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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왕을 죽였는가
이덕일 / 푸른역사 / 1998년 12월
평점 :
절판
요즘 페루의 잉카문명에 대해 써 놓은 책을 읽고 있다. 남아 있는 유적 등으로 미루어 볼 때 찬란한 문화의 꽃을 피운 민족임에는 분명하지만 그들의 현재 모습은 그 옛날과 별반 차이가 없으며 소수의 스페인 정복자에게 멸망을 당하는 화를 당하고 말았다. 또한 문자가 없기에 기록으로 전해져 오는 것은 거의 전무하다시피 하여 그들의 역사를 알아내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그에 비해 우리의 경우엔 고유의 문자와 함께 소상하게 적어 놓은 역사서를 통해 옛날에 있었던 일들을 지금도 소상히 할 수 있으며 학자들의 연구를 통해 그간 잘못 알려졌던 사건들에 대한 새로운 해석들도 발표가 되고 있다. 특히 조선시대의 경우엔 왕조실록은 물론 많은 유학자들의 방대한 저술이 남아 있어 좋은 연구대상이 된다고 생각을 한다. 그런 기록들을 오늘날 새롭게 재해석하는 연구물 중 하나가 <누가 왕을 죽였는가>이며 그런 연구활동을 활발히 펼치고 있는 이가 이덕일님이라고 생각된다.
학교에 다닐 때 역사시간 중 가장 많이 시간이 할애가 되었던 부분이 조선시대임에도 불구하고 교과서엔 조선의 역대 왕들 중에 독살의 의문에 대해 언급을 한 것은 단 한 줄도 없는 것으로 기억한다. 그래서 인지 제목부터 내겐 흥미로왔다. 특히 <사도세자의 고백>을 통해 왕권과 신권의 대립 속에서 죽어간 사도세자의 불행에 대해서 알고 난 후 독살이나 의문의 죽음이라는 의혹이 있는 나머지 여덟명의 왕들에 대해 궁금증은 더 커져만 갔다.
아버지에 의해서, 배다른 동생에 의해서, 치열한 권력투쟁의 과정에서, 개혁을 통해 원대한 뜻을 펼치려다 수구세력의 저항에 부딪혀 주저앉는 경우 등 그 죽음을 둘러싼 일연의 사건들은 매우 흥미로왔다. 저자의 말처럼 들추어 내에 우리 역사의 치부를 드러내는 것이라고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오히려 우리 역사에 대해 제대로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인조의 아들 소현세자의 죽음을 보면서는 권력의 실체에 대해 다시금 생각을 하게 되었다. 도대체 권력이 얼마나 좋고 왕의자리가 얼마나 중요하길래 아비가 아들을, 며느리를, 종국엔 손자가지 죽여야하는지......
왕이 어떻게 죽었는지 보다는 독살이나 의문의 죽음이 없었다면 역사는 어떻게 바뀌었을까에 대한 상상도 재미있었다. 물론 역사엔 상상이란 없다고 하지만. 저자는 나름대로의 상상력을 동원하는 대신 일부 왕의 죽음이후의 일들에 언급을 통해 아쉬움을 토로 하고 있다. 역사는 진실이라고 생각을 한다. 감춘다고 가리려 한다고 언제까지 묻혀있는 것은 아니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