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일깨우는 글쓰기>를 읽고 리뷰해주세요.
나를 일깨우는 글쓰기
로제마리 마이어 델 올리보 지음, 박여명 옮김 / 시아출판사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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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갑자기 사는 게 시뜻하다. ‘왜 사냐건, 웃지요’라지만 웃을 일도 없다. 지루한 일상이 반복될 뿐이다. 머릿속엔 어느새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하며 연신 자신을 꾸짖는다. 그래 봐도 뾰족한 수가 없다. 답답하기만 하다. 메모지가 보인다. 펜을 들어 몇 자 끼적인다. 이내 글자 위에 까맣게 환칠을 하고 메모지를 북북 찢는다. 산산 조각난 종이를 공처럼 뭉쳐 휴지통에 휙 던져 넣는다. 한숨을 길게 내쉰다. 

 

1.

삶이 끝 간 데 없이 허무할 때 당신은 무얼 하시나요?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있어도 채워지지 않는 허전함이 밀려올 때 당신은 어떻게 하시나요? 별 의미 없이 종이 위에 몇 자 긁적이진 않나요? 글을 써 보는 건 어때요? 힘들다구요? 자, 그럼 이렇게 해 보세요.
 

스텝 원, 짜~~잔. 우선 백지공포증을 극복하라!
누구나 글 잘 쓰는 사람을 마냥 부러워하죠. 그런데 정작 자신은 그런 글재주가 없어 쓸 수 없다고만 합니다. 허나 타고난 천재는 없고 길러진 천재는 있는 법. 누구나 연습만 하면 글을 잘 쓸 수 있답니다. 학창시절 글을 썼다가 선생님께 빨간 글씨로 도배된 자신의 글을 받아 본 경험이 있을 겁니다. 빨~간펜! 무지 공포스럽죠. 그 후론 스스로 자신의 글을 검열하진 않았는지 생각해 보세요. 그리고 이제부턴 그냥 생각이 떠오르는 대로 무작정 써 보는 겁니다. 

그래도 어렵다구요. 그럼 스텝 투, 짜~잔. 자신만의 글쓰기 환경 조성하라!
당장 문구점으로 뛰어가 노트와 펜을 사는 겁니다. 그것도 자신이 제일 맘에 드는 걸루다. 마치 애인에게 선물하듯 자신에게 선물하는 겁니다. 집으로 돌아와 방문에다 ‘홀로움을 즐기는 중’라고 붙여 두세요. 홀로 책상에 앉아 좀 전에 산 노트와 펜으로 그냥 자신에게 말을 걸듯 써 내려가는 겁니다. 조용한 분위가가 낯설다면 음악을 살짝 틀어두는 것도 좋아요.
 

글쓰기 참 쉽죠~잉! 

2.

낙서하듯 써 내려간 글을 소중히 보관하였다가 최소한 하루가 지난 후에 꺼내어 읽어보세요. 자신과 거리를 두고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을 거예요. 그러면서 점차 억압된 감정의 찌꺼기들이 사라지며 새롭게 삶의 의미를 발견하게 됩니다. 우리 인간은 의미가 없는 일에 쉽사리 싫증을 냅니다. 의미를 좇는 존재라고나 할까요. 

이젠 제대로 글을 써 보고 싶겠죠? 그렇다면 색다른 글쓰기를 시도해 보세요. 제가 이 책 2부에서 언급한 자동기술법, 클러스터, 마인드맵, 시, 콜라주, 두 단락 기술, 다이얼로그와 같은 기법을 적용해 보세요. 대신 진솔하게 써야 하는 거 잊으시면 안 됩니다.

그렇게 꾸준히 쓰다보면 상처 난 마음이 치유되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글은 힘이 셉니다. 여러분이 상상했던 것보다 치유의 힘이 놀라우리만치 강하죠. 당신이 살고 있는 한국, 어느 시인은 살아온 만큼만 쓰라고 했다죠. 삶이 녹아있는 글을 쓰면 내면이 치유되고 남도 공감합니다. 삶이 배어 있는 글을 써 보도록 하세요.

3.

당신이 읽은 제 책, 152쪽을 펴 보세요. 거기에 예식에 대한 정의가 있지요. 습관처럼 반복하는 행동이 아니라 자신이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여 의식적으로 반복하는 행동을 예식이라고 합니다. 여태껏 당신이 제 말대로 글 쓰는 연습을 했다면 이젠 글쓰기를 예식으로 여기고 일상에서 틈틈이 글을 쓰도록 노력해 보세요. 그러다보면 재미 없는 일상이 기쁨과 즐거움으로 가득한 나날로 바뀔 거예요. 때론 집 근처를 산책하세요. 펜과 작은 노트를 들고서. 칸트도 니체도 산책을 즐겼답니다. 그들이 세상에 내놓은 책들도 산책하면서 구상했던 겁니다. 걸으며 사유하기를 즐겨 보세요. 이젠 헤어질 시간이군요. 부디 올해는 재미나고 의미 있는 삶을 살아가길 빌게요. 글쓰기와 함께.

 

- 스위스에서 저자가

 

# 위 글은 필자가 저자의 처지에서 독자에게 띄우는 편지 형식으로 쓴 가상 편지이니 오해 없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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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만합창단>을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불만합창단 - 세상을 바꾸는 불만쟁이들의 유쾌한 반란
김이혜연, 곽현지 지음 / 시대의창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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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제가 된 민주주의를 아시오, 참 큰일 났소. 

자유를 위해서 / 비상하여본 일이 있는 / 사람이면 알지 / 노고지리가 / 무엇을 보고 / 노래하는가를 / 어째서 자유에는 / 피의 냄새가 섞여있는가를 / 혁명은 / 왜 고독한 것인가를 // 혁명은 / 왜 고독해야 하는 것인가를 _ <푸른 하늘을> 중에서 

1960년 4.19 혁명이 일어난 그 해, 시인 김수영은 자유와 혁명에 대해 이렇게 노래했다. 광복 이후 대한민국사는 피로 얼룩진 역사라 해도 과언은 아닐터. 민주주의를 열망하던 한국민들은 독재에 항거하면서 분연히 떨쳐 일어났다. 목청껏 ‘독재 타도’를 외치는 거리는 투쟁의 거리였다. 하지만 또다시 군사독재로 이어졌고 80년대 거리는 ‘타는 목마름’으로 민주주의를 외친 시민들이 흘린 피로 붉게 물들어갔다.  

그러면서 민주주의의 나무는 피를 먹고 자란다고 말이 세간에 암암리에 퍼져나갔다. 여전히 시인 김수영의 목소리는 설득력을 얻고 있었다. 이후 문민정권이 들어선 후 말라죽어 가던 민주주의란 나무를 다시 가꾸기 시작했다. 한국 사회에 제도로서 민주주의를 뿌리내리는 데 무던히 노력해왔다. 아무리 역사가 그랬다고 해도 왜 혁명은 붉은 색이어야만 하는가를 마음 한구석에 조용히 묻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대의 민주주의를 내세우는 대한민국. 사회가 점차 복잡해지면서 다양한 목소리를 담기엔 부족하다. 민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대의 민주주의는 국민들에게 정치에 대한 환멸과 무관심을 부추겼다. 이런 악순환은 민주주의가 하나밖에 없는 줄 알았던 우리네 잘못이기도 하다.   

 

 

-. 펀(Fun)한 시민운동, 불만합창단 

대의 민주주의가 지닌 한계, 즉 시민의 다양한 목소리에 귀 기울이기 않기 때문에 시민들은 스스로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과격하게가 아니라 재미나게 말이다. 이런 배경에서 불만합창단이 탄생한다. 불만을 불온하다고 여겨온 우리네 통념에 과감히 거침없는 하이킥을 날린 역사적 사건인 것이다. 불만합창단은 ‘일상 속의 불만을 나름의 방식으로 사회적인 자원이나 예술적인 자원으로 전환하는 새로운 방법론’(63쪽)을 모색한 결과물이다. 통념을 뒤집는 ‘삐딱이 정신’, 상식에 거침없이 태클을 거는 ‘딴지 정신’이 시민운동에 생기를 불어넣었다. 

이 책은 희망제작소 소셜 디자이너들이 고군분투하며 불만합창 페스티벌을 이끈 체험기다. 유럽 시민사회를 견학하고 불만합창단 창안자 '텔레르보와 올리버 부부'를 만나는 과정에서 겪은 일을 담았다. 독자는 불만합창 축제의 굴곡진 여정을 따라가기만 하면 된다. 간간이 저자들은 마치 다큐멘터리의 해설자처럼 자신의 소감을 진솔하게 털어놓는 모습은 읽는 재미를 더했다. 간혹 부적절한 표현이 거슬리긴 했다. 런던행 비행기에서 만난 개구쟁이 아이들에게 굳이 ‘앵글로색슨족’(67쪽)이라며 종족까지 언급할 필요가 있었을까. 또 불만합창의 거리공연을 얘기하면서 참혹한 전쟁을 떠올리는 ‘게릴라’(114쪽)를 성찰 없이 써야만 했을까. 불만에 대한 통념을 뒤집고 기존 불만 표출방식이 지닌 폭력성을 반성하면서 시작된 불만합창단을 이야기하면서 말이다. 

이 책이 지닌 구성상 특징은 각 부가 끝날 때마다 “소셜 디자이너의 시선”이란 꼭지를 배치해 둔 데 있다. 소셜 디자이너의 개념과 역할 및 활동 등 불만합창단 운동을 이해하는 데 도움되는 배경지식을 친절히 설명한다. 부록에는 불만 합창단 운동 창시자 올리버가 한국을 방문하여 언론사와 나눈 대담을 실었다. 그리고 세계 곳곳은 물론 우리나라에서 활동하는 불만합창단 소개하고 있다. 하지만 글을 싣는 순서에 사소한 흠이 보인다. 4부 중간에 들어간 “멋대로 불만합창단의 시선”은 4부 내용을 끝마친 후에 실었어야 전체 구성과 어울리지 않을까 싶다.    

 

 

-. 새해엔 운동 좀 해 보자구요.

민주주의는 박제된 제도가 아니다. 성숙한 시민이 끊임없이 성찰하고 논의하면서 언제든 변모할 수 있는 제도다. 흐르는 물이 고이면 썩듯이 냉소와 냉담 어린 시선이 박제된 민주주의를 만든다. 피비린내 나는 혁명보다는 웃음꽃이 활짝 핀 소소한 일상의 혁신. 반목과 질시가 아니라 신뢰와 배려가 밑거름이 되는 시민운동. 우리 모두 '소셜 디자이너'가 되어 일상을 돌본다면 희망은 그리 멀리 있지만은 않다. 아직도 우리에겐 ‘더 많은 민주주의, 더 낮은 민주주의, 일상과 하나 되는 민주주의가 필요하다.’(175쪽) 그런 의미에서 새해엔 운동 좀 해 봐야겠다. 헬스클럽 정기회원권도 좋겠지만 더 많은 시민들이 웃음 넘치는 행복을 만끽하도록 시민운동에 적극 참여해 보는 일도 의미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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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무역, 세상을 바꾸는 아름다운 거래>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공정무역, 세상을 바꾸는 아름다운 거래 - 공정무역 따라 돌아본 13개 나라 공정한 사람들과의 4년간의 기록
박창순 외 지음 / 시대의창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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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일 북중부 항구도시 하멜른에는 오래 전부터 전해 내려오는 전설이 있다. <하멜른의 쥐잡이 전설>. 로버트 브라우닝이 이 전설을 바탕으로 <하멜른의 피리 부는 사나이>라는 작품을 쓰기도 했다. 쥐떼로 골치 아팠던 마을 사람들은 쥐를 잡아달라고 피리 부는 사나이에게 요청을 한다. 그는 피리를 불어 쥐를 모은 후 쥐들을 강물에 빠져 죽게 했단다. 그런데 마을 사람들이 약속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자 그는 피리를 불어 마을 아이들을 모조리 데리고 갔다는 이야기다.  

   한때 이 이야기와 유사하게도 레밍쥐(일명 나그네쥐)가 집단 자살을 한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과연 동물도 자살을 하는가라는 문제로 과학계가 시끌벅적했다. 레밍쥐의 사례는 조작으로 밝혀지면서 해프닝으로 끝났다. 그러나 학자들은 이를 원용하여 인간이 주류나 대세의 흐름에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경향이 있음을 지적하면서 ‘레밍 효과’라고 불렀다.

   공정무역은 자유무역에 대한 대안이다. 자유무역이 지닌 폐해, 즉 국가간 무역을 통해 이익이 골고루 돌아가지 않고 일부 국가에게만 쏠리는 불공정 현상을 바로잡자는 것이다. 불공정한 무역을 그대로 방치했다가는 ‘레밍 효과’로 인류는 공멸할지도 모른다. 국가간 무역에서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날로 깊어지기만 한다. 공정무역이 비록 60년 남짓한 역사를 지녔다고는 하나 우리에겐 여전히 낯설기만 하다. 

   또한 공정무역은 지구 생태계를 생각하는 무역이다. 최근 지구촌은 이상한파와 이상폭염으로 몸살을 앓았다. 일부 과학자들이 지구 온난화 탓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하지만 산업화 이후 인류가 배출한 오염물질로 지구는 극심한 병을 앓고 있다는 게 중론이다. 공정무역으로 거래되는 제품들은 유기농 상품이거나 화석연료를 적게 들여 생산한 제품들이 많다. 이 책에 언급된 스리랑카의 ‘코끼리 똥 종이’(420~422쪽) 경우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근대 이후 인간이 만든 물건들은 자연으로 되돌리려면 오랜 세월이 걸리는 반자연적인 산물이다. 근대적 인간은 주체적으로 사고하고 판단하는 능력을 키울 수 있었지만 인간 중심적 사고 탓에 인간 외의 생명체들에게는 무관심했다. 결국 인간도 자연의 일부라는 생태적 사고를 회복하는 길이 공정무역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 아닐까? 

   저자는 4년간 13개국을 돌아다니며 공정무역의 현장에서 겪은 체험을 소박하게 전하고 있다. 가장 이목을 끌었던 나라는 영국이다. 영국에서 만난 장하준 교수 인터뷰에서 왜 영국에서 공정무역이 역동적으로 이루어지는지 알 수 있었다. 지난 20세기는 ‘제국과 식민의 시대’라 일컬어질 만큼 20%의 나라들이 80%의 나라들을 식민지로 삼았다. 그러한 뼈아픈 역사를 되돌아본 영국인들의 반성, 국제문제에 보여준 영국민들의 관심과 열의, 영국 공정무역가의 활발한 활동이 밑바탕이 되었단다. 공정무역 마을제도와 공정무역 대학도 설립되었다고 하니 우리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저변을 지니고 있는 셈이다. 학교에서는 공정무역 수업이 진행된단다. 입시 지옥에서 허덕이는 우리나라 청소년과는 너무도 다른 모습이다. 국민들과 정부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영국이 그저 부러울 뿐이다. 

   한편 저자는 공정무역 현장을 견학하면서 국제 공정무역연합(IFAT)와 국제 공정무역기구(WFTO, IFAT의 새이름) 총회에 참석하여 나라별로 흩어진 공정무역을 아우르는 현장을 보며 국제 연대를 모색한다. 아직 우리는 걸음마 수준이지만 앞으로 이런 국제기구에서 세계인과 함께 일할 인재들이 많이 나오기를 기대해 본다.

   이렇게 저자를 따라 공정무역의 현장을 견학하다보니 몇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 ‘2008년 말 IFAT의 공정무역 10원칙이 완성될 거라고’(409쪽) 했지만 이 책 어디에도 언급되지 않았다. 지난 2009년 1월, 국제 공정무역라벨 기구(FLO)와 세계공정무역기구(WFTO) 가 <공정무역 원칙 헌장>을 발표했음에도 2010년에 발간한 이 책에는 수록되지 않았다. 또한 스위스 막스 하벨라르 재단에서 만난 재단 대표이자 FLO 이사 마틴은 한국이 일본이 아닌 뉴질랜드의 성공사례를 본받으라고 조언한다(388~389쪽). 하지만 뉴질랜드의 성공 사례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설명이 없어 못내 아쉬웠다. 

   다시 앞서 언급한 <피리 부는 사나이>로 돌아가 보자. 이 이야기는 약속을 어기는 행위에 따끔한 충고를 주고 있진 않을까. 약속은 약속 당사자끼리 서로 신뢰해야 할 수 있다. 공정무역도 역시 ‘공정무역 원칙’이라는 약속이 국가간 상호 신뢰가 없다면 공허한 메아리로 그칠 수 있다. 생산자, 소비자, 유통업자 등 모두 이익을 얻으려면 신뢰가 밑거름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그렇지 않으면 브레이크 없이 폭주하는 자유무역으로 불공정은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윤리적 소비자들이 자유무역의 폐해를 알고 이를 고치려 했던 것처럼 앞으로 우리 모두 소비자 주권을 활발하게 발휘하여 윤리적 소비자로 거듭나야 한다. 소비자가 바로 서야 무역이 바로 서지 않을까 싶다.  

   인간의 존엄성을 바탕으로 생태계를 생각하는 ‘살림의 무역’, 공정무역. 우리 선조들이 가을날 감을 수확하면서 겨우살이 하는 날짐승에게 먹이로 남겨놓은 ‘까치밥의 지혜’를 떠올려 본다. 모처럼 더불어 살아야 하는 이유를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 곧 밸런타인데이가 다가온다. 올해는 공정무역으로 거래되는, 마음씨 고운 초콜릿을 사서 선물하는 이가 많기를 기대한다. 오는 3월 14일 화이트데이에는 사랑하는 이들에게 공정무역 천연 사탕을 선물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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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도하
김훈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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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상 곳곳에서 우리는 별 뜻 없이 ‘죽고 싶다’는 푸념을 늘어 놓는다. 힘든 일이 끝간 데 없을 때면 여지없이 입에서 이 말을 불쑥 내뱉는다. 정작 죽을 작정으로 하는 소리는 아니면서. 심지어는 맛난 음식을 먹고도 ‘죽인다’며 연신 입을 놀린다. 무심코 내던지는 이 말은 한 때 세간에 떠돌던 우스개 이야기에도 담겨졌다. 세상에 3가지 거짓말이 있는데 첫째는 처녀가 시집 가기 싫다는 말이고, 둘째는 장사꾼이 밑지고 파는 거라는 말이며, 마지막으로 황혼에 접어 든 어르신들이 빨리 죽어야지 하는 말이란다. 살아 온 날이 살 날보다 많은 분들조차 쉽사리 죽음을 꿈꾸지는 않을 테니까 거짓말이란다. ‘죽고 싶다’는 입버릇은 살고 싶다는 말을 에둘러서 힘껏 소리쳐 본 것은 아닐까?

   인생을 이러저러 하게 사는 게 정답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꼭 물어 봐야한다. 당신은 그 정답대로 살고 있냐고. 우리 시대를 살아가는, 아니 살아내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긴 소설 <공무도하>는 독자에게 인생이 무엇인지를 가르치려 하지 않는다. 제 목숨만큼 소중해서 가슴에 묻는다는 자식을 저승으로 떠나보낸 오금자와 방천석. 그들이 보인 이상한 행동에 선뜻 돌을 던질 수 있을까. 그들은 결국 죽은 자식에 대한 위로금이나 보상금을 손에 쥘 수밖에 없었을 게다. 살아야 하니까 말이다. 슬픔은 살아남은 자의 몫이지만 슬퍼만 해서는 살아낼 수 없기에.

   해망. 바다가 보이는 마을. 삶과 죽음의 갈림길에서 쉴 틈없이 비틀거리는 마을. 고향에서 사회운동을 하다 배신자로 낙인 찍혀 찾아 온 해망은 장철수에게 살아내야만 하는 곳이다. 뭍이 아닌 물 속에서 불발탄을 건져 올리면서. 고국 고향 바다를 떠올리며 타국에서 물질하는 베트남 여성 후에도 살고 싶어 도망쳐 온 해망. 불과 맞싸우며 물을 뿌려대던 소방관 박옥출 역시 백화점 화재 현장에서 슬쩍 훔친 귀금속을 팔아 해망으로 찾아온다. 다른 삶을 지키려다 신장병을 얻은 그가 선택한 길은 불법 장기 매매로 신장 이식 수술은 받는 것이다. 그네가 희망을 건져 올렸으면 좋으련만 희망은 아득히 멀리 있기만 하다.

   사건 사고 전담 기자 문정수는 취재 차 여러 차례 맵짠 인생들이 모였다 흩어지는 해망을 찾는다. 그는 진실을 쫓아 말하려 해도 본사 테스크에선 연신 욕지거리가 뒤섞인 게재 불가 판정이 내려질 뿐이다. 사람이 개를 물어야 뉴스가 된다는 언론의 생리를 여실히 드러낸다. 그는 자신의 연인 노목희에게 신문에 실리지 않는 삶을 얘기해 보지만 그녀는 내버려 두라고만 한다. 그녀는 상처로 남은 고향을 지우려고만 한다. 타이웨이 교수와 인연으로 유학길에 오르면서도 문정수에게 가볍고 무심한 인사를 남긴다. 그들은 정말 사랑했을까.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기에 둘은 곁에서 맴돌기만 했을지도. 하찮고 사소한 생활 속에서 쭈빗거리는 사랑이기에 못내 안쓰럽기까지 하다. 그래도 사랑하지 않고 후회하느니 사랑해 보고 후회하는 편이 나을지 모른다.

   사람살이에는 앓아 봐야 아는 것들이 있고 잃어 봐야 얻는 것들이 있다. 지푸라기라도 꽉 움켜쥐듯 살아내야만 한다. 그러면서도 섣부르게 희망을 꿈꾸지 말아야 한다. 희망은 맵짠 인생을 올차게 참고 견뎌낸 자에게만 주어지는 덤일지 모르기 때문에. 마음의 텃밭에 희망을 심는 사람들에겐 너무나도 낯선 충고일 게다. 늘 해피 엔딩을 꿈꾸는 우리들이기에 소설 <공무도하>는 시뜻하다. 허나 삶의 진실은 불편하기만 하다. 오늘도 인생의 쓴맛 오지게 맛보러 가야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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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장을 입은 사냥꾼 - 문명이 발달해도 인간은 여전히 원시인
위르겐 브라터 지음, 이온화 옮김 / 지식의숲(넥서스)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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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흔히 한 길 물 속은 알아도 열 길 사람 속은 모른다고 한다. 이처럼 알다가도 모를 인간의 마음을 우리 조상들은 경험을 통해서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인간은 이성적인 존재로서 사유할 수 있는 능력이 있기에 다른 동물에 비해 우월하다는 인식이 암암리에 존재한다. 문화권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겠지만 인간을 동물에 비유하는 말들은 대개가 인간을 낮잡아 일컫는 말들이다. 이는 인간은 다른 동물과 다르다는 인식이 작용한 탓이다. 인간 스스로 만물의 영장이라고 우쭐대지만 정작 인간이 행하는 비이성적이고 비합리적인 행동들에 말문이 막혀 버리고 만다.

   미국의 심리학자 개리 마커스는 자신의 저서 <클루지>에서 이같은 인간의 불완전함을 10억 년 넘도록 진행된 진화 과정에서 발생한 주먹구구식 해결의 산물로 본다. 인간은 진화하면서 반사 체계와 숙고 체계로 이루어진 이중 체계를 지니게 되었다. 진화 과정상 나중에 형성된 숙고 체계보다 이미 오래 전에 형성된 반사 체계에 따라 인간의 마음이 움직이는 일이 더 많기 때문에 인간의 마음이 불완전하다는 것이다.

   이 책의 저자 유르겐 브라터는 21세기를 살고 있는 현대인의 다양한 일상을 들여다 보면서 ‘인간의 존재가 순전히 우연에 의한 것’이라고 한다. 우연히 발생하는 돌연변이와 환경에 적응하려는 필연적 선택이 만들어낸 축적의 결과가 현재를 살아가는 인간인 것이다. 그는 석기 시대의 네안다르탈인 ‘우구르’와 그 가족들이 펼치는 일상을 가상으로 묘사한 후 21세기의 현대 인류가 겪는 일상을 병치시킨다. 첨단 과학 기술의 발달로 고도의 문명을 일궈낸 현대 인류가 석기 시대의 인류와 전혀 다를 바 없다. 의식주와 같은 기본적인 일상에서 인간의 감각이나 마음, 남녀의 차이와 사랑에 이르는 현대인의 자질구레한 일상이 네안다르탈인 ‘우구르’의 생활과 교차되면서 우리는 과연 발전했다고 말할 수 있는지를 성찰하게 만든다. 장구한 진화의 역사 앞에서 겸허해질 수밖에 없다.

   진화에 대한 오해, 즉 진화는 진보라는 인식은 이제는 버려야 한다. 이러한 오해는 옮긴이의 말에서도 나타난다. 양성 평등을 바라는 꿈은 동감하지만 남녀의 불평등이 해소되기를 진화 과정에서 꿈꾼다는 번역자의 소망은 진화를 통해 진보할 수 있다는 인간의 오만이다. 그래서 저자는 이 책의 서두에서 ‘진화는 계획하지 않는다. 진화는 미래에 대해 완전히 무지하며, 그렇기 때문에 수없이 많은 불합리한 것을 생산한다’고 시작하고 있는지 모른다.

   올해는 다윈의 탄생 200주년이다. 서구 사회에서는 다윈의 진화론을 조명하는 행사들이 다양하게 펼쳐진다고 한다. 진화론은 현재 다양한 학문 영역과 접목되면서 인간에 대한 이해의 지평을 넓혀가고 있다. 진화심리학, 신경윤리학, 신경경제학, 행동경제학, 진화생물학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그런데 아쉬운 점은 이러한 연구 성과들이 외국 학자들이 쓴 저서의 번역에 치우쳐 일반 대중에서 알려 지고 있는 현실이다. 진화론을 바탕으로 한 다양한 연구 성과를 일반 대중에게 알리는 일에 국내 학자들도 활발하게 참여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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