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줌마답게 아침이면 라디오 방송에 귀를 기울인다. 주변의 산들의 영향 때문인지 여기는 FM라디오가 107.7밖에 안 나온다. 파워 FM, 에스비에스는 그렇게 말해도 된다. 파워라고. 그래서 항상 라디오는 그 주파수에 맞춰져 있어 자연스레 아침이면 빠른 날은 이숙영의 목소리와 늦은 날에는 김창완의 목소리를 듣는다.
김창완은 그 구수한 수다로 준아줌마의 자격을 청취자로부터 얻었다. 그렇다고 소란스럽지도 않고 선곡도 아줌마가 소화하기에 무리가 없다.
언젠가 남편이 김창완의 사인을 얻어다 준 적이 있다. 점심을 먹는 데 어디선가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 돌아보니 김창완이었다는 것. 내가 그의 방송을 즐겨 듣는 것을 익히 알고 있던 이 사람이 용기를 내어 김창완의 사인을 받아다 준 것이다. 사인 받을 종이가 없어 자기명함에다 받아 온 사인을 내게 내민다.
나는 그것을 소중히 받아들었다. 그리고는 잘 고이 고이 모셔두었다. 그리고는 잃어버렸다. 그만 어디다 두었는 지 잊어버리고 만 것이다. 아줌마들이 피해 갈 수 없는 치매증상.
아직도 생각하면 아쉽기만하다. 잘 놔 두면 왜 꼭 못 찾게 된다. 아무데나 휙 던져두면 손이 저절로 찾는 데 머리를 잘 써서 꼭꼭 놔 두면 그것은 절대 못 찾게 된다.
김창완 자필 사인을 잃어서기도 했지만 남편의 정성이 기특하였기에 더 미안섭섭하였다.
김창완. 오전 11시에 영화 음악하다가 김미숙의 출산으로 9시프로를 이어 받게 된 지금까지 나는 그의 열혈청취자다. 그가 라디오 방송을 계속하는 한 언제까지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