라스틱 빨대에 집착하며 더 큰 규모의 쓰레기 문제에 대한 면죄부를 받으려 한다는 것(스타벅스는 텀블러좀 그만 찍어내라), 북극곰에게 가장 큰 위협은 기후변화가 아닌 인간에 의한 사냥이며 북극곰 이미지는 기후 정치에 이용되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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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지구를 지킬 최선의 에너지는 원자력 발전이라는 주장도 매우 충격적이었다. 저탄소와 탈원전은 동시에 이루어질 수 없는데 두 가지를 함께 이루려는 시도가 이상하다는 생각을 왜 한 번도 하지 못했을까? 후쿠시마 원전이 한국의 이웃이라는 점과 일본에 대한 정치적 입장에 종말론적 환경주의가 결합하여 원자력을 더 불길하게 여기게 된 것 같다. 과학이 필요한 곳에는 과학을 두는 게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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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말론적 환경주의에 빠지는 이유가 종말론적 종교에 빠지는 이유와 크게 다르지 않음을 지적한 부분도 매우 인상적이다. 환경문제는 결국 휴머니즘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인간을 이롭게 하고, 우리가 사랑하는 식물과 동물들을 지켜내는 것이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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