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촌수필 - 이문구 문학선 나남문학선 1
이문구 지음 / 나남출판 / 1999년 10월
평점 :
품절


나의 고향은 관촌에서 40리 북쪽인 보령시 청소면이다. 일찍 고향을 떠나온 탓에 고향의 언어에 대해 많은 부분을 잊있지만 이문구님의 관촌수필을 통해 기억을 조금은 찾을 수 있었다. 신혼 살림을 처음 차린 단 하나뿐인 이모가 살았던 갈머리에 대한 추억. 아마 나보단 갈머리 붱재에 있는 대천여고를 다닌 고행 친구들에게 더 친숙한 이야기인지도 모르겠다. 질펀한 전라도 사토리가 묻어나오는 조정래의 태백산맥을 보면서 우리 말의 깊이와 넓이에 탄복을 했었는데 정작 관촌수필을 통해서는 눈가에 맺히는 눈물을 멈출 수 없었다. 그렇게 가슴에 와 닿을 수 없었다.

비록 잊혀진 말들이 많아서 간혹 어머님께 여쭈어 보면서 기억을 되살리며 조심조심 한단어 한단어 집어가며 읽었던 아름다운 책... 지금은 많이 변해버린 갈머리지만 아직도 내 마음 속에는 70년대 21번 국도가 지나가던 갈머리가 남아있다. 작고하신 이문구 선생님의 작품을 더이상 기대 할 수는 없지만 선생이 남긴 이 작품은 오래도록 내 가슴 속에 남아 있으리라. 새로난 우회도로로 깍여나간 부엉재가 눈 앞에 떠오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번쩍하는 황홀한 순간
성석제 지음 / 문학동네 / 2003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언젠가 책 제목조차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작가의 깊은 속내는 제쳐두고 책장 넘기는 재미에 잠도둑을 맞았던 때가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긴 이야기꾼의 대명사는 황석영이요 짧은 이야기의 대명사는 성석제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번쩍하는 황홀한 순간'은 그런 생각을 더 확고히 해 주었을뿐더러 '오늘은 필시 늦게 자게 되겠구나' 하는 예상을 보기 좋게 맞도록 해 주는 아주 재미있는 책이었다. 머리가 썩 좋은 편이 아니기에 한번 읽고 난 책을 내용까지 기억은 못할뿐더러-사실 외우는 걸 잘 못한다-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여기다 책 내용을 옮기고 싶은 생각은 없다.

난 다만 책을 잡고 있는 그 순간의 행복감을 느끼고 싶을 따름이다. 차에서 화장실에서 공원 벤치에서 언제 어디서든 아무 페이지나 열어 보아도 앞장의 내용과 관계없이 재미있는 책이었다. 그의 책에선 개그콘서트를 보고 있는 듯한 그런 착각을 들게하는 그 무언가가 있다고 믿는다. 재미있었다. 성석제님의 글쓰기가 문학적 완성도와 더불어 재미와 즐거움으로 나날이 진화하기를 기대해 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삼국지 세트 - 전10권 삼국지 (민음사)
나관중 지음, 이문열 엮음 / 민음사 / 2002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몇번째의 삼국지인지 잘 기억도 안난다. 삼국지를 10번 이상 안 읽어 본 이와는 대화조차 말라던 경구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삼국지는 편역자가 누구이던지 간에 몇 살때 읽었던지 간에 시대상황의 부침에도 불구하고 항상 새롭게 다가온다. 전체적인 줄거리야 대동소이하지만 그때의 상황논리에 따른 인간군상들의 처세는 새로울 뿐이다. 보수적인 이문열의 시각에 따른 촉한정통론에 입각한 편역이 그다지 새로울 것은 없다는 느낌이 든다. 그러나 몇권째 이든지 중간을 들쳐보아도 영웅들의 활약과 전략전술 등은 나를 흥분하게 한다. 삼국지는 시대가 어려울수록 더 읽혀지리라는 확신을 가져본다. 그것이 진정한 스테디셀러의 힘이 아닐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야생초 편지 - MBC 느낌표 선정도서 야생초 편지 2
황대권 지음 / 도솔 / 2002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잠자리에 들기 전 머리맡에 두고선 잠들때까지만 읽겠다고 맘 먹었다가 결국엔 책장을 다 덮고서야 잠이 들었다. 책장의 마지막을 덮으며 아름답다는 생각을 하다가 내가 작가와 입장을 바꾸어 본다면 집사람이 어떻게 받아 들일까하고 곤히 자고 있는 집사람에게 넌지시 물어 보았더랬다. 내가 공원력에 의해 조작된 사건으로 인하여 황대권선생처럼 그렇게 오랬동안 영어의 몸이 된다면 당신은 어떻겠느냐고? 잠이 채 덜깬 얼굴로 이 사람이 무슨 소리를 하나하고 한동안 쳐다보더니 집사람은 억울해서 미쳐버렸을거란 말 한마디를 생뚱맞게 내뱉고는 바로 잠이 들어 버렸다.

그런 아내의 등 뒤에 '난 야생초고 무엇이고 제 정신이 아닌 상태에서 홧병으로 죽었을거다'라며 혼잣말을 했는데 잠을 청하려 해도 정신은 말똥말똥 해지며 세필화들이 머리 속을 스쳤다. 그런 억울함을 극북하고 아름다운 야생초 친구들을 만드신 황선생님께 무한한 존경심을 표하는 바이다. 참 보기드문 수작이었다. 오랫동안 손이 닿는 곳에 있을 책이란 생각이 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어기적거리며 최대한 느리게 움직이는 것을 소요라고 한다면 마땅히 소요산의 이름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설 다음다음날 경원선을 타고 찾아간 소요산엔 원효와 요석공주, 양사언의 전설을 품고 있는 대신 매섭고 차가운 겨울 바람을 계곡 깊은 곳에서부터 토해내고 있었다.

코로 들이치는 매서운 공기는 금새 콧물도 얼려버릴 정도의 차가움이었기에 소요라는 느림대신 종종걸음을 치듯 최대한 발걸음을 서두를 수 밖에 없었다.

자재암, 하백운대, 중백운대. 상백운대를 거쳐  나한대와 공주봉을 거쳐 달리듯 눈길을 칼바위 능선을 탔더랬다.

아무 생각이 들지 않는 무아지경의 세계를 접했다고나 할까?

나한대 근처에서 적막감을 깨뜨리는 딱따구리의 나뭇가지 쪼는 소리를 한동안 들을 수도 있었다.

조금 춥기는 했지만 산에선 행복을 느낀다.

그 품안에 있을때도 그렇고 그 품이 그리울 때도 그렇고 그 품이 멀어질 때도 또한 그러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