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노기술이 미래를 바꾼다 공학과의 새로운 만남 3
조영호 외 지음, 이인식 엮음 / 김영사 / 200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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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시[d], 센티[c], 밀리[m] , 마이크로[μ], 나노[n], 피코[p], 펨토[f], 아토[a]. 10의 음의 지수쪽으로 가는 Unit Prefix들이다. 전기쪽에서는 피코나 펨토의 단위도 많이 쓰이지만 (pA, fF 등), 길이나 두께에서는 나노가 한계일 것이다. 이론물리에서 다루는 아원자 입자는 제쳐두고, 실질적인 원자 반지름이 0.1nm 수준임을 고려해보면 그렇다는 말이다.

다른 쪽은 잘 모르겠고, 바야흐로 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도 나노급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2003년 현재 양산되는 최고집적 DRAM 상황이, 최소 선폭은 0.1μm 즉, 100nm를 약간 넘는 수준까지, 두께는 수nm 까지 내려와 있다. 사실 두께는 문제가 아니고 폭을 100nm 이하로 줄이는 게 급선무이다. 이 책에서 차세대 대안 기술 몇 가지를 확인해 볼 수 있었다. 더 나아가 자기메모리MRAM, 단전자트랜지스터SET, 스핀트로닉스spintronics 등 미처 몰랐던 지식까지 덤으로 얻었다. (이건 내 밥벌이와도 관계가 있기 때문에 중요하다...^^)

나노 기술이 아우르는 범위가 전자소자뿐 만이 아니고 MEMS, 소재, 바이오 등까지 매우 넓고 이제 막 태동하는 분야이기 때문에, 사실 체계적인 소개서나 입문서를 여러 입맛에 딱 맞게 만들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이 책이 시도한 내용은 적절했다고 본다. 파인만, 드렉슬러부터 시작되는 나노기술의 원류와 국내 산/학계 여러 전문가들의 설명과 진단, 그리고 마지막으로 미래상과 경고까지... 여러 교수들의 글에서 계속 반복되는 추상적 개념과 막연한 추측들이 좀 아쉽기도 했지만 그 또한 현 시점에서는 어쩔 수 없는 것이리라.

ps) 여러 저자들 중 낯익은 이름들도 많이 보여 반가웠는데, 특히 모모대학 모교수님 이름이 더 그랬다. 학부1학년 때 일반물리학 F를 받았거든...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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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운 대칭성
앤서니 지 / 범양사 / 199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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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슈타인의 유명한 말이 있다. “나는 신이 이 세상을 어떻게 창조했는지 알고 싶다. 나는 이런저런 현상이나 이런저런 원소의 스펙트럼에는 흥미가 없다. 나는 신이 생각하는 바를 알고자 하며, 그 나머지는 세부적인 사항이다.” 뜻인즉슨, 수많은 현상론적 법칙을 순수 기하학에 기반을 둔 단 하나의 기본법칙으로 대치시키겠다는 것이다. 자연의 궁극적인 구도design를 밝히자는 것이다. 이를 가능케 하는 두 가지 심오한 원리가 바로 ‘대칭성’과 ‘재규격화’이다.

대칭성의 원리는, 물리적 실재가 서로 다른 관측자에게 표면적으로 다르게 지각된다 하더라도 사실상 하나이며, 구조의 단계에서는 같은 물리적 실재라는 것을 말한다는 데, 회전변환이나 반전변환parity 같은 것은 기하학적 대칭이기에 머리 속에서 쉽게 그려진다. 그러나 하이젠베르크 이후의 대칭성은 기하학을 떠나 추상적 내적 공간에서의 대칭성으로 확장된다. 즉, 절대 내 머리 속에서 쉽게 상상이 안 된다는 말이다. 그렇더라도 결론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숙지해야 할 key word가 많다. 전하반전불변성(하전공액), 상대론적불변성(로렌츠변환), 일반공변성(동력학적 대칭성), 하전스핀 대칭성, 기묘도 보존, 비아벨 게이지 대칭성, 국소적 대칭성, 점근적 자유이론, 대칭의 자발적 깨짐, 양-밀스 이론, 힉스 장, 군 이론... 솔직히, 이런 용어들에 대한 저자의 설명은 친절한 편이 못 된다.

그래서 내가 이해한 결론은 어설프다; 이러 저러한 대칭성에 의해 전자기 상호작용과 약한 상호작용에 대한 하나의 이론『표준 이론』이 만들어졌다. 광자와 W, Z보존은 양-밀스의 게이지 보존으로 서로 연결되며 대칭군에 의해 서로 전환되기 때문이다. 좀더 나아가 (점근적 자유이론에 의해 어떤 에너지 단계에서는), 강한 상호작용까지 통일되었다『대통일 이론』. 광자, W, Z보존, 그리고 8개의 글루온을 하나의 양-밀스 이론의 게이지 보존으로 묶을 수 있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제 왜 전자와 양성자가 정확히 같은 크기와 반대 부호의 전하를 갖는 지를 설명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SU(5) 대칭군에 의해 저절로 그런 결과가 도출된다. 군 이론은 이후 16차원의 SO(10)까지 확장된다.

하나 남은 게 ‘중력’인데, 이 책이 씌어진 게 1986년이라 중력까지 아우르는 초중력이론, 초끈이론에 대해서는 간략히만 소개된다. 초끈이론을 포함하는 최근의 현대물리 대중과학서들을 보면, ‘대칭성’이라는 말을 종종 볼 수 있다. 좀 더 알 필요가 있겠다 싶어 이 책을 골랐지만 결코 쉽지는 않았다. 무릇, 과학대중서를 쓰려는 저자는, 일반인과 전공자의 중간 어디에선가 그 수준을 고민할 텐데, 문외한인 내가 볼 때 결코 알아먹기 쉬운 수준은 아니었다. 그림도 별 상관없고, 비유도 어설프고... 쩝, 입맛만 다시다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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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맞은나무같이 2021-04-29 08: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문외한이시라면서 책에 대한 전반적인 설명이 어떤 식으로 쓰여져있는지 딱 그려집니다 감사합니다^^
 
마이너리티 리포트 필립 K. 딕의 SF걸작선 1
필립 K. 딕 외 지음, 이지선 옮김 / 집사재 / 200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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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VD와 책을 한꺼번에 주문했었다. 택배가 도착하고는 잠시 갈등을 해야했다. 영화 먼저 볼까, 책 먼저 볼까? 결국은 영화를 먼저 봤다. 일단 짧으니까... 그 후에 책에서 마이너리티만 골라 읽었는데, 오히려 영화보다 짧은 시간에 읽혔다. 결론은? 어느 순서이어도 상관없었겠다. 설정도 줄거리도 분위기도, 책과 영화는 나름대로 제 맛이 따로 있다. 한 제목으로 두 거장의 각 작품을 즐기는 맛도 괜찮다.책에 실려있는 다른 단편들도 훨씬 짧긴 하지만 좋은 작품이다. 비록, 출판사의 의도는 ‘마이너리티’에 불과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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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과학 산책
김재희 지음 / 김영사 / 199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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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보면 신과학의 원류源流는 60년대 히피족과 환각제라고 볼 수도 있는데, 양자역학과 상대성 이론 그리고 동양 전통 종교 등이 이론적 근거를 마련해주면서 자연과학뿐만 아니라 인문사회학에서도 New Age Movement 물결이 밀려 닥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프리초프 카프라의 [현대 물리학과 동양 사상, 1975]가 번역 출판된 것을 계기로 1980년대부터 신시대 즉, 신과학 열풍이 불었다고 한다.

이 책에서는 신과학의 원조 격인 자연 과학자들의 강연, 대담 내용을 편집하여 그 원류를 제대로 알 수 있게 해준다. 카프라(1939-) 편에서는 시스템 이론, 생태론적 세계관으로 지구를 살리는 새로운 선택이라는 주제를 얘기하고, 하이젠베르크 (1901-1976) 편에서는 과학사에서의 혁명을 이끄는 사고의 전환에 대해, 데이비드 보옴 (1917-) 편에서는 특유의 hologram (저자는 온그림이란 새로운 용어를 제시한다) 비유를 통해서, 접혀진 질서(implicit order)로 부분을 넘어 우주 전체를 포괄하는 대자연의 섭리를 설파한다. 일리야 프리고진 (1917-) 편에서는 그 유명한 흩어지는 구조 (dissipative structure), 비가역성의 개념으로 힘찬 요동을 통한 혼돈으로부터의 새로운 질서를 얘기한다.

계속해서 저자 자신의 두뇌/언어/의식의 진화론, 루퍼트 셸드레이크(1942-)의 형태장 이론에 의한 새로운 생물학, 스타니슬라프 그로프(1931-)의 출생체험/초월체험을 다루는 초월심리학, 프란시스코 바넬라(1946-)의 맴돌이 구조를 갖는 순환의 창조원리로 생명현상, 논리구조, 신경계, 인식론 등을 다룬다. 이 부분은 시대적으로 다음 단계의 학자들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 나로서는 모두 낯선 이름들이다.

이 책에서 말하는 신과학의 커다란 주제는, 데카르트와 뉴턴 식의 결정론적, 기계론적 세계관이나 환원주의는 더 이상 세상을 지배할 수 없게 되었고, 대신 옴살스럽고holistic 생태론적인ecological 아주 새로운 시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신과학이 아우르는 범위가 이 것 이외에도 현대 과학이 풀지 못하는 초자연 현상까지 포함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여차하면 반과학, 사이비 과학으로 치부되기 십상이다. 본 책에서는 그러한 주제는 다루지 않았지만 셸드레이크, 그로프 편에서는 괜히 어려운 학술 용어로 피해갔을 뿐이지 아슬아슬한 느낌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신과학에서 새로운 세계관에 대한 부분은 공감하지만 초자연 현상에 대한 주장은 무시한다. 사실 신과학이나 모스트모더니즘 계열의 과학철학/과학사회학자들의 집요한 공격에 질린 정통 과학자들의 반격도 있다. 존 매독스 [발견을 기다리는 과학, 1998], 칼 세이건 [악령이 출몰하는 세상, 1995], 알랭 소칼 [지적 사기, 1997], 그리고 CSICOP 단체 등. 모름지기 관람객 입장에서는 균형 잡힌 시각을 갖추고 냉정히 바라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ps) 순전히 개인적인 경험인데, 그 동안 생물학 분야의 책들을 보면서 개체나 종을 다루는 전체적인 얘기는 뭔가가 의심쩍고 이해가 잘 안되길래, 유전자나 분자 생물학처럼 세부로 분해하는 쪽을 기웃거렸다. 이게 바로 이 책에서는 말하는 근대 기계론적 환원주의적 습성이 몸에 배어버린 탓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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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역학의 모험 법칙 시리즈 3
TCL 지음, 김종오.박성근 옮김 / 과학과문화 / 200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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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이 책에서 말하는 양자역학의 수준은 현대물리학 개론서와 양자역학 전공서의 중간쯤 될 듯하다. 그렇다면, 물리로 먹고 사는 게 아닌 나와는 상관없는 책이겠다고? 그게 아닌 것이, 이 책의 저자들도 양자역학은커녕 물리 자체와도 전혀 관계없는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들이 전공 수준의 책을 어떻게 쓰냐고? 근데 정말 해냈다. 그래서 정말 우리에게 딱 맞는 책인 것이다.

전공은 아니지만 양자역학 같은 현대물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래서 관련 교양서적을 몇 개 읽어 보았는데 도대체 뜬 구름 잡는 소리에 간질간질함을 느끼고 있었다면, 이 책으로 제대로 공부할 수 있다. 대개의 과학교양서는 수식을 하나도 안 쓰고 일상적인 비유만으로 설명해냈다는 것을 자랑으로 삼는다. 이 책은 아니다. 수식을 하나 하나 풀어내며 그 필요성과 원리와 결과를 이해하고자 애쓴다. 예를 들면, 보어의 원자모델 식을 이해하기 위해 고전 역학의 각운동량 공식까지 거슬러 올라가고, 하이젠베르크의 행렬역학을 유도하기 위해 수학의 행렬이론을, 슈뢰딩거의 파동방정식을 위해 푸리에급수까지 공부하는 식이다. 그 와중에 스스로 이해한 바를 스스로의 언어로 묻고 답한다. 딱 우리가 간질간질했던 것이다.

일반인이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겠냐고? 수학에 대해 극도의 거부감만 없다면, 수식을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얻게 되는 재미와 기쁨이 솔솔찮다. 노벨상을 받은 위대한 물리학자들이 자기 이론을 완성하면서 느꼈을 그 기분을 우리도 느껴보자고!!! 전공자라도 묻고싶다. 학교 앞 당구장에 있거나, 혹은 도서관에 있더라도 토익책이나 펴놓고 있는 물리과 학생이 과연 이만큼이라도 이해하고 있을까?

별점은, 개인적인 입장에서는 5개가 아깝지 않다. 하지만 사람에 따라 별점이 1점 아니면 5점으로 극과 극을 달릴 것 같다. 그렇더라도 이제 양자역학을 배우게 되는 물리학도만큼은 반드시 봐야 할 책이다. 공부는 이렇게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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