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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콘서트 - 건축으로 통하는 12가지 즐거운 상상
이영수 외 지음 / 효형출판 / 2010년 10월
평점 :
올 여름 미술관에서 '미술, 예술을 품다'전을 들었다. 이젠 예술은 다방면으로 펼쳐져 있다. 단순히 그림을 그리는 것만이 예술이 아니라 문화현상과 아름다움과 감동을 전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예술이 될 수 있는 세상이 된 것이다. 처음엔 혼란스러웠다. 내가 생각하는 순수미술은 이미 폐기처분 되었고 현대미술은 행위까지 모든 것이 어떤 의미를 품느냐에 따라 예술이 되었다. 그러던 즈음 건축 콘서트를 받아들자 이젠 건축도 예술이라고 말한다.
예술은 감동이다.
개인이 집을 짓는다는 행위는 평생을 통틀어 한번 할까 말까한 엄청난 일이다. 반면 건축가들은 상상속에서 가능할 것 같은 집들을 설계하고 짓는다. 도시는 건축으로 문화를 만들어 가고, 세계의 아름다운 건물들을 보기 위해 사람들은 여행을 떠난다. 우리 삶에서 매일 마주하는 건축에 대한 이야기를 12명의 저자가 이야기를 들려준다. 말그대로 개성강한 건축가들의 공연장이다.
처음 이 책은 내게 꼭 필요한 책이 제때 와줬구나하는 기분좋은 설레임이었다. 책 속에서 건축에 대한 정보를 얻고 멋진 집을 짓고 싶었다. 하지만 이 책은 멋진 집을 짓는것에 대한 팁은 얻을 수는 없다. 건축 전반에 관한 건축가들의 이야기로 채워진 책이라 당장 집을 지을 사람에게는 도움이라기보다는 예술을 품은 건축에 대한 경외감만 커져갔다.
나의 목적이 촛점을 잘못 맞추었을뿐 개인의 집짓기가 아니라면 건축 전반에 대한 이야기는 책속에 포함된 사진과 유명한 건축가들이 지은 건축물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 몇년전 '에도박물관'에 간적이 있었다. 박물관 내부야 그기서 그기였지만 건물은 인상적이었다. 콘크리트로 덤빌듯이 웅크린채 튼튼하게 지어진 건물이 마음에 들어왔었다. 그 이후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책을 읽다가 알게 되었다.
에도도쿄박물관(1993)은 기쿠타케 기요노리건축가에 의해 지어졌는데, 이 건물은 산업과 사회, 문화의 변화로 우리 일상의 변화에 따른 도시와 건축의 변화를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존재하고, 어떻게 대처하는가에 잠재된 질문에 대한 적극적인 표출이다. 일본 메타볼리즘 건축의 대표적인 건물이라고 한다. 영화 <스타워즈 에피소드 5>에 등장한 걸어다니면서 병력 수송과 전투를 수행했던 앳앳워커와 흡사한 형상이다. 실재로 건물이 걷거나 생물체같이 작동을 하지는 못하고 있지만 건축적 욕망과 상상에 대한 가절함 덕분에 실현된 건물이라는 글을 읽고 나자 왜 그때 받은 느낌이 잊혀지지 않았는지 확인한 기분이다.
언젠가 건축도 트랜스포머처럼
건축가를 만났다. 건축가를 찾아가기전 그의 이전 작업과 하늘을 나는 상상을 컴퓨터로 모션한 동영상을 보았고 강의도 들었었다. 빨간색을 좋아하는 건축가는 사무실의 입구도 내부도 빨간색을 곳곳에 심어두고 있었다. 내가 지금껏 본 사무실중 가장 작은 사무실이었지만 아이디어가 샘솟는 이유를 비로소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의자도 되고 책상도 되고 책꽂이도 되는 공간이야 말로 트랜스포머였다. 작은 공간이지만 하나의 낭비도 없는 알찰 공간이 참 부럽다는 인상을 받고 돌아왔다. 그 건축가와 일을 하게 될지는 아직 미지수지만 올 해 참 좋은 만남이었다.
누군가 내게 어떤 집을 갖고 싶냐고 묻는다면, 대림미술관에서 본 빛이 집안으로 파고드는 그런 공간이 있거나, 아주 작은 창으로 빛이 들어오는 그런 공간을 막연하게 꿈꾸고 숨고 싶어한다. 아직 원하는 실체를 스스로도 알지 못하지만 어떤 공간에 들어섰을때 그대로 느껴지는 공간의 독특함을 꿈꾼다. 12명의 저자중 김수진의 글은 '사람을 만드는 공간, 사람이 만드는 공간'이라는 타이틀로 공간이 시사하는 바를 이야기하는데 그 중 '나만의 은신처, 에워싸는 공간'이라는 이야기가 마음을 끌었다. 건축과 무관한 일을 하는 부부가 자신들이 원하는 공간을 설계하고 기술자들에게 최소한의 도움을 받아 자신의 집을 건축했다는 이야기다. 여기서 집을 지을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빛"이라고 말한다.
또 흥미로운 글은 임기택의 '포스트모던 사회와 세상의 소통방식'이다. 오늘날 소비문화와 휴식의 의미에서 '기호를 소비하는 현대사회의 단면을 하나 들어보자고 시작하는 글은 그동안 나의 여행이 어떤 의미에서 공간을 소비하는 여행이었다는 것을 인지시켜 주었다. 동해바다가 있는 펜션으로 여행을 가서 그곳의 편의시설만 이용하고 돌아왔는데 언제나 나는 여행을 갔다왔다고 한 것이었다. 정말로 그곳에 갔다 왔을까? 이런 의문이 곧 깊게 생각하지 않았던 것을 여기서 꼬집어 주었다.
앞으로 건축은 인간에게 가까이 다가오며 소통을 시도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