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하여 알고싶은 두세 가지 것들
구회영 지음 / 한울(한울아카데미) / 2006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은 지은이(김홍준 감독이 구회영이라는 필명으로 쓴 글들이다)가 월간 로드쇼 '도시에'난에 1990년 5월호에서 1991년 5월호까지 실렸던 글들을  엮은 것으로, 원래는 책을 의도하고 쓴 글들이라 아니기 때문에, 정연한 체계를 가지고 있지 못하고 있다. 지은이도 책머리에 이러한 이 책의 단점을 이야기하며 독자들이 가장 끌리는 장부터 읽어나가기를 권하고 한다.

지은이의 이야기와 '영화에 대하여 알고싶은 두세 가지 것들'이라는 제목만을 두고 본다면 이 책은 단순히 신변잡기적인 흥미위주의 영화이야기에 지나지 않는다고 볼 수도 있지만, 책은 의외로 괜찮은 글들이 많다. 영화의 역사나 장르 연구와 같은 부분은 짧게나마 영화사를 이해할 수 있어서 좋았고, 제3세계 영화나 컬트 무비에 대한 이야기는 개론서 이상의 내용을 가지고 있었지만 전문적이지 않고 쉽게 글을 풀어쓰고 있어서 좋았던 것 같았다.

다만 빔 벤더스에 대한 글이나 영화사상 걸작선(1895-1991, 91편의 고전)과 우리세대의 걸작(80년대 세계영화 100선)과 같은 부분은 영화가 중복되고 너무 한 방향으로 치우친 글쓰기가 아닌가 할 정도로 조금은 편중된 글쓰기를 보여주고 있었다. 물론 지은이가 위에서 지적한 바대로 이 글 자체가 책을 전제로 쓰여진 글들이 아니어서 그렇긴 하다만. 이왕이면 책을 출간할 때 손을 좀 보든지 아니면 개정판을 내면서 손을 좀 봐주었으면 하는 느낌이다.

전체적인 내용은 80년대 비디오가 보급되면서 나타난 영화에 대한 관심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홍콩 느와르에 대한 이야기는 그러한 시대적인 배경을 그대로 드러내는 부분이다. 우리 나라에서 영화가 비약적으로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이와 같은 비디오세대들의 영향이 컸다고 할 수도 있다. 단순히 영화를 보던 세대를 거쳐 영화를 요모 조모 뜯어보기 시작했던 것이다. 이러한 글들은 당시 영화 관련 잡지들 여기 저기에서 나타난다.

그런데 디비디가 보금되면서 영화는 더욱 우리들 곁에 쉽게 다가왔음에도 영화에 대한 열정적인 관심은 비디오시대 보다 못한 것 같다. 그건 아마도 너무 영화를 너무 쉽게 구할 수 있어서 인지도 모르겠다. 무엇이든 어렵게 구한 것에 애착이 가는 것처럼 인터넷을 통한 다운로드(물론 이는 불법이다)나 디비디를 통한 쉬운 구매경험은 언제든지 영화를 구해 볼 수 있는데 무엇하러 애간장을 태워가며 영화를 구해보겠는가 하는 생각에서 일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멀티플렉스를 통한 편향적인 영화의 보급에서 오는 다양한 영화의 접촉이 사라진 것도 한가지 이유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앞서의 이유와 모순되기도 하지만 이는 영화와 디비디라는 매체의 차이에서 기인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현재의 시선에서 읽어보면 너무나 원론적이고 단순하다는 느낌을 받게된다. 하지만 지은이의 80년대 영화에 대한 강한 애착을 느끼게 하는 영화에 대한 열정은 여기저기서 발견할 수 있게 된다. 어쩌면 이 책은 80년대 비디오세대의 영화에 대한 보고서라고 하는 편이 적절할지도 모른다.

이 책은 각장의 글들이 균형감이 없다는 게 가장 큰 흠이지만(앞서 지적한 대로 책을 전제로 쓰여진 글이 아니어서), 편하게 영화를 이해하고 싶은 분들이나 영화이론에 대해 알고 싶은 초보자들에게는 쉽고 편하게 다가가는 책이라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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