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가 있어요
고미 타로 글 그림, 방연실 옮김 / 청년사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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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고미 타로의 새 책을 한권 선물받았습니다. 바로 청년사에서 나온 <코끼리가 있어요>입니다.
재욱이가 재미있게 읽은 책이라 소개 한번 해볼까 합니다.

저희 집에 고미 타로 책은 별로 없지만, 그래도 그의 책을 읽다 보면 작가가 참 장난꾸러기일 것 같다는 느낌을 많이 받습니다.

단순하게 그리는 그림체도 그렇고, 색깔을 쓰는 것도 그렇고, 간결하고 반복되는 문장도 그렇고, 꼭 웃게 만드는 구성도 그렇고... 그의 책은 아이들이 좋아하지 않을 수 없는 그 무언가가 있는 것 같습니다.

이 책은 아이들이 하나쯤 가지고 있는 <자기만의 친구>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바로 남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코끼리이지요. 주인공을 따라다니는 코끼리는 언제 어디에나 있습니다. 주인공을 걱정해주고 위로도 해주지요.

가영이도 <자기만의 친구>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갓난아기 시절부터 쓰던 이불입니다. 가영이는 <보들이>라고 부르지요. 지금은 너무 낡아서 손수건만한 크기로 오려서 가지고 다닙니다. 가영이는 요즘도 잠잘 때면 보들이를 찾지요.

전 감정이 매말라서 그런지 아니면 상상력이 풍부하지 못해서 그런지 <자기만의 친구>를 가졌던 기억이 없습니다만, 그림책 속의 아빠는 그렇지 않네요.

이 책은 3~5살 정도가 보기에 적당한 것 같습니다. 재욱이는 좋아하던데 가영이는 약간 별로더라구요. 가영이는 "아빠는 미아는 재미있었는데, 이 책은 계속 코끼리가 있어요만 나와. 재미없어."라고 투덜거립니다. 가영이는 이제 이야기가 긴 책을 좋아하는 시기가 된 모양입니다. 요즘 제가 읽으려고 산 <헨쇼 선생님께>를 읽어달라고 해서 하루에 편지 몇 통씩 읽어주고 있거든요. 그림책 읽어주는 것보다 더 고역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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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9-01 09: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파트 뒤편 잔디밭(? 잡초밭이 더 정확할 듯)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의 모습을 담아 보았습니다.



나뭇가지를 들고 저를 향해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는 재욱이... 결전을 앞둔 비장한 표정이네요.




표정이 꼭 강아지 같네요. 이쁘진 않지만 귀엽고 씩씩한 가영입니다. 헤어스타일이 독특하지 않나요? 가영이 고모가 번개 머리라며 잘라 준 것입니다.




코파기는 재욱의 특기이자 취미 ^_^




내용물 확인 들어가고~




나도 빠질 수 없지 ^_^ (거기다 땅거지 포즈로)




여기가 방인줄 아니? 이놈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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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2004-04-29 15: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에 글 올리시네요. 근데 저만 그런가요? 사진은 안 보이고 배꼽표시만 나와요. 잉...

가영아빠 2004-04-29 2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고쳤는데 보이시려나 모르겠네요. ^_^

조선인 2004-04-29 2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아주 잘 보입니다. 공개사진속의 가영이가 이제 '어린이'가 됐네요.
 
난 토마토 절대 안 먹어 국민서관 그림동화 13
로렌 차일드 글 그림, 조은수 옮김 / 국민서관 / 200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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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토마토 절대 안 먹어>는 흔히 편식 교정용 그림책으로 소개되고 있는 듯 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난 콩하고 당근하고 감자하고 버섯하고 스파게티하고 달걀하고 소시지는 안 먹어.' '난 꽃양배추하고 양배추하고... 오렌지도 안 먹어. ... 그리고 난 무슨 일이 있어도 토마토 절대 안 먹어.'라고 외치는 편식쟁이 동생 롤라에게 밥을 먹여야 하는 가엾은 오빠 찰리의 이야기니까요.

아~! 여동생에게 밥을 차려주는 오빠라니... 제 동생들이 이 그림책을 보면 아마 저를 다시 한번 더 원망할 겁니다. '오빠가 밥을 차려줘? 내가 차린 밥상을 빼앗아 먹으면 먹었지!' 아무튼 제 동생들이 롤라 같았다면, 전 아마 이렇게 이야기했겠죠. '도대체 니가 좋아하는 건 뭐니? 파?'

하지만 이 책의 매력은 '기발한 상상력과 독특한 기법으로 편식하는 아이의 습관을 바로잡아줄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데 있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엄마들에겐 이게 중요하려나요?) 제가 생각하는 <난 토마토 절대 안 먹어>의 진정한 매력은 바로 <별명짓기의 즐거움>을 일깨워준다는 데 있습니다.

당근을 '오렌지뽕가지뽕'이라고 부르자 롤라가 싫어하던 당근을 먹게 되었다는 것보다, 아이는 당근을 '오렌지뽕가지뽕'이라고 부를 수 있다는 것에 즐거워 하고 재미있어 합니다. 그리고 자기도 주변의 사물에 다른 이름을 붙여보지요. 가영이는 이것저것 말도 안되는 이름을 붙이며 깔깔거린답니다. 한동안은 '망'이라는 정체불명의 단어를 만들어내 상상놀이를 하고 놀았답니다.

이름을 붙인다는 것, 그것은 창조적인 행위입니다. 그리고 이름은 이름을 붙여준 사람의 생각을 드러내기도 하고요. 그래서 아이 이름 지을 때 고민하지 않습니까? 더군다나 별명은 사물이나 사람의 특징을 잘 드러내는 것이니 더 그렇겠지요.

편식을 고치는 것도 좋지만, 사물에 자기 나름의 이름을 붙이고 불러보는 놀이를 통해 아이가 상상력을 키울 수 있다면 그 또한 좋은 것 아닐까요?

참... 이 책을 보고 나서 든 생각 하나는, 이런 그림책이면 아이와 함께 만들 수 있겠다는 일종의 자신감(?!)입니다. 사진과 그림을 오려붙인 아주 단순하고 독특한 기법의 유쾌한 그림책이거든요. 가영이가 좀 더 크면 그림은 가영이에게 그리라고 해서 그림책 한번 만들어 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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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옛이야기 백가지 1
이우정 그림, 서정오 글 / 현암사 / 199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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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이 책은 사실 가영이에게 읽어주려고 산 것이 아니라 제가 보려고 샀던 책인데, 지금은 가영이의 애독서가 되고 말았습니다.

이 책은 제목 그대로 100가지 옛날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옛날 이야기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한번쯤 들어봤을 만한 이야기들도 많지만, 처음 듣는 이야기들도 제법 된답니다. 뭐, 이야기가 100가지나 되니 하루에 하나씩 읽어도 아이에게 백일은 읽어줄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요. 이 책 한권이면 옛날 이야기 하나만 해달라는 아이의 부탁을 원없이 들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는 어렸을 적에 아버지나 할머니가 해주시는 옛날 이야기를 참 좋아했습니다. 잠자리에 누워 옛날 이야기 해달라고 무척이나 졸랐댔지요. 이야기 하나를 듣고도 더 해 달라고 떼를 쓰곤 했습니다. 그러면 아버지나 할머니가 꼭 하시던 말씀이 '이야기 좋아하면 가난하게 산다. 이제 그만 자렴...'이었습니다. 그때는 괜히 겁주는 걸로만 알았는데, 지금 와서 돌이켜보니 그 말이 정말인지도 모르겠네요. 저를 보면 말입니다. ㅎㅎ

아무튼 요즘 가영이는 밤마다 옛날 이야기를 몇 개씩은 들어야 잠이 든답니다.
'아빠, 오늘은 딱 세개만 읽어줘.'(아빠를 많이 봐줬다는 듯 의기양양합니다.)
'구미호 나오는 이야기는 말고 두꺼비 나오는 거랑, 강아지 나오는 거랑, 해와 달이 된 오누이...'

이 책에 나오는 이야기는 일단 재미있습니다. 하긴 옛날 이야기 치고 재미없는 것은 없지요. 오랜 세월 많은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 내려온 생명력이 그 재미를 보증하는 것일테니까요.

옛날 이야기라는 것이 뻥이 쎄긴 하지만, 그 속엔 우리네 민초들의 지혜와 꿈, 해학과 풍자가 살아 있습니다. 책을 읽는 저는 그런 것들을 발견하는 재미에 빠지고, 아이는 즐거운 이야기에 빠져듭니다. 이 책은 어릴 적 저처럼 옛날 이야기 해달라고 떼쓰는 아이들을 위해서뿐 아니라 어른들을 위해서도 즐거운 책입니다. 부모님이 먼저 읽어보고 아이들에게 읽어주면 더욱 좋겠습니다. 참... 구수한 입말체로 이야기를 풀어놓아 책을 보면 소리내어 읽고 싶은 충동에 빠진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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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개의 풍선 - 유태 동화 베스트 시리즈 3
오라 아얄 그림, 미리암 로트 글, 박미영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199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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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나 지금이나 어린 아이들은 풍선을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저도 어렸을 적 풍선을 참 좋아했는데, 저희 아이들도 좋아하는 걸 보면 그렇습니다. <다섯 개의 풍선>은 말 그대로 풍선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친구의 엄마가 선물해준 다섯 개의 풍선, 빨강 노랑 파랑 초록 보라, 색깔도 가지각색입니다. 아이들은 풍선을 가지고 놀다가 각자 다른 이유로 풍선을 터뜨리고 맙니다. 그 때마다 똑같은 말이 반복되지요. ‘펑’/ “풍선이 터졌어요. 풍선이 찢어졌어요.”

아이를 키우는 분들이라면 한번쯤 경험했을 법한 상황입니다. 저희도 그랬답니다. 잘 가지고 놀던 풍선이 터지면 아이는 울기 마련이지요. 우선 ‘펑’ 하고 터지는 소리에 놀라서이고, 그 다음으로는 풍선이 사라졌다는 상실감 때문일 것입니다. 방금 전까지 눈 앞에 있던 풍선이 ‘펑’ 소리와 함께 사라지는 것이니, 어찌보면 풍선은 유년기의 상실감을 대표하는 놀이감인 줄도 모르겠습니다. 제 기억에도 풍선의 최후는 언제나 터지거나 바람이 빠져 쭈글쭈글해진 모습이니까요.

이 책은 풍선이 터져 실망하고 있는 아이들에게 괜찮다고, 너무 속상해 하지 말라고, 풍선은 모두 그렇게 터지고 마는 거라고 부드럽게 위로합니다. 아이와 함께 책을 읽다보면, 풍선이 터져 함께 슬퍼하던 제 아이도 이 말을 들으며 마음을 추스립니다. 풍선은 모두 그렇게 터지고 만다는 그 말, 지극히 당연하지만 아이에게는 큰 위로가 되는 모양입니다. 슬픔이나 상실감의 극복은 어쩌면 상황을 자기 것으로 받아들이는 데에서 시작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그리고 이 책은 아이들의 상실감을 승화시켜 주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건 바로 끝까지 터지지 않은 빨강 풍선을 통해서입니다. 알론의 빨간색 풍선은 바람이 세게 불자, 바람을 타고 하늘 높이 떠오릅니다. 아이들은 기꺼이 풍선을 떠나보냅니다. 모두 손을 흔들며 풍선에게 인사하죠. “높이높이 날아가거라.” 하고요. 빨강 풍선은 아이들 가슴 속에서는 영원히 터지지 않고 살아있을 겁니다.

이 책은 이야기는 짧고 단순하지만 긴 울림을 줍니다. 전체를 검정 펜으로 그리고 풍선만 원색으로 표현한 그림도 단순하지만 강렬합니다. 이 책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인생은 그런 것’이라고 알려주는 듯 합니다. 아이가 실수를 했을 때 “괜찮아. 다시 하면 된단다. 실수는 누구나 하는 거야.”라고 말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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