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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원 ㅣ 그림책은 내 친구 1
앤서니 브라운 글 그림, 장미란 옮김 / 논장 / 2002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안서니 브라운의 이야기에는 '가족'이 자주 등장한다. 소음 공해에 불과한 썰렁한 유머의 소유자이며 독재자의 면모를 지녔지만 사실은 소시민에 지나지 않은 아버지와 덩치 큰 아버지에게 밀려 큰소리를 갖진 못하지만 자상하고 따뜻한 마음을 지닌 감성 풍부한 엄마 그리고 아버지의 독재와 어머니의 감수성사이에서 시소를 타고 있는 철부지 두 형제가 그들이다.
그들 가족이 이상적인 모습이 아니고 어딘지 뒤틀린 모습을 하고 있듯 그들 가족이 찾은 <동물원> 역시 즐거움 넘치는 장소가 아니다. 우리 안의 동물들은 등을 돌리고 있거나 우울하고 침울한 모습들이다. 철창을 통해 동물을 바라보는 엄마의 얼굴은 우울한 고릴라의 얼굴과 겹친다. 창살은 집으로 돌아온 아이의 방 안에도 드리워진다.
안서니 브라운의 이야기는 적나라하다. 일부러 다정한 가족들의 모습을 꾸며내지도 않고 가족 나들이의 대명사인 <동물원>이라는 공간을 크고 작은 신기한 동물들이 모여있는 즐겁고 유쾌한 장소로서가 아니라 인간의 이기심으로 인공적으로 꾸며진 동물들을 속박하는 공간으로 그리고 있다.
또한 속박은 동물원 안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동물원 안의 동물들과 마찬가지로 인간들도 결국엔 어딘가에 속박된 굴레 속의 인간임을 보여 주고 있다.
사진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정교한 필치의 동물 그림과 냉소적인 가족 이야기가 따로 또 같이 병렬된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