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에게는 하나의 이야깃거리나 주제 혹은 작가에 관심이 생기면 그 이후로 몇 달동안은 그 관련이야기나 혹은 작가의 작품 심지어는 그의 사생활까지 궁금해하며 파헤치고 찾아내는 버릇이 있다. 그것들은 유독 나에게 관심을 끈다. 집착이다 할 정도로…
그렇게 해서 만나게 된 작가가 김영하였고 처음으로 접했던 그의 작품은 “엘리베이터에 낀 그남자는 어떻게 되었나” 였다. 지금은 김영하의 책을 몽땅 다 읽어버려 아쉬운 감정에 웹상에 돌아다니는 다른 글이 없나 하며 무언가를 찾고 있는 중이다.
그의 단편집 “엘리베이터”는 1999년도에 나온 소설집이다. 이 소설집에는 “사진관 살인 사건”, “흡혈귀” 등 모두 9작품이 실려있다. 이 소설 제목부터가 그렇듯이 단편 제목들이 참 신선하고 특이하다. “비상구” 에서와 같이 작가가 마치 직접 경험하고 살아본 것처럼 삼류의 인생을 사실적으로 그려내 소설의 끝머리를 주인공의 대사 “니미 씨발이다”라고 마무리 짓는가 하면 “흡혈귀”, “피뢰침” “고압선”등에서는 일상에서 또는 사회에서 종종 일어나는 일들을 작가 특유의 상상력을 불어넣어 SF적인 요소를 가미하여 이야기들을 이끌어나가고 있다.
작가는 작가 후기에 이런 말을 한다. [담배 같은 소설을 쓰고 싶었다. 유독하고 매캐한, 조금은 중독성이 있는, 읽는 자들의 기관지로 빨려들어가 그들의 기도와 폐와 뇌에 들러붙어 기억력을 감퇴시키고 호흡을 곤란하게 하며 다소는 몽롱하게 만든 후, 탈색된 채로 뱉어져 주위에 피해를 끼치는 그런 소설을 쓸 수 있기를, 나는 바랐다.]
김영하는 정말 예리한 시선을 가졌고 또 그에 부합하는 놀라운 글을 쓸줄 아는 작가이다. 이 소설을 읽는 내내 그랬다. 김영하의 책속으로 빨려 들어가 잠시도 나오기 힘들었으며 담배 같은 그러한 매캐한 중독성이 아직도 내 안에 있는 상태다. 몇 달만에 그의 소설, 산문등을 다 읽어 치우고도 아직도 아쉬움이 남아 있을 정도니까.
개인적으로는 앞에서도 언급한 19살짜리 매춘부와 20살 삐끼가 살아가는 삼류의 인생을 신랄하게 보여준 “비상구”와 보통인의 평범한 상상력으로는 받아들이기 힘든 “흡혈귀”, “피뢰침” “고압선”이 참 신선하고 충격적이었고… 지금까지도 두세번 연거푸 읽을 만큼 매력적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