털없는 원숭이 - 동물학적 인간론
데즈몬드 모리스 지음, 김석희 옮김 / 영언문화사 / 2001년 8월
평점 :
절판


예리한 관찰과 풍부한 상상력, 그리고 끊임없는 실험과의 싸움은 과학적 진보의 필수적인 요소이다. 그렇지만 뜻밖에도 과학의 혁명적 진보는 우연한 결과에 의해 이루어지는 수가 종종 있다. 대표적으로 캐임브리지의 대학원생이었던 제임스왓슨과 프랜시스클릭은 DNA의 이중나선구조를 고안해 냄에 있어, 실험과 토의에 주로 의존했다기 보다, 맥주를 마시면서 혹은 테니스를 치면서 훌륭한 아이디어를 많이 얻었다고 고백한 적이 있다.

인간의 뇌는 우리가 그것에 대해 생각하는 순간 정답을 출력해주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 넋을 잃고 있을 때 홀연히 나타났다 사라지는 경향이 있다. 때문에 훌륭한 아이디어는 우리가 무언가를 갈구하거나 의도하지 않은 순간, 우연히 나타나곤 한다. 그 우연한 아이디어들에 의해 세상이 갑자기 돌변하는 경우를 우리는 세계의 역사를 통해 목도해 왔다. 바로 과학적 세계관에 혁명적 변화가 초래되었기 때문이었다. 뉴튼이 사과가 떨어지는 것을 발견했을 때, 왓슨과 클릭이 맥주를 마시고 있었을 때, 잘못된 실험의 결과 뢴트겐이 새로운 무언가를 발견했을 때 세계는 급변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데스몬드 모리스의 '털없는 원숭이' 역시 우연한 발견과 이에 근거한 지적 추리력의 소산이다. 과학적 이론이나 학설을 체계화해, 사실과 검증을 기초로 논리를 전개해나간다기 보다 대부분 자신의 지적 추리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털없는 원숭이로 은유된 인간의 진화과정이 데스몬드 모리스의 가설과 부합되는지를 알 수 있기란 현재로선 그 가능성이 전무하다. 바로 그 점이 이 서적의 가장 치명적인 한계요소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탁월할 수밖에 없는 근거를 들라면, 그것은 사색과 유추 그리고 이에 근거한 지적 추리의 깊이를 들 수 있을 것이다. 즉 우리의 사색의 지평을 확장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 사고의 혁명적 전환에 있어 좋은 모범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에서 이다. 이 저작의 과학적 공헌과 가치가 어떻게 평가될 수 있을런지의 문제는 먼 훗날의 일이다. 하지만 기존의 사고방식을 혁명적으로 개혁하는데 가시적인 효과를 줄 수 있다는 전망은 지금 당장의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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