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본문을 읽어 주다.)

소새는 설질이 좀 괴팍하여 인정이 없고 야박스런 구석은 있었으나 본래 재치가 있고 부지런해서 제 앞길 하나는 넉넉히 꾸려 나가고도 남았습니다.

아이: 엄마, '괴팍하다'가 뭐야?

엄마: 음......그건, 화를 잘 내고, 화 낼 때 막, 뭘 던지는 사람을 괴팍한 사람이라고 해.

아이: 엄마 같은 사람?

엄마: ......

아이: 엄마, 엄마는 원래 오십 점인데, 아까 성질 내서 지금 몇 점인 줄 알아?

엄마: 몇 점이야?

아이: 29점. 조심해. 1점이 되는 수가 있어.

(엄마, 본문을 다시 읽어 주다.)

딱한 건 왕치였습니다.

파리 한 마리 건드릴 힘도 없는 약질이라서 매일 놀고 먹었습니다. 놀고 먹으면서도 뱃속은 커서, 먹기는 남 배나 먹었습니다. 그것도 염치 아닌 노릇인데, 속이 없고 성질까지 불량했습니다.

아이:  불량이 뭐야?

엄마: 바르지 못 한 거. 불량 학생, 하면 좋지 않은 학생을 말해.

(아이가 혹시 나를 '불량 엄마'라 하지는 않을까 내심 걱정한다.)

아이: 뭐해? 계속 읽어.

**************

 <<태평천하>> <<레디메이드 인생>> 등 우리가 국어 교과서를 통해 공부했던 채만식의 우화입니다.

인물의 성격, 그에 걸맞는 행동과 심리 묘사가 탁월한 작품이에요.

아이들과 성격에 대해 이야기할 때, 좋은 작품이죠.

조심하세요!

엄마가 희생양이 될 수도 있으니까.

저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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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 2007-06-20 1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귀여워요..29점 엄마나 1점으로 내려갈지도 모른다고 으름장 놓는 아이나..ㅋㅋ

2007-06-20 11: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보라소 2007-06-20 1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우리 아이한테 자주 듣는 소리는 바로 이거예요. "엄마, 성질 좀 내지마." 그럼 전 애한테 이렇게 말하죠. "엄마가 너무 성질을 안 내면 머리 아파." 머리가 아프다고 하면 아이는 또 제게 이럽니다. "그래도 좀 죽여."

향기로운 2007-06-20 14: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라소님...정말 아이가 너무 귀엽습니다^^

보라소 2007-06-22 05: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요? 우리 애는 너무 바른 말을 해서 좀 섬뜩할 때가 있어요^^[나는 레고 작가입니다]라는 페이퍼 글에서도 말했지만 가끔 우리 아이의 직언에 제가 무안해질 때도 있어요^^;;;
 
자발적 가난 - 살림의 그물 11
E.F. 슈마허 지음, 골디언 밴던브뤼크 엮음, 이덕임 옮김 / 그물코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116)

인간은 완전하지 않다. 아직 완성되어야 한다. 그 가능성 속에서 그는 무한하며, 천국과 구원도 거기에 있다. 그의 현존은 얻을 수 있는 것들과 과거에 얻은 것들로 가득 차 있다. 그의 미래는 그가 얻을 수 있는 것 이상의, 결코 소유한 적이 없으므로 잃어버릴 염려가 없는 것들을 갈망하고 있다.

무엇인가를 얻는다는 것은 항상 부분적으로만 소유한다는 것이며, 절대로 다른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획득에 대한 갈증은 유한한 영혼에 속한 것들이다. 하지만 무한함을 추구하는 여혼의 한 부분은 재산이 아니라 자유와 기쁨을 찾는다. 세상에는 결핍의 채찍질이 멈추는 구역이 있고, 거기서 우리가 할 일을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존재하는 것이다.

 (119)
가난함은 아무것도 갖지 않는 것이요, 아무런 바람도 없는 상태이다. 하지만 자유로운 영혼으로 모든 것을 가지려는 것이다.

욕망은 속박이요, 버림은 자유이다.

(120)
모든 이들에게 언젠가는 위대한 단념의 시간이 다가온다.
버림을 행하는 데 가장 필수적인 것은 버림 자체는 그것을 통해 얻는 것에 비해서는 아주 작은 것임을 깨닫는 것이다.
 

(138)
현명한 노동은 유익하다. 의미 있는 결과를 가져온다면. 아무도 노동이 힘들다 하여 꺼려서는 안 된다. 그런데 인류가 지금까지 개인적 또는 전체적으로 현재의 노동이 뜻깊은 것인지 아닌지를 물은 적이 있는가? 모든 낭비 중에서도 가장 큰 낭비는 노동의 낭비이다. 러스킨


*********************

자본으로 환산되지 않는 노동을 할 때, 사람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좋은 일 하시네요."

세상에 도둑질 빼고 좋지 않은 일이 있을까?

그래도, 사람들은 대가를 바라지 않는 일에 대해서는 '좋은 일'이라는 스티커를 붙여준다.

 

삶 자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그 안에서 자신의 몫을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만큼 딱 자기 만큼만 얻어가며 사는 사람들이 있을까? 더 이상 가지려 들지 않으며 자신의 몫을 나누며 사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을 만날 수 있을까? 아니, 난 그런 사람일까?

지식도, 노동도, 정보도 자본으로 환산이 되어야만 가치가 있다고 믿는 사람들.

그 사람들의 점수표에 난 이름을 올리고 싶지 않다.

자본의 힘에 기대고 싶지 않다.

나는, 인간의 힘에 의지하고 싶다.

**********************

알라딘 서재를 시작하면서 좋은 분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상대에게 아무런 대가나 특별한 기대 없이 다가가 자신의 이야기를, 특히 책과의 만남을 나누는 분들을 보며 이 책 <<자발적 가난>>을 떠올렸습니다.

나눔을 아는 사람들은 풍족한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안 그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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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석 2007-06-20 17: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아~~ 이 책 보고 싶어요~~ 히히히.. 가는 길에 교보문고 들러서 사봐야지~~제발 좀 버리면서 안 가지고 살자라고 하면서 만날 '내것으로 만들어야지'라는 욕망으로 불타오르는 저입니다. 이 책 보고 생각만 하지 말고 '단순한 삶'을 실천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plese ㅋㅋ

보라소 2007-06-22 05: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정말 괜찮아요. 또, 그물코라는 출판사는 이렇게 의미있는 책을 잘 만들어 내는 곳이라는 믿음도 있고요.

치유 2007-06-22 08: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박과 자유..
둘 사이를 늘 오가는 나날들.

보라소 2007-06-22 0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배꽃 님과 효석 님의 이야기, 밑죽을 쭉 긋고 싶어집니다.
 
우리가 걸어가면 길이 됩니다
파울로 프레이리 외 지음, 프락시스 옮김 / 아침이슬 / 2006년 11월
평점 :
절판


 

(84)

학생들의 실수와 잘못, 그리고 그들이 갖고 있는 지식을 존중했지요. 학생들은 학교에 오기 전부터 이미 무언가를 알고 있습니다. 이 사실은 제가 포르투갈어 구문을 가르칠 때 특히 중요한 것이었지요. 학생들은 이미 언어능력을 가지고 학교에 온 것이니까요. 우리는 언어를 가르치는 게 아닙니다. 아이들은 언어에 대한 능력을 스스로 키워갑니다. 문법 정도야 가르칠 수 있겠지요. 하지만 우리가 경험하는 언어는, 배운 것이 아니라 살아가면서 창조해내는 것이지요. 그래서 저는 학생들을 존중할 수밖에 없습니다.

(87)

하지만 엘리트주의와 권위주의적 이데올로기의 영향을 받아 잘못된 방식으로 노동자를 가르치는 실수를 저지르기도 했습니다. 저는 민중에게 다가가서 그들 에게 말을 했어요. 하지만 그들과 함께 이야기하지는 않았던 것입니다. 물론 진보적 교육자라도 언제나 그들과 함께 이야기할 수만은 없습니다. 교육자는 때때로 사람들 에게 말을 해야 합니다.

(91)

참석자: 그러면 학생과 관계를 맺는 순간마다 교육자는 무언가를 끊임없이 이해하고 재창조해야 한다는 말씀인가요?

 프레이리: , 그렇습니다. 저는 훌륭한 교사란 늘 놀랄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 말을 이해하시겠어요? 인생에서 가장 나쁜 일은 더 이상 놀랄 일이 없어지는 것입니다. 호튼 선생님이 왜 어린아이인지 아시겠지요! 오늘 갑자기 꽃 한 송이 때문에 놀랄 수 있어요. 그렇다면 내일 그 꽃은 오늘 내가 보고 놀란 그 꽃과 같은 꽃일까요? 그 꽃은 엄연히 다른 빛깔을 가진 새로운 꽃입니다. 꽃도 매일 나이를 먹으니까요.

********************

가르치려는 순간, 우리는 앞 대신 아래를 본다.

가르치려는 순간, 우리는 그들과 '함께'하지 못 한다.

가르치려는 순간, 내 얼어붙은 지식은 그들에게 녹아흐르지 못하고 그들의 머리를 두들겨 때린다.

가르쳐서는 안 된다.

우리가 세상을, 서로가 서로를, 알아가면서 성장해야 하는데, 이렇게 막연한 말밖에 할 수 없는 내 자신의 틀을 벗어나기 위해 나는 책을 읽는다.

그리고 하나 더,

하루 하루 일상 속에서 배워가는 순간을 만들 수는 없을까, 눈을 부라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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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6-18 1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 언니가 국어선생님이십니다. 경력은 5년차이지만, 매번 학생들과의 생활을 힘겨워하더군요. 선생님 체질이 아닌듯--: 군데 '비폭력 대화'라는 책을 읽고 무지하게 반성하던 기억이 있습니다. 대부분의 시간을 학교에서 보내는 아이들과의 대화법을 잘 아는 선생님은 많지 않겠죠. 저 역시 저보다 어린 사람들과의 대화법에 자신이 없어서 선생님은 꿈도 못 꿔봤지만, 이미 선생님이신 분들, 그리고 계속 선생님이실 분들이 존경스럽습니다. 추천해주신 책을 보면서, '비폭력 대화'라는 책도 추천하고 싶네요.

보라소 2007-06-19 19: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책, 추천 감사합니다. <<비폭력대화>> 꼭 읽어 볼게요. 무엇보다도 격려, 감사합니다. 좋은 말동무를 만난 듯 기분이 좋아요!

치유 2007-06-19 2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찾아봐야겠어요..비폭력대화두요..^^&

2007-06-19 23: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보라소 2007-06-20 09: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앞으로 좋은 책 많이 소개하도록 노력할게요. 제 짧은 지식과 정보를 이곳에서 나누면서 더 많은 지식과 정보를 얻게 되는데, 저, 너무 날로 먹는 거 아니겠죠?^^
 

 

올해 일곱 살인 아이는, 작년부터 돈을 셈하기 시작했다.

셈이 빠르다기보다는, 돈에 너무 일찍 눈을 뜬 건 아닐까, 걱정하는 마음이 들었다.

할머니가 주로 키우는 아이다 보니, 언제부터인가 아이는 할머니 친구들을 비롯한 동네 어른들을 만날 때마다 한두 푼씩 돈 받는 재미를 쏠쏠 키워가고 있었다. 게다가 문방구에서 파는 고가의 장난감에 눈을 돌리기 시작하면서 아이는, 돈에 대한 관심이 지나쳐 욕심을 부리기 시작했다.

아이는 심지어 이런 말을 했다.

"엄마, 나 돈벼락 맞고 싶어."

그 말은 내게 너무 충격적이었다.

 

 

돈에 일찍 눈을 뜬 아이를 위해  몇 가지 방법을 생각해 냈다.

1. 어른들이 준 돈 천 원 이상은 무조건 통장에 저금한다. - 그렇게 통장에 저금한 돈은 나중에 대학 등록금으로 쓴다.

2. 빨래 널기, 빨래 개기, 등의 집안일을 할 때에는 300원, 세차를 도울 시 500원을 받는다.

3. 딱지를 비롯한 장난감을 살 때엔 집안일을 해서 모은 돈을 쓴다.

4. 피아노 같이 비싼 물건을 사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부지런히 돈을 모아야 한다. 그래서 피아노 저금통을 만들어 틈틈이 돈을 그 안에 넣는다.

5. 고가의 장난감은 생일날 양가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그리고 산타 할아버지에게 부탁한다.

6. 동전이 많아지면 조금씩 "월드비전 빵 저금통"에 돈을 넣는다.

 

갈수록 규칙이 늘어나는데, 규칙이 많다고 좋은 것은 아니고,

일단, 아이에게

"누가 준 돈은 가짜 돈이고, 자기가 열심히 일해서 번 돈은 진짜 돈이야. 그러니까 누가 준 돈은 금방 없어지고, 열심히 일해서 번 돈은 오래오래 남아 있는 거야."

아이에게 이 말을 세뇌시키고 있던 차에, 이 책을 발견했다.

 

 

돈이 열리는 나무에 게걸스럽게 붙어 피폐해지는 인간 군상, 돈이 열리는 나무를 버드나무처럼 그냥 보살펴 주기만 하는 정원의 주인. 가짜 돈을  향해 욕심을 품었을 때 구질구질해지는 어른들의 모습이 이 책에 나와 있다.

아직 일곱 살의 아이가 그 내용을 깊이 이해하기에는 어렵지만,

엄마와의 이야기가 있으면 충분히 깊이를 더해 갈 책이라고 믿는다.

무엇보다도 아래와 같은 좋은 책을 쓴 사라 스튜어트의 글이라 믿음이 간다.

 

 

    

 

"장난감을 사도 사도 계속 사고 싶어."
"그래, 엄마도 책을 사도 사도 계속 사고 싶어."

"정말? 엄마도 나랑 똑같아?"

자신의 욕심을 죽이려고만 한다면 얼마나 힘들까?

내 안의 욕심을 바로 보는 연습이, 아이도 나도 필요했다.

그래서 나는 아이와 다시 한 번 <<도서관>>을 읽었다.

책을 사도 사도 끝을 보지 못했던 주인공이 마침내 도서관을 만들어 사람들과 책을 나눴다는 그 이야기를.

욕심을 키웠다 잠재웠다 하면,

어느새 우리의 욕심은 누군가와 나눠갖는 마음으로 별할지도 모른다.

세상은 그렇게 요술 같이 움직인다는 것을,

나는 아직도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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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6-18 10: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보라소 2007-06-19 19: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향기로운 님께도 좋은 책이 되었으면 합니다. 돈, 진짜 중요한데^^
 
달을 갖고 싶은 꼬마 원숭이
앤 망간 지음, 박민정 옮김 / 문학동네 / 2000년 12월
평점 :
품절


기우뚱
시미아는 균형을 잃고 떨어졌어요.
다행히도 큰 새가 시미아를 받아 주었어요.
, 저 달을 갖고 싶단 말이야.”
시미아는 엉엉 울었어요.

얘야, 저 달은 아무도 가질 수 없단다.”
엄마가 말했어요.

어떤 것은 네가 가질 수 있고, 어떤 것은 친구들 것이고, 또 어떤 것은 모두 같이 나눠 가져야 해. 모든 걸 꼭 혼자서만 가져야 즐거운 건 아니란다.”

시미아는 크고 밝은 달을 올려다보았어요.
달이 눈으로 쏙 들어오더니 마음이 포근해졌어요.
달을 올려다보는 것만으로도 나무나 행복하네요.
엄마 말이 맞았어요.

꼭 나 혼자서만 갖지 않아도 좋은 게 너무 많아요.

 <본문 중에서>

***********************************************

 

자기 혼자 뭔가를 움켜쥐려는 아이, 가진 것을 나누는 즐거움을 모르는 아이,

나는 내 아이를 그렇게 키우고 싶지 않은데.

그런 교육이 쉽지는 않다.

나마저 그런 욕심꾸러기가 되어 가고 있으니 말이다.

주문을 외우듯, 이 책의 본문 구절을 적어 놓고 냉장고에 붙여 놓았다.

뜻대로 몸이 움직이지 않으면, 주문이라도 외우는 수밖에.

 

그런데 제목은 <<달을 갖고 싶어하는~>>으로 바꾸는 게 맞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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