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린 시절, 우리는 아버지로부터 침대 머리맡에서 끝이 없는 이야기들을 듣던 추억들을 누구나 다 가지고 있다.
이야기는 대체적으로 허무맹랑하다. 불을 뿜는 용이 나타나 우리의 영웅과 싸우는 것은 물론(여기서 영웅은 결국에는 항상 승리한다.) 때로는 우리의 아버지가 주인공이 되어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기도 한다. 아이들을 잡아 먹는 망태기 할아버지도 등장한다.
이야기들은 대체적으로 온갖 무협 내지는 판타지 등으로 장르를 구분 지을 수 없을 뿐더러 어디가 처음이고 어디가 끝인지 첨과 끝의 경계도 애매 모호하다. 내용도 줄거리도 등장인물도 모두다 말하는 사람의 맘대로인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자라면서 하나하나 깨닫는다. 그런 이야깃거리가 일부는 사실일지라도 대부분은 아버지의 머릿속에서 형상화 된 그 무엇이라는걸 말이다.
팀버튼의 “빅피쉬”는 그런 영화이다.
빅피쉬에는 애들 같은 동심을 가지고 사는 아버지 에드워드 블룸과 그런 아버지를 인정하지 않는 아들 윌리엄 블룸이 나온다. 윌리엄은 어린시절부터 숱하게 아버지의 이야기를 들으며 성장한, 이제는 그런 이야기를 더 이상 믿지 않는 어른이 되버린 존재이다. 윌리엄에게는 항상 어른이 된 후에도 아버지의 모험담을 들어야만 하는게 고역이다. 아들의 모습을 인정해 주지 않는다고 생각한 윌리엄에게 그런 아버지는 이제 위선인 것이다.
평생을 허무맹랑한 과장된 이야기 속에서 그것이 자신의 이야기라고 믿으며 살아가고 있는 아버지와 사실을 밝혀야 하는 기자라는 직업을 가진 아들. 팀버튼은 이들의 화해를 시도한다.
아버지란 존재를 다시 한번 곱씹어보게 하는 영화. 이제는 아련해져 버린 우리의 어린 시절 추억을 다시 떠올리게 하는 영화. 나에게 잠들어 있던 내 무한한 상상력을 다시금 깨운 영화. 역시 팀버튼이구나 했던 영화. 바로 빅피쉬였다.
개인적으로 시나리오가 참 맘에 들었다. 나중에 스크립트를 얻어 다시 한번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