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교시절, 특히 반내에서의 '주먹'서열은 나에게도 몸에 본능적으로 배인 습성이었다.
처음에 기태와 희준(빽희)이를 혼동해서 이삼십분을 헤맸었다. 이지메당하는 애가 죽은 게 아니라...
3대 3으로 월미도를 놀러가는 아이들 속에 짝사랑의 엇갈림은 현실적이라 생각했다. 그런 일이 많았으니까.
이런 싱그러움과 안타까움은 20대까지만 누릴 수 있는 선물이 아닐까.
기태의 중고교 동창인 동윤이는 강자와 약자 사이에서 약자를 배려할 줄 아는 캐릭터가 있었다.
여친 세정이가 기태와 희준 사이의 먹먹한 대립에 대하여 동윤이에게 한마디 해준 말이 강하게 남았다.
"너, 낙인찍혀본 적 있어?"
친구에 대해서, 소문에 대해서, 타인의 지지에 대해서 고민해볼 수 있는 토요일 낮의 반가운 시간이었다.
걸어나오는 이대역 거리는 6시가 넘었어도 해는 기울지 않고, 다만 봄바람이 세게 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