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장을 입은 사냥꾼 - 문명이 발달해도 인간은 여전히 원시인
위르겐 브라터 지음, 이온화 옮김 / 지식의숲(넥서스) / 2009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흔히 한 길 물 속은 알아도 열 길 사람 속은 모른다고 한다. 이처럼 알다가도 모를 인간의 마음을 우리 조상들은 경험을 통해서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인간은 이성적인 존재로서 사유할 수 있는 능력이 있기에 다른 동물에 비해 우월하다는 인식이 암암리에 존재한다. 문화권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겠지만 인간을 동물에 비유하는 말들은 대개가 인간을 낮잡아 일컫는 말들이다. 이는 인간은 다른 동물과 다르다는 인식이 작용한 탓이다. 인간 스스로 만물의 영장이라고 우쭐대지만 정작 인간이 행하는 비이성적이고 비합리적인 행동들에 말문이 막혀 버리고 만다.

   미국의 심리학자 개리 마커스는 자신의 저서 <클루지>에서 이같은 인간의 불완전함을 10억 년 넘도록 진행된 진화 과정에서 발생한 주먹구구식 해결의 산물로 본다. 인간은 진화하면서 반사 체계와 숙고 체계로 이루어진 이중 체계를 지니게 되었다. 진화 과정상 나중에 형성된 숙고 체계보다 이미 오래 전에 형성된 반사 체계에 따라 인간의 마음이 움직이는 일이 더 많기 때문에 인간의 마음이 불완전하다는 것이다.

   이 책의 저자 유르겐 브라터는 21세기를 살고 있는 현대인의 다양한 일상을 들여다 보면서 ‘인간의 존재가 순전히 우연에 의한 것’이라고 한다. 우연히 발생하는 돌연변이와 환경에 적응하려는 필연적 선택이 만들어낸 축적의 결과가 현재를 살아가는 인간인 것이다. 그는 석기 시대의 네안다르탈인 ‘우구르’와 그 가족들이 펼치는 일상을 가상으로 묘사한 후 21세기의 현대 인류가 겪는 일상을 병치시킨다. 첨단 과학 기술의 발달로 고도의 문명을 일궈낸 현대 인류가 석기 시대의 인류와 전혀 다를 바 없다. 의식주와 같은 기본적인 일상에서 인간의 감각이나 마음, 남녀의 차이와 사랑에 이르는 현대인의 자질구레한 일상이 네안다르탈인 ‘우구르’의 생활과 교차되면서 우리는 과연 발전했다고 말할 수 있는지를 성찰하게 만든다. 장구한 진화의 역사 앞에서 겸허해질 수밖에 없다.

   진화에 대한 오해, 즉 진화는 진보라는 인식은 이제는 버려야 한다. 이러한 오해는 옮긴이의 말에서도 나타난다. 양성 평등을 바라는 꿈은 동감하지만 남녀의 불평등이 해소되기를 진화 과정에서 꿈꾼다는 번역자의 소망은 진화를 통해 진보할 수 있다는 인간의 오만이다. 그래서 저자는 이 책의 서두에서 ‘진화는 계획하지 않는다. 진화는 미래에 대해 완전히 무지하며, 그렇기 때문에 수없이 많은 불합리한 것을 생산한다’고 시작하고 있는지 모른다.

   올해는 다윈의 탄생 200주년이다. 서구 사회에서는 다윈의 진화론을 조명하는 행사들이 다양하게 펼쳐진다고 한다. 진화론은 현재 다양한 학문 영역과 접목되면서 인간에 대한 이해의 지평을 넓혀가고 있다. 진화심리학, 신경윤리학, 신경경제학, 행동경제학, 진화생물학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그런데 아쉬운 점은 이러한 연구 성과들이 외국 학자들이 쓴 저서의 번역에 치우쳐 일반 대중에서 알려 지고 있는 현실이다. 진화론을 바탕으로 한 다양한 연구 성과를 일반 대중에게 알리는 일에 국내 학자들도 활발하게 참여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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