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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만합창단 - 세상을 바꾸는 불만쟁이들의 유쾌한 반란
김이혜연, 곽현지 지음 / 시대의창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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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제가 된 민주주의를 아시오, 참 큰일 났소. 

자유를 위해서 / 비상하여본 일이 있는 / 사람이면 알지 / 노고지리가 / 무엇을 보고 / 노래하는가를 / 어째서 자유에는 / 피의 냄새가 섞여있는가를 / 혁명은 / 왜 고독한 것인가를 // 혁명은 / 왜 고독해야 하는 것인가를 _ <푸른 하늘을> 중에서 

1960년 4.19 혁명이 일어난 그 해, 시인 김수영은 자유와 혁명에 대해 이렇게 노래했다. 광복 이후 대한민국사는 피로 얼룩진 역사라 해도 과언은 아닐터. 민주주의를 열망하던 한국민들은 독재에 항거하면서 분연히 떨쳐 일어났다. 목청껏 ‘독재 타도’를 외치는 거리는 투쟁의 거리였다. 하지만 또다시 군사독재로 이어졌고 80년대 거리는 ‘타는 목마름’으로 민주주의를 외친 시민들이 흘린 피로 붉게 물들어갔다.  

그러면서 민주주의의 나무는 피를 먹고 자란다고 말이 세간에 암암리에 퍼져나갔다. 여전히 시인 김수영의 목소리는 설득력을 얻고 있었다. 이후 문민정권이 들어선 후 말라죽어 가던 민주주의란 나무를 다시 가꾸기 시작했다. 한국 사회에 제도로서 민주주의를 뿌리내리는 데 무던히 노력해왔다. 아무리 역사가 그랬다고 해도 왜 혁명은 붉은 색이어야만 하는가를 마음 한구석에 조용히 묻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대의 민주주의를 내세우는 대한민국. 사회가 점차 복잡해지면서 다양한 목소리를 담기엔 부족하다. 민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대의 민주주의는 국민들에게 정치에 대한 환멸과 무관심을 부추겼다. 이런 악순환은 민주주의가 하나밖에 없는 줄 알았던 우리네 잘못이기도 하다.   

 

 

-. 펀(Fun)한 시민운동, 불만합창단 

대의 민주주의가 지닌 한계, 즉 시민의 다양한 목소리에 귀 기울이기 않기 때문에 시민들은 스스로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과격하게가 아니라 재미나게 말이다. 이런 배경에서 불만합창단이 탄생한다. 불만을 불온하다고 여겨온 우리네 통념에 과감히 거침없는 하이킥을 날린 역사적 사건인 것이다. 불만합창단은 ‘일상 속의 불만을 나름의 방식으로 사회적인 자원이나 예술적인 자원으로 전환하는 새로운 방법론’(63쪽)을 모색한 결과물이다. 통념을 뒤집는 ‘삐딱이 정신’, 상식에 거침없이 태클을 거는 ‘딴지 정신’이 시민운동에 생기를 불어넣었다. 

이 책은 희망제작소 소셜 디자이너들이 고군분투하며 불만합창 페스티벌을 이끈 체험기다. 유럽 시민사회를 견학하고 불만합창단 창안자 '텔레르보와 올리버 부부'를 만나는 과정에서 겪은 일을 담았다. 독자는 불만합창 축제의 굴곡진 여정을 따라가기만 하면 된다. 간간이 저자들은 마치 다큐멘터리의 해설자처럼 자신의 소감을 진솔하게 털어놓는 모습은 읽는 재미를 더했다. 간혹 부적절한 표현이 거슬리긴 했다. 런던행 비행기에서 만난 개구쟁이 아이들에게 굳이 ‘앵글로색슨족’(67쪽)이라며 종족까지 언급할 필요가 있었을까. 또 불만합창의 거리공연을 얘기하면서 참혹한 전쟁을 떠올리는 ‘게릴라’(114쪽)를 성찰 없이 써야만 했을까. 불만에 대한 통념을 뒤집고 기존 불만 표출방식이 지닌 폭력성을 반성하면서 시작된 불만합창단을 이야기하면서 말이다. 

이 책이 지닌 구성상 특징은 각 부가 끝날 때마다 “소셜 디자이너의 시선”이란 꼭지를 배치해 둔 데 있다. 소셜 디자이너의 개념과 역할 및 활동 등 불만합창단 운동을 이해하는 데 도움되는 배경지식을 친절히 설명한다. 부록에는 불만 합창단 운동 창시자 올리버가 한국을 방문하여 언론사와 나눈 대담을 실었다. 그리고 세계 곳곳은 물론 우리나라에서 활동하는 불만합창단 소개하고 있다. 하지만 글을 싣는 순서에 사소한 흠이 보인다. 4부 중간에 들어간 “멋대로 불만합창단의 시선”은 4부 내용을 끝마친 후에 실었어야 전체 구성과 어울리지 않을까 싶다.    

 

 

-. 새해엔 운동 좀 해 보자구요.

민주주의는 박제된 제도가 아니다. 성숙한 시민이 끊임없이 성찰하고 논의하면서 언제든 변모할 수 있는 제도다. 흐르는 물이 고이면 썩듯이 냉소와 냉담 어린 시선이 박제된 민주주의를 만든다. 피비린내 나는 혁명보다는 웃음꽃이 활짝 핀 소소한 일상의 혁신. 반목과 질시가 아니라 신뢰와 배려가 밑거름이 되는 시민운동. 우리 모두 '소셜 디자이너'가 되어 일상을 돌본다면 희망은 그리 멀리 있지만은 않다. 아직도 우리에겐 ‘더 많은 민주주의, 더 낮은 민주주의, 일상과 하나 되는 민주주의가 필요하다.’(175쪽) 그런 의미에서 새해엔 운동 좀 해 봐야겠다. 헬스클럽 정기회원권도 좋겠지만 더 많은 시민들이 웃음 넘치는 행복을 만끽하도록 시민운동에 적극 참여해 보는 일도 의미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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