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부지런을 떨어 영화 '실미도'를 보았다.
심각한 소재이니 심각한 감독이 만들었다면 심각했을 것이고 그래서 대중들이 슬금슬금 피했을 수도 있겠지만, 다행히도 흥행 감독이 만들어 그 심각함을 대중성으로 살짝 덮어 주었다. 이렇게 말하면 감독이 엄청 화낼 것 같기는 하다.
엊그제 보았던 도올 특강, 김용옥 아저씨가 하도 보라고 부채질을 해 댄 것이 오늘 관람의 결정적 이유다. 평소 유난떠는 영화들은 괜히 심통이 나서 보기가 싫다. 그래도 도올의 유난은 뭔가 좀 다르지 않나 싶어서...
영화가 좋았다는 말은 잘 안나오지만, 재미가 있었다. 간간히 보이는 작위적인 감동장면(?)들이 거슬리기는 해도, 낯선 배우들을 포함한 대부분의 연기가 좋았다. 고생들 많이 했겠다는 생각에 절로 한숨부터 난다.
스스로의 치부를 드러내는 일은 어렵다. 젊은 세대가 알지 못한 역사의 치부를 드러내고 그 소용돌이 속에서 희생된 자들의 마음을 쓰다듬는 영화라면 이 영화를 좋은 영화라도 불러도 좋을 것이다.
다만, 치부를 드러내는 일은 한 편 흥행 자극을 위한 좋은 소재이기도 하기에 부디 그런 의도로 만들어진 영화는 아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당신도 어딘가에서 누군가와 이 영화를 보아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