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역을 맡은 자의 슬픔 - 사회 귀족의 나라에서 아웃사이더로 살기
홍세화 지음 / 한겨레출판 / 200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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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결코 악역을 맡은 것이 아니었다. 다만 그렇게 포장이 되었을 뿐이다. 총구에서 나온 무력을 바탕으로 권력다툼의 아수라장에서 승리한 정통성 없는 진짜 악역인 군사정권의 용공조작사건의 희생자라고 생각한다. 숲에서는 나무를 볼 수 없다고 하는데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해 한동안 이 나라만을 찾을 수 없었던 저자의 눈에 비친 이 사회에 대한 통렬한 비판이다.

각각 일본과 독일에 의해 지배를 받았던 공통의 역사를 지닌 우리나라와 프랑스 사회와의 비교를 통해 우리사회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들을 진단하고 그 해결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민족반역자를 철저히 단죄한 프랑스는 과거와의 단절을 통해 미래지향적인 국민통합을 이루어 내고 있는 반면, 우리는 아직도 과거를 단절하지 못한 채 민족반역자들 1세대는 물론 그 후손들까지도 호의호식하며 이 사회의 기득권을 주장하고 있다. 소수에 의한 권력과 富의 독점은 반드시 해결해야 할 숙제이다.

노무현대통령의 당선과 함께 참여정부가 출범하면서 통제되고 억압받는데 익숙해져 있던 우리 사회가 차츰 다원성을 확보하고 제각각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고 생각한다. 일시적으로 그것이 사회혼란으로 비추어지는 것 같지만 한번은 겪어야 할 통과의례라고 생각된다. 분명 사회통합을 이루어내는 것은 물론 비약적인 발전을 할 수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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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의 도시 이야기 - 상 - 베네치아공화국 1천년의 메시지 시오노 나나미의 저작들
시오노 나나미 지음, 정도영 옮김 / 한길사 / 200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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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치아의 첫 느낌은 놀라움이었다. 도로를 주행하는 차를 한대도 볼 수 없는 도시였기 때문이다. 베네치아의 大路는 베키오다리 아래를 흐르는 거대한 운하였고 버스도 택시도 모두 배였다. 미로처럼 얽힌 골목길과 다리로 연결된 살아 숨쉬는 도시였다. 곤돌라를 타면 중세의 베네치아 전성기로 되돌아간 느낌마저 들었다. 아직까지도 베네치아만의 전통이 살아 숨쉬는 걸 보면 노블리스오블리제를 사회 규범이 아직도 전해져 오고 있는듯하다.

아마 이 나라의 소위 말하는 사회지도층인사들이 꼭 한번 읽었으면 하는 책이기도 하다. 국가를 위해 귀족일수록 앞장을 섰던 베네치아귀족들의 반만이라도 닮는다면 얼마나 좋을까. 꼭 한번 다시 가보고 싶은 유일무이한 도시 베네치아! 그것이 내게 각인된 베네치아다. 그 베네치아의 역사가 나나미에 의해 기억 속에서 되살아났다. 유일무이한 도시의 태생배경이 잔잔하게 펼쳐진다. 소설을 읽듯이 산책을 하듯이 편안히 과거의 시간여행을 하도록 해 주는 것, 나나미 글쓰기의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철저한 고증을 기반으로 한. 순전히 독학으로 이루어낸 성과물이라고 하니 더욱 놀라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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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왕을 죽였는가
이덕일 / 푸른역사 / 199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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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페루의 잉카문명에 대해 써 놓은 책을 읽고 있다. 남아 있는 유적 등으로 미루어 볼 때 찬란한 문화의 꽃을 피운 민족임에는 분명하지만 그들의 현재 모습은 그 옛날과 별반 차이가 없으며 소수의 스페인 정복자에게 멸망을 당하는 화를 당하고 말았다. 또한 문자가 없기에 기록으로 전해져 오는 것은 거의 전무하다시피 하여 그들의 역사를 알아내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그에 비해 우리의 경우엔 고유의 문자와 함께 소상하게 적어 놓은 역사서를 통해 옛날에 있었던 일들을 지금도 소상히 할 수 있으며 학자들의 연구를 통해 그간 잘못 알려졌던 사건들에 대한 새로운 해석들도 발표가 되고 있다. 특히 조선시대의 경우엔 왕조실록은 물론 많은 유학자들의 방대한 저술이 남아 있어 좋은 연구대상이 된다고 생각을 한다. 그런 기록들을 오늘날 새롭게 재해석하는 연구물 중 하나가 <누가 왕을 죽였는가>이며 그런 연구활동을 활발히 펼치고 있는 이가 이덕일님이라고 생각된다.

학교에 다닐 때 역사시간 중 가장 많이 시간이 할애가 되었던 부분이 조선시대임에도 불구하고 교과서엔 조선의 역대 왕들 중에 독살의 의문에 대해 언급을 한 것은 단 한 줄도 없는 것으로 기억한다. 그래서 인지 제목부터 내겐 흥미로왔다. 특히 <사도세자의 고백>을 통해 왕권과 신권의 대립 속에서 죽어간 사도세자의 불행에 대해서 알고 난 후 독살이나 의문의 죽음이라는 의혹이 있는 나머지 여덟명의 왕들에 대해 궁금증은 더 커져만 갔다.

아버지에 의해서, 배다른 동생에 의해서, 치열한 권력투쟁의 과정에서, 개혁을 통해 원대한 뜻을 펼치려다 수구세력의 저항에 부딪혀 주저앉는 경우 등 그 죽음을 둘러싼 일연의 사건들은 매우 흥미로왔다. 저자의 말처럼 들추어 내에 우리 역사의 치부를 드러내는 것이라고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오히려 우리 역사에 대해 제대로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인조의 아들 소현세자의 죽음을 보면서는 권력의 실체에 대해 다시금 생각을 하게 되었다. 도대체 권력이 얼마나 좋고 왕의자리가 얼마나 중요하길래 아비가 아들을, 며느리를, 종국엔 손자가지 죽여야하는지......

왕이 어떻게 죽었는지 보다는 독살이나 의문의 죽음이 없었다면 역사는 어떻게 바뀌었을까에 대한 상상도 재미있었다. 물론 역사엔 상상이란 없다고 하지만. 저자는 나름대로의 상상력을 동원하는 대신 일부 왕의 죽음이후의 일들에 언급을 통해 아쉬움을 토로 하고 있다. 역사는 진실이라고 생각을 한다. 감춘다고 가리려 한다고 언제까지 묻혀있는 것은 아니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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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문화유산답사기 3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3
유홍준 지음 / 창비 / 199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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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을래야 잊을 수 없는 추억들이 녹아 있는 책이다. 이 책뿐만 아니라 연작시리즈를 들고 남도로, 경주로, 내포로, 강원도 첩첩산중으로 구석구석 헤집고 다니던 기억이 선하다. 참 잘 씌여진 책이다. 내가 유홍준님의 열혈 독자가 되게 되어 신간은 물론이고 예전에 씌여진 책까지도 찾아가며 읽게 한 계기를 만들어 준 책이기도 하고...

책 속에 나와 있는 문화유산을 언제 찾아가든 거기서 만나는 사람들의 손에는 반드시 이 책이 들려져 있었음을 떠 올리면 흐뭇해진다. 문화유산 독자끼리의 은밀한 눈인사를 건네고 서로의 느낌을 서스럼 없이 말하며 성별과 나이를 불문하고 친구로 만들어주었을 뿐만 아니라, 책 속의 유려한 문구를 다시 들추어가며 바라보는 문화유적들은 내게 생명력이 있는 생명체로 다가오는 느낌이 들 때, 신선한 충격을 받을 정도였다고나 할까.

3권이 발매 되자마자 서점에서 책을 사서 서산으로 달려갔다. 마애삼존불을 지키는 할아버지의 환상적인 빛의 가도를 만드는 모습을 통해 마애삼존불의 위대함을 실제로 보았던 기억이 선하다. 그 뒤에 갔을 때 그 할아버지는 아니 계셔서 안타까웠다. 또한 바귀어 가는 보원사지의 모습도.... 바뀌고 변해가는 모습들에 대한 후기를 담은 책과 아직 미처 소개되지 못한 훌륭한 우리 문화유산을 담은 4권을 기다려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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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우디, 공간의 환상 다빈치 art 5
안토니 가우디 지음, 이종석 옮김 / 다빈치 / 200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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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학과 건축공학과의 차이는 분명히 있다. 내 짧은 소견으로는 전자는 철학을 가진 쟁이를 양생하는 곳이고 후자는 벽돌찍어내듯 거의 정형화된 규격을 가진 콘크리트나 석조 건물들을 올리는 직업인을 만들어 내는 곳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본다.-지나친 비약이라고 치부를 해도 본인은 할 말이 없다. 그래서 인지 위대한 건축가를 만나는 것은 항상 즐거움을 준다. 가우디도 물론 그 중의 하나다.

비록 건축학도가 아닌 토목기술자로서의 삶을 살고 있지만 연관성이 제법 많아서인지 관심이 가는 분야가 건축이다. 특히 아름답고 건축가의 철학이 담긴 건축물에서 감명을 받곤 하는데 가우디도 그 중 한사람이다. 언젠가 그의 체취가 묻어나는 바르셀로나를 여행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나는 행복감에 젖으리라. 아직도 건축중이라는 성가족성당을 가지고 있는 그들의 진득함과 끈기가 우리의 뚝딱거리는 조급함고 대비가 되는듯하여 조금은 씁쓸하다. 갑자기 궁금해진다. 구엘공원에 다설박이 우리 아들을 풀어 놓으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가우디가 설계한 아파트에 하루라도 아내를 살게 한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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