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와 저작권
임상혁 지음 / 세창출판사(세창미디어)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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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미술이나 음악, 문학과 같은 다른 예술 장르와 달리 활동사진기라는 기술의 발전과 그 시기를 같이 하고 있다. 프랑스는 뤼미에르 형제를 미국은 에디슨을 영화의 시초라고 하며 각자 자국의 우월성을 주장하고 있는데, 누가 영화라는 매체를 먼저 발명했든지 간에 영화는 이제는 우리 생활에 없어서 안될 중요한 여가 수단이자 문화 활동의 한 부분이 되었다.

영화는 위와 같은 문화적인 측면 이외에 산업적인 측면을 도외시 할 수 없다. 스티븐 스필버그가 만든 쥬라기 공원이 현대 자동차가 1년 동안 차를 팔아서 벌어들인 수익을 능가한다는 말이 있듯이 잘만들어진 영화는 고부가치 산업이 될 정도다. 또한 영화는 단순히 영화상영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부가 판권 시장, 캐릭터 산업, 테마 파크 조성 등 다른 산업에 미치는 영향도 어마어마하다.

그런데 최근 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영화가 개봉되기도 전에 불법복제물이 공공연하게 유통이 되고 있고, 그로인해 영화제작자들은 엄청난 손실을 보는 경우도 많다. 이러한 불법복제물의 유통은 단순히 영화 극장 관객수의 감소 만이 아니라, 부가 판권 시장의 침체를 가져오게 하는 등으로 다른 산업에 미치는 파급효과도 크다. 그래서 최근에는 이러한 불법행위에 대한 구제수단으로서 법적인 보호라고 할 수 있는 저작권에 대한 관심이 증대하고 있다.

이 책은 지은이가 변호사로서 영화와 관련한 소송을 하면서 자신이 겪은 내용들을 책으로 엮은 것으로, 저작권과 저작권 제한, 저작권 침해에 대한 구제 등으로 저작권에 대한 일반적인 논의를 영화에 대비시켜 설명을 하고 있다. 그런데 과연 지은이가 소송 실무에서 영화와 저작권에 대한 고민을 한 것인지 의심이 들 정도로 너무나 빈약한 내용이다. 영화라는 이야기만 나오지 내용은 저작권 일반에 대한 것이고, 거기에 영화와 관련된 판례를 언급한 정도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영화 기획에서부터 제작, 상영, 그리고 수출에 이르기까지 영화와 관련하여 발생할 수 있는 저작권의 문제가 상당히 많음에도 불구하고 제작에만 치중하여 가장 일반적이고 개론적인 이야기를 옮겨 놓고 있는 것이다. 굳이 이 책을 통하지 않더라도 저작권에 대한 책들을 보면 대부분 나오는 내용들이다. 지은이가 현장에서 영화에 관한 소송을 했다면 지은이 자신의 생각이 녹아 들어 있어야 할 것인데, 이 책에서는 지은이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그저 공허한 외침만 있을 뿐이다.

아직까지도 우리 저작권은 세부적이고 구체적인 면에서는 경쟁력을 가지고 있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실무가들이 이 정도의 내용 정도로만 영화와 저작권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으니 말이다. 기술은 발전하는데 법은 그에 미치지 못하는 느낌이다. 벌어진 결과에 대해 정리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일어날 일을 미리 예측하고 그에 대한 준비하여야 하는 것이 앞으로 법실무가들의 소임이 아닐까 한다. 그런 측면에서 이 책은 현재 우리 영화계의 현실을 감안하여 영화와 저작권에 대한 내용을 따로 저작권에서 떼내어 논의한 의도는 좋았지만 많은 아쉬움이 남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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