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은 가영이를 위해 처음 산 그림책이랍니다. 가영이가 태어나기도 훨씬 전, 첫아이가 생긴 것을 기뻐하며 엄마 아빠가 서점에 가서 뱃속의 아이에게 읽어줄 책으로 고른 것입니다. 색연필로 그린 부드러운 파스텔톤의 그림, 책 한 면을 작은 칸 그림으로 나누어 구성하는 만화형식의 기법(전 만화 무지하게 좋아합니다), 보고 있으면 뿌듯해지는 커다란 판형, 아이의 상상의 세계를 유쾌하게 다룬 내용... 등등이 참 마음에 들어 첫 그림책으로 고른 것이지요. 뱃속의 아이에겐 부모가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책을 읽어주는 것이 좋을 것 같았거든요. 물론 곰이 절 닮았기 때문에 호감이 갔던 것도 선택의 이유입니다. 저 사실 마늘과 쑥을 먹고 사람된 곰탱이랍니다... 그럼 책 이야기로 들어가 볼까요. <곰>도 <눈사람 아저씨>처럼 분할된 작은 칸 그림으로 시작합니다. 창 너머로 서서히 곰이 다가오죠. 보시는 분에 따라 답답하게 느낄 수도 있지만, 저는 만화광이라 그런지 이런게 재미있더라구요. 박진감도 느껴지고 마치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 하기도 하고... 참 레이먼드 브릭스는 애니메이션을 병행하는 작가로도 유명하죠. 처음 몇 페이지에는 글이 거의 안나오는 것도 또다른 재미랍니다. 그림을 보면서 이야기를 만들어나갈 수 있으니까요.<곰>을 읽다보면 어릴 적 추억이 되살아나 입가에 미소가 그려집니다. 상상속의 친구와 함께 노는 것... 누구나 어릴 적 경험해본 것 아닌가요? 소꼽놀이도 그렇고... TV에 빠져살던 가영아빠는 그 상상속의 친구가 마징가나 태권브이, 손오공 등등의 만화주인공이었지만요. 곰에게 먹을 것도 챙겨주고 똥오줌도 치우고 목욕도 시키고 하루종일 바쁜 틸리의 모습속에 어릴 적 제 모습이 투영되기도 합니다(사실 전 틸리처럼 상상력이 풍부하진 않았지만요). <곰>은 요즘 가영이가 가장 즐겨있는 책입니다. 잠들기 전이면 꼭 읽어달라고 하지요. 한동안 곰 나오는 책은 안 읽어! 하던 가영이도 이 책의 곰은 무섭지 않은 모양입니다. 한 두번 정도 읽어주면 꿈나라로 떠나는 가영이... 꿈 속에서 하얀 곰을 만나는 것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