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들어 내가 너무 번역에 예민한 거 아닌가 우려가 되기 시작한다. 번역이 거슬려 책읽기가 싫은 빈도가 너무 잦아지고 있다. <새겨 들어> 어딘가에서 곧 이 말이 쏟아져 내릴 것 같다. 좀 아니다 싶어도 알아서 그 진의를 파악하면 될 것을 뭐 문맥 하나하나 시시콜콜 시비냐고. 그런데 문학은 왠지 그게 아닌 거 같아서....
본문 중에 이런 구절
'....나는 누군가를 죽이거나 인질로 잡아두지 않고도 남의 관심을 끌 수 있는 방법을 알지 못했다. 아, 정말 이 세상에는 관심을 끌지 못하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기 때문에 휴가를 산과 바다로 동시에 갈 수 없어 하나를 선택해야 하듯이 사람들은 선택당한다. (문제의 문장!) 이 세상에는 관심을 끌지 못하는 사람들 중에서 가장 우리 마음에 드는 사람이 선택되게 마련이다......'
어둡고 소외된 삶 속에서 관심과 애정이 결핍된 아이가 우연찮게 자기 이야기에 관심을 기울여주는 사람들을 만나 놀라며 생각나는 것을 기술한 부분이다. 아이가 화자인 이 책은 대부분의 표현이 직설적이며, 가끔 엉뚱하기는 해도 단순하다. 그, 런, 데, 저 마지막 문장은 무엇인가! 시원스레 뚫린 고속도로를 달리다 갑자기 황무지를 만난 것처럼, 나는 저 문장앞에서 급브레이크를 밟고 눈을 꿈뻑거려야 했다. 이 어이없이 문맥이 맞지 않는 문장이 혹시 뭔가 심오한 의미를 품고 의도적으로 쓰여진건가 조심스러워 갑갑한 마음으로 읽고 또 읽어야 했다. 그러나 자꾸만 오역이라는 의심이 든다. 번역하는 사람이 뭔 소리인지 몰라서 얼렁뚱땅 넘어가 버린 문장이라는 의구심을 지울수 없다.
이런 저런 거슬리는 몇 문장들을 뒤로 하고 이 책의 읽기를 마쳤다. 아이의 외로움이 충분히 나의 것이 되지는 않는다. 이 책이 영화가 되어 다시 내게 왔으면 하는 엉뚱한 바램을 가지는 것으로 마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