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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배우

 

                        / 가을방학

 

어느 3월의 주말에

친구로부터 한 여자를 소개받기로 한다

이름은 낯설지만

이따금씩 작은 영화에 나온다는 그녀

 

궁금증을 못 참고서

그녀를 담은 작품을 몇편인가 찾아낸다

늦은 밤 턱을 괴고

나와는 별 인연이 없던 세상을 본다

 

아 모르는 사람을 본다는 것이

이리 가슴 뛰는 일이었는지

난 내 무릎을 안은 채 웅크린다

마치 영화관에 처음 갔을 때처럼

 

귀 기울여 듣게 된다 눈여겨 보게 된다

너무 빨리 지나간다 그러다 툭 멈춘다

 

아 모르는 사람을 본다는 것이

이리 가슴 뛰는 일이었는지

난 내 손톱을 뜯으며 시계를 본다

마치 오디션장에 가는 것처럼

 

어느 3월의 주말에

그녀는 내게 정말 말씀 많이 들었다면서

묘한 웃음을 짓고

갑자기 내 얼굴에 눈부신 조명이 비춘다

 

 

.....................................................

올 3월에 발견한 노래 중의 하나 !

가사를 음미하다 보면 신선한 깊이가 있다.

내 스스로에게 귀 기울여 듣게 되고, 눈여겨 보게 되는 봄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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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 문정희

 

아버지도 아니고 오빠도 아닌
아버지와 오빠 사이의 촌수쯤 되는 남자
내게 잠 못 이루는 연애가 생기면
제일 먼저 의논하고 물어보고 싶다가도
아차, 다 되어도 이것만은 안 되지 하고
돌아 누워버리는
세상에서 제일 가깝고 제일 먼 남자
이 무슨 원수인가 싶을 때도 있지만
지구를 다 돌아다녀도
내가 낳은 새끼들을 제일로 사랑하는 남자는
이 남자일 것 같아
다시금 오늘도 저녁을 짓는다
그러고 보니 밥을 나와 함께
가장 많이 먹은 남자
나에게 전쟁을 가장 많이 가르쳐 준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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水墨 정원 9

-번짐

                               / 장석남

 

번짐,

목련꽃은 번져 사라지고

여름이 되고

너는 내게로

번져 어느덧 내가 되고

나는 다시 네게로 번진다

번짐,

번져야 살지

꽃은 번져 열매가 되고

여름은 번져 가을이 된다

번짐,

음악은 번져 그림이 되고

삶은 번져 죽음이 된다

죽음은 그러므로 번져서

이 삶을 다 환히 밝힌다

또 한번-저녁은 번져 밤이 된다

번짐,

번져야 사랑이지

산기슭의 오두막 한채 번져서

봄 나비 한마리 날아온다

 

 

장석남 시집 <왼쪽 가슴 아래께에 온 통증> 중에서 (창비시선 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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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볕이 잘 드는 그 어느 곳이든
잘 놓아두고서 한 달에 한번만
잊지 말아줘, 물은 모자란 듯 하게만 주고

차가운 모습에 무심해 보이고
가시가 돋아서 어둡게 보여도
걱정하지 마, 이내 예쁜 꽃을 피울 테니까

언젠가 마음이 다치는 날 있다거나
이유 없는 눈물이 흐를 때면 나를 기억해
그대에게 작은 위로가 되어줄게

내 머리 위로 눈물을 떨궈
속상했던 마음들까지도
웃는 모습이 비출 때까지
소리 없이 머금고 있을게

그 때가, 우리 함께 했었던 날 그 때가
다시는 올 수 없는 날이 되면
간직했었던 그대의 눈물 안고 봄에 서 있을게

언젠가 마음이 다치는 날 있다거나
이유 없는 눈물이 흐를 때면 나를 기억해
그 대에게 작은 위로가 되어줄게

내 머리 위로 눈물을 떨궈
속상했던 마음들까지도
웃는 모습이 비출 때까지
소리 없이 머금고 있을게

그 때가 우리 함께 했었던 날 그 때가
다시는 올 수 없는 날이 되면
간직했었던 그대의 눈물 안고 봄에 서 있을게

 

 

 

............................................................

올 1월에는 이 노래를 제법 많이 듣게 되었다.

한 곡 한 곡 발견해가는 기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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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는 법>

 

(유희열) 난 아직도 잘 모르죠 인생이 어떤 건지 어딜 향해 가는지
(이상순) 혹 가고 싶은 곳을 알고는 있는 건지
(윤   상) 난 그래도 알고 있죠 아픈 게 어떤 건지 어떨 때 편안한지
(정재형) 날 안아 준 그 품이 얼마나 따뜻한지

(김동률) 애써 말하지 않아도 되는 것
(나윤권) 배우지 않아도 이미 다 알고 있는 것들
(김동률 ) 그걸론 모자란 거라면
(나윤권) 이제 누가 내게 가르쳐 주나요

(쉿소로) 그 누구도 알 수 없는 그런 게 인생일지 몰라도
(박정현) 어쩌면 우는 것도 웃는 것도 왠지 별다를 것 같지 않아요

 

(정순용) 너무 많은 걸 생각하지 않기 때로는 슬퍼도 좀 안 그런 척 웃어 보기
(하동균) 대단치도 않은 일들이 가끔은 나에게 더 큰 힘을 주죠
(존   박) 난 아직도 아이처럼 세상을 모르는지 몰라도
(하   림) 어쩌면 우는 것도 웃는 것도 왠지 별 다를 것 같지 않아요

( 합창  ) 더 먼 곳을 바라보기 스스롤 조금 더 믿어주기
(이   적) 나도 모르는 동안 이만큼 와있는 날 기꺼이 칭찬해주기

( 합창  ) 그 누구도 알 수 없는 그런 게 인생일지 몰라도
(이영현) 어쩌면 우는 것도 웃는 것도 왠지 별다를 것 같지 않아요

( 합창  ) 난 아직도 아이처럼 세상을 모르는지 몰라도
(김동률) 어쩌면 언제까지 이렇게만 살아갈 수 있다면은 좋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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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내 자신의 변화 중의 하나는,

많은 노래를 직접 찾아서 듣게 되었다는 것이다.

<나가수>의 영향이 컸고 아이팟의 내조(?)가 컸다.

연말에 나온 김동률 노래 중에서

여러 아티스트들의 음색을 한 곡에서 만나는 것도 즐거운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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