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지와 푹신이 내 친구는 그림책
하야시 아키코 지음 / 한림출판사 / 199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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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영이가 제일 좋아하는 그림책 작가는 아무래도 하야시 아키코인 것 같습니다. 하야시 아키코의 작품은 하나도 빠짐없이 잘 보거든요. 그래서 저희 집에는 그의 책이 가장 많답니다. 어느 것 하나 실패한 것이 없지요. 저도 물론 하야시 아키코를 좋아합니다. 앤서니 브라운의 광팬이기도 하지만, 사실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것은 하야시 아키코입니다. 그런데 그의 작품들을 보면서 의문이 들곤 했습니다. <순이와 어린 동생>, <병원에 입원한 내동생>, <이슬이의 첫심부름>, <숲속의 숨바꼭질>, <오늘은 무슨 날>, <오늘은 소풍가는 날>, <목욕은 즐거워> 등등 그의 걸작들은 하나같이 글쓴이가 따로 있는 것입니다. 아주 어린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싹싹싹>이나 <달님 안녕>, <손이 나왔네> 같은 책은 하야시 아키코가 글과 그림을 다 책임지지만 대부분의 책들에선 그림만 그려, 혹시 스토리텔링 능력이 떨어지는 건 아닐까 의심하기도 했습니다. 제딴엔 앤서니 브라운과 비교하면서, 그림만 잘 그린다면 진정한 그림책 작가는 아니지 않을까? 하는 의심을 키우기도 했답니다.

그런데 그런 의심과 의문을 일거에 해소시켜준 책이 있더군요. 바로 <은지와 푹신이>입니다. 이 책은 하야시 아키코의 매력을 가장 잘 드러낸 결정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은지와 푹신이>는 주인공인 은지가 봉제인형 푹신이와 여행을 떠나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대개는 인형을 갖고 있는 어린이가 보호자이지만, 여기서는 봉제인형 푹신이가 은지의 보호자랍니다. 푹신이는 마치 은지의 친절한 오빠 같습니다. 참 재미있는 설정이죠. 하야시 아키코의 인터뷰를 보니 '완전 환타지가 아니라, 거의 현실에 있으면서 약간 환타지한 것'을 좋아한다고 했는데, 바로 이게 하야시 아키코의 매력이랍니다. <숲속의 요술물감>이나 <숲속의 숨바꼭질>도 보면 얼토당토 않은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내게도 일어날 것만 같은 이야기 아닌가요? 다 읽고 나면 '나에게도 이런 일이 일어났으면...'하고 웃음짓게 되죠. 이처럼 현실과 맞닿아 있는 환타지의 세계에 아이들은 부담없이 푹 빠지는 것 같습니다.

<은지와 푹신이>에서 보여지는 하야시 아키코의 또다른 매력은 유머와 재치입니다. 하야시 아키코의 책을 보다 보면 '풋~~!'하고 웃음을 터뜨리는 경우가 있죠? <달님 안녕>에서 달님이 메롱하고 있는 그림이라든지, <이슬이의 첫심부름>에서 자전거 때문에 놀라는 이슬이의 얼굴, <순이와 어린동생>에서 동생을 잃어버리고 막 뛰어가는 순이의 얼굴, 전 이런 대목에서 미소를 짓곤 한답니다. <은지와 푹신이>에서는 푹신이가 도시락을 사러갔다가 기차에 늦게 타서 기차 문틈에 꼬리가 끼어버리고 만답니다. 그래서 꼬리가 ㄱ자로 구부러져 버리지요. ㅎㅎㅎ. 게다가 문틈에 끼인 채로 은지와 도시락을 먹는데 차장 아저씨가 그걸 보고 놀라자 '기차표가 없어서 여기에 있는 거 아니에요'라며 주머니에서 표를 꺼내 보여주는 푹신이의 모습은 '저 아무 것도 잘못한 거 없어요!!!'라는 어린 아이의 순수한 마음을 그대로 보는 것 같아 웃음을 참을 수가 없습니다.

하야시 아키코는 수줍은 어린이의 두근두근한 마음을 참 잘 표현하는데 <은지와 푹신이>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낯선 곳으로 처음가는 여행이라 아이의 마음은 기대도 되고 두근두근하기도 할 텐데 그걸 참 절묘하게 표현하고 있답니다. 그래서 가영이는 처음에 가슴 졸이는 대목에서 결국 읽기를 포기하고 말았답니다. 지금은 재미있게 잘 읽고 있지만요.하야시 아키코를 좋아하는 아이와 부모님들이라면 꼭 한번 읽어볼만한 책입니다. 전 단연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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