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룡소의 그림동화 1
레이먼드 브릭스 글.그림, 박상희 옮김 / 비룡소 / 199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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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은 가영이를 위해 처음 산 그림책이랍니다. 가영이가 태어나기도 훨씬 전, 첫아이가 생긴 것을 기뻐하며 엄마 아빠가 서점에 가서 뱃속의 아이에게 읽어줄 책으로 고른 것입니다.

색연필로 그린 부드러운 파스텔톤의 그림, 책 한 면을 작은 칸 그림으로 나누어 구성하는 만화형식의 기법(전 만화 무지하게 좋아합니다), 보고 있으면 뿌듯해지는 커다란 판형, 아이의 상상의 세계를 유쾌하게 다룬 내용... 등등이 참 마음에 들어 첫 그림책으로 고른 것이지요. 뱃속의 아이에겐 부모가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책을 읽어주는 것이 좋을 것 같았거든요. 물론 곰이 절 닮았기 때문에 호감이 갔던 것도 선택의 이유입니다. 저 사실 마늘과 쑥을 먹고 사람된 곰탱이랍니다...

그럼 책 이야기로 들어가 볼까요. <곰>도 <눈사람 아저씨>처럼 분할된 작은 칸 그림으로 시작합니다. 창 너머로 서서히 곰이 다가오죠. 보시는 분에 따라 답답하게 느낄 수도 있지만, 저는 만화광이라 그런지 이런게 재미있더라구요. 박진감도 느껴지고 마치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 하기도 하고... 참 레이먼드 브릭스는 애니메이션을 병행하는 작가로도 유명하죠. 처음 몇 페이지에는 글이 거의 안나오는 것도 또다른 재미랍니다. 그림을 보면서 이야기를 만들어나갈 수 있으니까요.

<곰>을 읽다보면 어릴 적 추억이 되살아나 입가에 미소가 그려집니다. 상상속의 친구와 함께 노는 것... 누구나 어릴 적 경험해본 것 아닌가요? 소꼽놀이도 그렇고... TV에 빠져살던 가영아빠는 그 상상속의 친구가 마징가나 태권브이, 손오공 등등의 만화주인공이었지만요. 곰에게 먹을 것도 챙겨주고 똥오줌도 치우고 목욕도 시키고 하루종일 바쁜 틸리의 모습속에 어릴 적 제 모습이 투영되기도 합니다(사실 전 틸리처럼 상상력이 풍부하진 않았지만요).

<곰>은 요즘 가영이가 가장 즐겨있는 책입니다. 잠들기 전이면 꼭 읽어달라고 하지요. 한동안 곰 나오는 책은 안 읽어! 하던 가영이도 이 책의 곰은 무섭지 않은 모양입니다. 한 두번 정도 읽어주면 꿈나라로 떠나는 가영이... 꿈 속에서 하얀 곰을 만나는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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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큰 할머니의 만두 만들기
채인선 글, 이억배 그림 / 재미마주 / 200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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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집은 제가 어렸을 때부터 만두 만들기를 자주 했습니다. 꼭 명절이 아니더라도 신김치가 생기면 두부랑 돼지고기, 신김치, 숙주나물이나 당면 등을 넣고 만두소를 만들어 온 가족이 둘러앉아 만들곤 했죠. 물론 아버지는 동참하지 않았지만, 남자가 부엌 출입하면 고추 떨어진다고 하시던 할머니도 제가 만두 만드는 것은 말리지 않으셨습니다.

지금은 귀찮아서 만두피를 사다 쓰는 경우가 많지만, 그땐 어머니가 직접 빚은 만두피로 오누이가 모여앉아 만두를 만들곤 했죠. 저희집은 만두를 어른 주먹만큼 크게 만드는데, 만두 한번 만드는 날이면 온 식구가 포식하는 날이었답니다.

어릴적부터 만두 만드는게 자연스럽고 재미있었던 까닭에, 결혼해서도 저는 아내와 둘이서 만두를 자주 만들었습니다. 이젠 가영이도 같이 만든다고 야단법석이지만요. 만두 한번 만들어서 냉동실에 잔뜩 넣어놓으면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죠. 출출할 때 꺼내서 튀겨도 좋고 국을 끓여 먹을 수도 있고 쪄먹을 수도 있으니...

아무튼 이런 가풍(?) 탓에 가영이와 함께 재미있게 읽은 책이 바로 <손 큰 할머니의 만두 만들기>랍니다. 산속에 사는 여러 동물들을 민화풍으로 표현한 이억배님의 그림도 참 재미있고, '무엇이든지 하기만 하면 엄청 많이 엄청 크게 하는 할머니' 이야기도 재미있습니다.

아이들은 먹을 것에 대한 관심이 크고, 음식 만들기도 좋아하는데 이 책은 이걸 잘 표현한 것 같아요. 맛있는 만두를 아이들이 좋아하는 동물들과 함께 어엄청 많이~! 어엄청 크게~! 만드는 과정이 너무 즐거운 거죠. 게다가 중간에 4-4조의 운율로 표현된 '만두 만두 설날 만두 / 아주 아주 맛난 만두 / 숲속 동물 모두 모두 / 배불리 먹고도 남아 / 한 소쿠리씩 싸 주고도 남아 / 일년 내내 사시사철 / 냉장고에 꽉꽉 담아 / 배고플 때 손님 올 때 / 심심할 때 눈비 올 때 / 한 개 한 개 꺼내 먹는 / 손 큰 할머니 설날 만두' 이 대목을 읽을 때 가영이는 아주 좋아한답니다. 이제는 외어서 혼자 읊조리곤 하죠.

그런데 이야기에서 한가지 아쉬운 게 있어요. 그건 만두 빚을 때 할머니가 동물들과 함께 일하는 게 아니라, 높은 나무에 올라가 망원경을 눈에 들이대고 호령을 한다는 거죠. 물론 만두소는 할머니가 함께 만들지만... 만두도 동물들과 함께 빚었으면 더 좋았을텐데... 하는 게 제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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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8-07-23 0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채인선 작가의 <시카고에 간 김파리>가 새로 출간되었습니다.
 
구리와 구라의 빵 만들기 내 친구는 그림책
나카가와 리에코 지음, 야마와키 유리코 그림 / 한림출판사 / 199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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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리와 구라의 빵 만들기>는 올들어 가영이가 가장 열광한 책이랍니다. 동네 도서관에서 너덜너덜해진 헌책을 빌려와서 읽어 주었는데, 평소 헌책을 싫어하던 가영이가 앉은 자리에서 몇번씩 읽어달라는 폭발적인 반응을 보였답니다. 그런데 사실 이 책은 제가 작년부터 점찍어놓은 책이었던지라, 가영이의 반응에 전 어깨가 으쓱했죠.

제가 이 책을 주목하게 된 것은 순전히 <어린이와 그림책>의 저자 마쯔이 다다시 때문입니다. 마쯔이 다다시가 <구리와 구라>에는 어린이가 좋아하는 비밀이 담겨 있다며 극찬을 하고 있는 걸 읽었거든요. 그의 글을 읽고 나니 구리와 구라가 읽고 싶어졌고, 서점에 들려 읽고나서는 '아하~! 정말 그렇구나!!'하며 무릎을 치게 되더라구요.

<구리와 구라의 빵 만들기>에는 정말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요소가 가득 담겨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요리 만들기와 먹는 일, 노래와 나들이, 새롭고 신기한 것의 발견, 동물친구들이랍니다. 이런 것들은 대부분의 아이들이 좋아하는 요소인데 한데 모여있으니 그야말로 인기 폭발인 것입니다.

우선 <구리와 구라의 빵 만들기>의 주요 사건은 요리 만들기와 먹는 일입니다. 커다란 카스텔라 빵을 만들어 동물친구들과 나누어 먹는 이야기이니까요. 아이들이 좋아할 만 하죠. 먹을 것에 대한 아이들의 관심과 집중이 대단하지 않습니까. 그리고 좀 크면 직접 만들겠다고 참견도 하고... 가영이가 여자아이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가영이는 음식 만들기를 참 좋아한답니다. 같이 밀가루 반죽도 하고, 만두도 만들고, 마늘도 까고... 그래서 <구리와 구라의 빵 만들기>를 더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두번째는 노래와 나들이. 구리와 구라의 등장은 꼭 노래로 불러줘야 할 것 같은 '우리들 이름은 구리와 구라 / 세상에서 제일 좋은 건/ 요리 만들기와 먹는 일. / 구리 구라, 구리 구라.'라는 구절과 숲 속으로의 나들이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책을 읽어주다 보면 저절로 노래조로 읽게 되는 구절이 몇군데 있습니다. 이게 바로 재미죠. 그리고 숲 속으로 도토리며, 밤, 버섯을 따러가는 나들이... 역시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요소입니다.

세번째는 새롭고 신기한 것의 발견. 바로 커다란 알의 발견입니다. 이 대목에서 가영이는 약간 흥분합니다. 엄청나게 커다란 알을 발견하고 이것을 어떻게 옮길까 고민하는 대목이 재미있는 모양입니다.

네번째는 동물친구들. 이건 더 말씀 안드려도 되겠죠. 가영이는 이건 사자, 이건 악어, 이건 늑댄가? 하며 동물을 하나하나 확인하며 즐거워한답니다. 전 구리와 구라가 동물친구들과 함께 빵을 나누어 먹는 것이 더 흐뭇하지만요.

이 외에도 구리와 구라에는 아이들이 빠져들만한 매력이 많이 있습니다. 어디선가 아이가 구리와 구라의 일본어판을 처음 보고 구리와 구라를 구별해냈다는 이야기를 본 것 같은데 그건 표지의 글씨색과 구리구라의 옷색깔이 같기 때문이죠(구리-->파란색 글씨/파란옷, 구라-->빨간색 글씨, 빨간옷).

또 다 먹은 알껍질의 재활용도 재미있답니다. 사실 가영이는 구리와 구라가 커다란 알껍질로 무엇을 만들었을까요? 하는 대목에서 가장 열광합니다. 구리와 구라는 무엇을 만들었냐고요? 직접 읽고 확인해보세요. 아이와 즐겁고 유쾌한 시간을 보낼 수 있을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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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지와 푹신이 내 친구는 그림책
하야시 아키코 지음 / 한림출판사 / 199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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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영이가 제일 좋아하는 그림책 작가는 아무래도 하야시 아키코인 것 같습니다. 하야시 아키코의 작품은 하나도 빠짐없이 잘 보거든요. 그래서 저희 집에는 그의 책이 가장 많답니다. 어느 것 하나 실패한 것이 없지요. 저도 물론 하야시 아키코를 좋아합니다. 앤서니 브라운의 광팬이기도 하지만, 사실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것은 하야시 아키코입니다. 그런데 그의 작품들을 보면서 의문이 들곤 했습니다. <순이와 어린 동생>, <병원에 입원한 내동생>, <이슬이의 첫심부름>, <숲속의 숨바꼭질>, <오늘은 무슨 날>, <오늘은 소풍가는 날>, <목욕은 즐거워> 등등 그의 걸작들은 하나같이 글쓴이가 따로 있는 것입니다. 아주 어린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싹싹싹>이나 <달님 안녕>, <손이 나왔네> 같은 책은 하야시 아키코가 글과 그림을 다 책임지지만 대부분의 책들에선 그림만 그려, 혹시 스토리텔링 능력이 떨어지는 건 아닐까 의심하기도 했습니다. 제딴엔 앤서니 브라운과 비교하면서, 그림만 잘 그린다면 진정한 그림책 작가는 아니지 않을까? 하는 의심을 키우기도 했답니다.

그런데 그런 의심과 의문을 일거에 해소시켜준 책이 있더군요. 바로 <은지와 푹신이>입니다. 이 책은 하야시 아키코의 매력을 가장 잘 드러낸 결정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은지와 푹신이>는 주인공인 은지가 봉제인형 푹신이와 여행을 떠나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대개는 인형을 갖고 있는 어린이가 보호자이지만, 여기서는 봉제인형 푹신이가 은지의 보호자랍니다. 푹신이는 마치 은지의 친절한 오빠 같습니다. 참 재미있는 설정이죠. 하야시 아키코의 인터뷰를 보니 '완전 환타지가 아니라, 거의 현실에 있으면서 약간 환타지한 것'을 좋아한다고 했는데, 바로 이게 하야시 아키코의 매력이랍니다. <숲속의 요술물감>이나 <숲속의 숨바꼭질>도 보면 얼토당토 않은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내게도 일어날 것만 같은 이야기 아닌가요? 다 읽고 나면 '나에게도 이런 일이 일어났으면...'하고 웃음짓게 되죠. 이처럼 현실과 맞닿아 있는 환타지의 세계에 아이들은 부담없이 푹 빠지는 것 같습니다.

<은지와 푹신이>에서 보여지는 하야시 아키코의 또다른 매력은 유머와 재치입니다. 하야시 아키코의 책을 보다 보면 '풋~~!'하고 웃음을 터뜨리는 경우가 있죠? <달님 안녕>에서 달님이 메롱하고 있는 그림이라든지, <이슬이의 첫심부름>에서 자전거 때문에 놀라는 이슬이의 얼굴, <순이와 어린동생>에서 동생을 잃어버리고 막 뛰어가는 순이의 얼굴, 전 이런 대목에서 미소를 짓곤 한답니다. <은지와 푹신이>에서는 푹신이가 도시락을 사러갔다가 기차에 늦게 타서 기차 문틈에 꼬리가 끼어버리고 만답니다. 그래서 꼬리가 ㄱ자로 구부러져 버리지요. ㅎㅎㅎ. 게다가 문틈에 끼인 채로 은지와 도시락을 먹는데 차장 아저씨가 그걸 보고 놀라자 '기차표가 없어서 여기에 있는 거 아니에요'라며 주머니에서 표를 꺼내 보여주는 푹신이의 모습은 '저 아무 것도 잘못한 거 없어요!!!'라는 어린 아이의 순수한 마음을 그대로 보는 것 같아 웃음을 참을 수가 없습니다.

하야시 아키코는 수줍은 어린이의 두근두근한 마음을 참 잘 표현하는데 <은지와 푹신이>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낯선 곳으로 처음가는 여행이라 아이의 마음은 기대도 되고 두근두근하기도 할 텐데 그걸 참 절묘하게 표현하고 있답니다. 그래서 가영이는 처음에 가슴 졸이는 대목에서 결국 읽기를 포기하고 말았답니다. 지금은 재미있게 잘 읽고 있지만요.하야시 아키코를 좋아하는 아이와 부모님들이라면 꼭 한번 읽어볼만한 책입니다. 전 단연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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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들렌카 - 세상을 담은 소녀 이야기 베틀북 그림책 21
피터 시스 글 그림, 윤정 옮김 / 베틀북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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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에게 그림책을 읽어주면서 지구 곳곳의 다른 나라사람들과 다른 세계에 대해 이야기 해주는 책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이 그림책은 이빨 갈기라는 모든 어린이가 한 번은 겪는 일에 세상 곳곳에 대한 이야기도 같이 엮어 놓았다. 우리의 주인공 마들렌카는 이빨이 흔들거리는 걸 느껴 밖으로 뛰어나가 모두에게 자랑을 한다(이빨이 흔들려 젖니를 뽑으면 얼른 어른이 된다고 생각하는 아이의 생각엔 미소가 절로 지어진다).

빵가게의 프랑스에서온 가스통 아저씨와 인도에서 온 싱아저씨, 독일에서 온 그림 아줌마등의 이웃들에게 말이다. 프랑스에서 온 가스통 아저씨가 '봉쥬르 마들렌' 하고 인사를 하는 다음 페이지엔 환장적인 초현실풍으로 프랑스에서 볼 수 있는 에펠탑, 어린왕자등의 프랑스 이미지가 그려져 있다. 싱 아저씨도 그림 아줌마도 마찬가지로 인도와 독일에 대한 이미지를 가게의 창으로 엿볼 수 있다.교과서적 지식으로 다른 세계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는게 아니라 친하게 지내는 이웃을 통해 세계 곳곳을 엿보고 자연스럽게 그들의 세계를 인정하고 받아들이게 만드는 작가는 그림 뿐 아니라 내용으로도 한편의 훌륭한 동화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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