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개의 풍선 - 유태 동화 베스트 시리즈 3
오라 아얄 그림, 미리암 로트 글, 박미영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1999년 1월
평점 :
절판


예나 지금이나 어린 아이들은 풍선을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저도 어렸을 적 풍선을 참 좋아했는데, 저희 아이들도 좋아하는 걸 보면 그렇습니다. <다섯 개의 풍선>은 말 그대로 풍선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친구의 엄마가 선물해준 다섯 개의 풍선, 빨강 노랑 파랑 초록 보라, 색깔도 가지각색입니다. 아이들은 풍선을 가지고 놀다가 각자 다른 이유로 풍선을 터뜨리고 맙니다. 그 때마다 똑같은 말이 반복되지요. ‘펑’/ “풍선이 터졌어요. 풍선이 찢어졌어요.”

아이를 키우는 분들이라면 한번쯤 경험했을 법한 상황입니다. 저희도 그랬답니다. 잘 가지고 놀던 풍선이 터지면 아이는 울기 마련이지요. 우선 ‘펑’ 하고 터지는 소리에 놀라서이고, 그 다음으로는 풍선이 사라졌다는 상실감 때문일 것입니다. 방금 전까지 눈 앞에 있던 풍선이 ‘펑’ 소리와 함께 사라지는 것이니, 어찌보면 풍선은 유년기의 상실감을 대표하는 놀이감인 줄도 모르겠습니다. 제 기억에도 풍선의 최후는 언제나 터지거나 바람이 빠져 쭈글쭈글해진 모습이니까요.

이 책은 풍선이 터져 실망하고 있는 아이들에게 괜찮다고, 너무 속상해 하지 말라고, 풍선은 모두 그렇게 터지고 마는 거라고 부드럽게 위로합니다. 아이와 함께 책을 읽다보면, 풍선이 터져 함께 슬퍼하던 제 아이도 이 말을 들으며 마음을 추스립니다. 풍선은 모두 그렇게 터지고 만다는 그 말, 지극히 당연하지만 아이에게는 큰 위로가 되는 모양입니다. 슬픔이나 상실감의 극복은 어쩌면 상황을 자기 것으로 받아들이는 데에서 시작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그리고 이 책은 아이들의 상실감을 승화시켜 주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건 바로 끝까지 터지지 않은 빨강 풍선을 통해서입니다. 알론의 빨간색 풍선은 바람이 세게 불자, 바람을 타고 하늘 높이 떠오릅니다. 아이들은 기꺼이 풍선을 떠나보냅니다. 모두 손을 흔들며 풍선에게 인사하죠. “높이높이 날아가거라.” 하고요. 빨강 풍선은 아이들 가슴 속에서는 영원히 터지지 않고 살아있을 겁니다.

이 책은 이야기는 짧고 단순하지만 긴 울림을 줍니다. 전체를 검정 펜으로 그리고 풍선만 원색으로 표현한 그림도 단순하지만 강렬합니다. 이 책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인생은 그런 것’이라고 알려주는 듯 합니다. 아이가 실수를 했을 때 “괜찮아. 다시 하면 된단다. 실수는 누구나 하는 거야.”라고 말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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