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재를 가지게 된 것이 좋았다.
언젠가 방 삼면이 질 좋은 나무 책장으로 채워진 서재 하나 갖는 것을 바램으로 가진 나는
미리 주어진 선물같은 이 서재가 좋았다.
책만 아니라 아깝게 스쳐가는 순간순간의 단상들도 모아둘 수 있어서 더 마음이 갔다.
문제는 역시 욕심에서 비롯되었다.
더 괜찮은 서재를 갖고 싶다는, 더 화려하고 그럴 듯한 서재를 갖고 싶다는 욕심이
오늘의 방문자수나 나의 서재지수에 연연하여 자주 눈길 가게 한다.
뭔가 새로운 것을 보태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리스트를 업데이트하게 하고 구찮아도 페이퍼를 쓰게 한다.
나의 서재가 나의 감옥이 되어가고 있다.
어쩌면 팍팍한 삶에 작으나마 자유 한 점 더 보태려고 가꾸기 시작한 서재였다.
이건 아이러니다. 내가 만든 나의 감옥....
당신이 유치찬란한 나의 됨됨이를 나무란데도 오늘은 할 말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