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토마토 절대 안 먹어 국민서관 그림동화 13
로렌 차일드 글 그림, 조은수 옮김 / 국민서관 / 200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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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토마토 절대 안 먹어>는 흔히 편식 교정용 그림책으로 소개되고 있는 듯 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난 콩하고 당근하고 감자하고 버섯하고 스파게티하고 달걀하고 소시지는 안 먹어.' '난 꽃양배추하고 양배추하고... 오렌지도 안 먹어. ... 그리고 난 무슨 일이 있어도 토마토 절대 안 먹어.'라고 외치는 편식쟁이 동생 롤라에게 밥을 먹여야 하는 가엾은 오빠 찰리의 이야기니까요.

아~! 여동생에게 밥을 차려주는 오빠라니... 제 동생들이 이 그림책을 보면 아마 저를 다시 한번 더 원망할 겁니다. '오빠가 밥을 차려줘? 내가 차린 밥상을 빼앗아 먹으면 먹었지!' 아무튼 제 동생들이 롤라 같았다면, 전 아마 이렇게 이야기했겠죠. '도대체 니가 좋아하는 건 뭐니? 파?'

하지만 이 책의 매력은 '기발한 상상력과 독특한 기법으로 편식하는 아이의 습관을 바로잡아줄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데 있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엄마들에겐 이게 중요하려나요?) 제가 생각하는 <난 토마토 절대 안 먹어>의 진정한 매력은 바로 <별명짓기의 즐거움>을 일깨워준다는 데 있습니다.

당근을 '오렌지뽕가지뽕'이라고 부르자 롤라가 싫어하던 당근을 먹게 되었다는 것보다, 아이는 당근을 '오렌지뽕가지뽕'이라고 부를 수 있다는 것에 즐거워 하고 재미있어 합니다. 그리고 자기도 주변의 사물에 다른 이름을 붙여보지요. 가영이는 이것저것 말도 안되는 이름을 붙이며 깔깔거린답니다. 한동안은 '망'이라는 정체불명의 단어를 만들어내 상상놀이를 하고 놀았답니다.

이름을 붙인다는 것, 그것은 창조적인 행위입니다. 그리고 이름은 이름을 붙여준 사람의 생각을 드러내기도 하고요. 그래서 아이 이름 지을 때 고민하지 않습니까? 더군다나 별명은 사물이나 사람의 특징을 잘 드러내는 것이니 더 그렇겠지요.

편식을 고치는 것도 좋지만, 사물에 자기 나름의 이름을 붙이고 불러보는 놀이를 통해 아이가 상상력을 키울 수 있다면 그 또한 좋은 것 아닐까요?

참... 이 책을 보고 나서 든 생각 하나는, 이런 그림책이면 아이와 함께 만들 수 있겠다는 일종의 자신감(?!)입니다. 사진과 그림을 오려붙인 아주 단순하고 독특한 기법의 유쾌한 그림책이거든요. 가영이가 좀 더 크면 그림은 가영이에게 그리라고 해서 그림책 한번 만들어 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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