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사장의 하루' 중에서......

   인간이란 신과 짐승의 사생아라고 한 이가 있다. 그렇다면 정이란 사생아의 개성이다. 신은 이미 정을 초월해 있을 것이요, 짐승은 아직 이 정에 미치지 못했을 것이다. 지성이니 오성(悟性)이니 하는 말은 영리한 사생아들의 엉뚱한 어휘다.

======================================================

화려한 필치가 아니어도 꾸준한 사색과 정성스런 글쓰기에 마음이 끌리는 수필집이다. 한평생 정을 놓치지 않고 살아온 작가의 소박하지만 깊은 사유가 좋은 문장으로 표현되어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잘난 척 하는 사람 밥맛 없다.

그런데 그 벨 꼴리는 '잘난 척'의 유혹에 하루에도 몇 번씩 다리가 걸려 넘어진다.

그것도 잘난 척 중 가장 비열한 방법인 '남 깎아 내리기'의 방법이다.

- 별 것도 아니면서 되게 잘난 척 하네.

- 이정도밖에 안돼나 그래?

- 차라리 내가 낫겠는데

뭐 이런 식.

부끄러워 할 일이다. 부끄럽고 부끄럽고 부끄럽다.

머리를 벽에 한 번 박아 본다.(아퍼서 두 번은 못하겠다.)

오늘같은 날엔 당신의 시야에서 완전히 벗어나 있는 것이 다행스럽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처음 몇가지 기적에 대한 유쾌하고 유머 넘치는(그렇다고 얕으막하다는 얘긴 아니지만서도) 글들과 달리, 막달라 마리아의 기적부터 뭔가 어둡고 무겁다. 또하나 후반부의 특징은 유다의 역할이 점점 두드러진다는 점이다.

언젠가 강산에가 유다를 연기한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를 본 일이 있다. 예수를 돈 몇 푼에 배반한 제자 유다라는 단편적 해석이 아닌 고뇌하고 갈등하는 열정의 유다였다. 강산에와 잘 어울리는 역할이라고 생각했었고, 유다에 대한 새로운 해석에 십분 공감이 갔었다.

이제 그때의 유다를 다시 만나는 기분으로 책을 읽는다. 유다의 집념, 유다의 열정, 유다의 고뇌... 얼렁뚱땅 살아보려는 사람들에게 가장 두려운 사람, 원칙주의자의 모습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날빛이 어둡다.

오랜만이다.

좋다.

당신에게 엽서를 한 장 써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오랜만에 흐린 하늘을 봐서 좋다고.

창가의 맺힌 물방울인지도 모르는 당신에게

무궁화 잎파리 뒤에서 분주한 진딧물인지도 모르는 당신에게

도올의 강의를 열심히 듣는 육십대인지도 모르는 당신에게

아이 손에 삐뚤빼뚤한 선으로 그려진 기찻길인지도 모르는 당신에게

진분홍 립스틱인도 모르는 당신에게

그래서 나 오늘 기분이 좋다고 엽서 한 장 써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서재를 가지게 된 것이 좋았다.

언젠가 방 삼면이 질 좋은 나무 책장으로 채워진 서재 하나 갖는 것을  바램으로 가진 나는

미리 주어진 선물같은 이 서재가 좋았다.

책만 아니라 아깝게 스쳐가는 순간순간의 단상들도 모아둘 수 있어서 더 마음이 갔다.

문제는 역시 욕심에서 비롯되었다.

더 괜찮은 서재를 갖고 싶다는, 더 화려하고 그럴 듯한 서재를 갖고 싶다는 욕심이

오늘의 방문자수나 나의 서재지수에 연연하여 자주 눈길 가게 한다.

뭔가 새로운 것을 보태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리스트를 업데이트하게 하고 구찮아도 페이퍼를 쓰게 한다.  

나의 서재가 나의 감옥이 되어가고 있다.

어쩌면 팍팍한 삶에 작으나마 자유 한 점 더 보태려고 가꾸기 시작한 서재였다.

이건 아이러니다. 내가 만든 나의 감옥....

당신이 유치찬란한 나의 됨됨이를  나무란데도 오늘은 할 말이 없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