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아마도 - 김연수 여행 산문집
김연수 지음 / 컬처그라퍼 / 2018년 7월
평점 :
절판


좋아한지 십오 년 된 남자는 없지만 좋아한지 십오 년 된 작가는 있는데 바로 김연수다. 적당히 좋아할 땐 모조리 찾아 읽고 굿즈 모으고(사실 옛날이라 굿즈란 건 없었다. 구할 수 없는 책 도서관에서 빌려다 복사하기, 헌책방 이 잡듯이 뒤져 뭐라도 건지기의 결과물이 굿즈라고 우겨본다.) 했는데 세월이 쌓이니 모두가 읽고 난 뒤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7월에 나온 책을 8월에 구입하고 다시 9월까지 묵혔다 읽은 게 지금이다. 사람으로 치면 이제 청소년기를 지나고 있는 나의 팬심은 팬의 행렬 맨 앞에서 꽃가루를 뿌리는 쪽보다 이 행렬의 끝을 보기 싫다는 생각에 맨 마지막 줄에 한 사람을 더 보태는 쪽인 것이다.
어쨌거나 늘 그렇듯이 좋았고 외로웠고. 글의 바탕색은 대부분 외로움인데 그게 쓸쓸하지가 않다. 타인의 부재는 타인의 존재를 불러오므로. 끝나는 곳에서 비로소 끝이 아님을 세상의 모든 장소에서 떠올리는 이 여행 이야기들이 가슴에 꽉 찬다.
김연수(그리고 하루키)의 여행산문을 읽은 사람은 여행기 따위를 쓰겠다는 마음 먹기가 어렵겠단 생각도 들었다. 가본 적도 생각해본 적도 없는 장소를 이렇게 마음에 심어버릴 수 있담. 굉장한 문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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