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똥 민들레 그림책 1
권정생 글, 정승각 그림 / 길벗어린이 / 1996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라는 속담이 있다. 아주 흔하던 것도 정작 필요해서 찾으려니까 구하기 어렵다는 말이다. 옛날엔 그만큼 흔히 널려 있고 귀하지 않은게 개똥이었나보다. 요즘 아파트에 사는 도시민들에겐 그렇지도 않은 일일테지만.

이 흔하디 흔한 개똥의 이야기가 이 <강아지 똥>에 나온다. '골목길 담밑 구석 쪽'에 강아지 흰둥이로 인해 세상에 나온 주인공 강아지 똥은 길가 흙덩이에게도 '넌 똥 중에서 가장 더로운 개똥'이라는 멸시를 받는다. 강아지 똥은 열심히 착하게 살 궁리를 하지만 별 뾰족한 수가 없다. 병아리들도 찌꺼기 뿐이라며 외면한다. 그렇게 혼자 쓸쓸하게 지내다가 민들레와 말을 하게 된다. 예쁜 꽃을 피운다는 민들레가 부러워 한숨을 내쉬던 강아지 똥은 민들레에게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음을 듣게 되고 기뻐한다.

흔하고 흔한 강아지 똥과 지천에 널린 민들레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우리가 쉽게 할 수 없는 '사랑'을 이들이 온몸으로 보여준다. 동화책을 보고 눈물을 찔끔거리긴 아마 이 책이 처음인 것 같다. 나도 이런 사랑을 귀하디 귀한 사람에게 할 수 있을까? 강아지 똥 같은 사랑이 아니라 '아니 이건 우리 밭 흙덩이잖아?'라며 송중이 흙덩이를 주어 실어가는 따스한 농심이 있는 아저씨같은 사랑이나마 할 수 있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e-비즈니스.com - 인터넷 비즈니스를 움직이는 7가지 사이버 트렌드를 읽는다
척 마틴 지음, PwC e-business practice 팀 옮김 / 21세기북스 / 1999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년 전이었던가... 몇몇 일간지에서 인터넷 생존게임을 벌여 화제를 모은 적이 있다. 과연 일주일동안 인터넷만을 이용하여 생존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 당시 '생존 게임'의 취지였을 것이다. 그러나 불과 일년여 만에 우리 사회는 '인터넷 생존 게임'의 차원을 넘어서 오히려 인터넷 없이 살아가는 것이 불편할 정도의 정보화 사회로 급변하였다. 척 마틴의 는 시시각각 급변하는 정보화 사회 속에서 새롭게 급부상하고 있는 인터넷 비즈니스를 일목요연하게 잘 설명해주고 있는 책이다.

e-비즈니스를 지배하는 7가지 사이버 트랜드를 책의 순서에 따라 읽어나가다 보면, 인터넷 비즈니스의 배경과 흐름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또한 e-비즈니스의 선구자격인 미국의 예를 풍부하고 일목요연하게 분류하여 경향별로 소개하고 있기 때문에, 현재 진행되고 있는 국내 인터넷 비즈니스의 흐름을 이해할 수 있으며 향후 어떤 방향으로 e-비즈니스가 진행될 것인지도 점쳐 볼 수 있다.

물론 인터넷 비즈니스를 관통하는 흐름을 이 책에서 주장하는 7가지 트랜드로 분류하는 것이 정답은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e-비즈니스'라는 주제를 장님 코끼리 만지듯 막연하게 이해하고 있는 독자들이라면, 이 책을 읽으면서 나름대로 개념 정리를 하고 구체적으로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인터넷 비즈니스에 관심은 있지만 막막하기만 한 직장인이나 대학생들에게 일독을 권할 만한 책이다. 끝으로 번역도 괜찮은 편.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원복 교수의 진짜 유럽 이야기
이원복 지음 / 두산동아 / 1998년 5월
평점 :
절판


<이원복 교수의 진짜 유럽이야기>는 재미있는 책이다. 외국인 하면 흔히 미국 사람을 떠올리고 금발의 백인을 보면 '영어나 한마디 해볼까'하는 생각이 대부분인 우리에게(나만 그런가?) 서유럽 국가와 그 국민들이 지닌 몇가지 특성을 꼭 집어 설명하는 점이 흥미롭다.

이 책은 경제적이기도 하다. 'IMF때문에 유럽 배낭여행을 못 떠나신다구요! 여기 8,000원짜리 유럽행 왕복티켓이 있습니다'라는 광고문구처럼 이 책은 4백여 페이지가 채 안되는 분량으로 유럽 11개국의 문화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경제적'이라 할 수 있다. 이 책 한 권을 읽으면 영국, 프랑스, 독일 등등 서유럽 국가들의 '속모습'을 들여다 본 것 같은 느낌에 본전 생각이 덜 날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서유럽 각국에 대해 학창시절 역사시간에 배웠던 피상적인 기억을 넘어, 네덜란드는 마약 값이 터무니 없이 싼 '바람직한 마약천국'이라든지 이탈리아는 유별나게 까다로운 패션감각을 지녔다든지 등의, 그들의 문화가 지닌 흥미로운 특징을 하나의 '상식'으로 습득한다는 것은 분명 재미있는 일일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프랑스=변덕스러운 삶의 예술가들', '독일=절대 안 통하는 적당주의', '스위스=스크루지 영감 뺨치는 구두쇠들의 집합'이라는 단정 속에 뭔가 빠뜨린 건 없을까라는 의구심이 든다. 마치 '한국=은근과 끈기의 나라'나 '한국=빨리 빨리, 대충 대충이 만연한 나라'라는 정의가 일견 타당하면서도 위험한 것처럼 말이다.

필자도 이러한 구분짓기와 고정관념 만들기가 위험하다는 것은 인식하고 있는 듯 하다. '유럽 여러 나라에 존재하는 고착된 이미지가 그렇다고 언제나 사실과 부합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서두에서 밝히고 있는 걸 보면 말이다. 그러면서도 필자는 '고정관념은 어느 정도 진실을 내포하고 있다'며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다. 현명한 독자라면 이 책의 내용이 상당부분 '고정관념'에 기반하고 있음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다른 사람의 눈에 비친 문화를 마치 자기가 본 것처럼 착각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끝으로 사족을 달자면, 이 책에 실린 만화는 <먼나라 이웃나라>에서 보았던 것을 그대로 압축한 듯한 느낌이 들어 IMF를 맞아 책 제작에도 '경제성'을 기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
존 그레이 지음, 김경숙 옮김 / 동녘라이프(친구미디어) / 2002년 12월
평점 :
절판


내가 이 책을 처음 읽은 것은 아주 무덥던 97년 여름... 무뚝뚝하고 멋대가리 없는 나에게 그녀는 <화성남 금성녀>를 건네주었다. 무늬만 '애인'인 나 때문에 마음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던 그녀는(사실 나도 나름대로 노력하는 터였지만...) 이런 책이라도 보면 남자, 특히 나라는 '외계인'을 이해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제목도 특이한 이 책을 읽고 있었던 터였다. 이 책을 읽다가 나의 그녀가 내린 결론은.... 이 책은 내가 읽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난 원래 베스트셀러를 싫어했고(남들이 다 읽는 건 싫어!!)... 따라서 책 뒷 표지에서 '<뉴욕 타임즈> 비소설부문 슈퍼 베스트셀러!'니 '<퍼블리셔스 위클리> 200주 연속 베스트셀러!'니 하는 문구를 봤을 때 책맛이 뚝 떨어지는 걸 느꼈다. '나원참... 뭐하러 내가 이런 책을 봐야하나... 사랑이 뭐길래... 꼭 이런 걸 읽어야 이성을 이해하나??' 등등의 말을 궁시렁거리며... 마지 못해 몇 줄 읽기 시작했다.

여자친구의 성화와 강요(?)에 못이겨 읽기 시작한 책이었지만... 조금씩 읽어가다 보니 흥미를 느낄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나와 내 여자친구가 부딪친 부분은 '대화'였었기 때문이다. 난 굉장히 직설적이고 시니컬한 면이 강했는데(솔직히 남 갈구는 걸 좋아함)... 이건 내 여자친구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나의 이런 면에 그녀는 상처받곤 했던 것이다(무심코 던진 돌맹이에 개구리는 죽는다!?!). 또 난 나대로 속마음을 확실하게 표현하지 않는 그녀를 그저 바라만 보며... '왜 그걸 말하지 않았니?'라고 답답해하고 있었다.

책을 읽으면서... 화성남의 금성녀의 사고방식과 표현방식의 차이를 점차 이해할 수 있었고, 그동안 내가 뭘 잘못했는지 알 수 있었다(난 나쁜 놈이었다!)... 그녀에게 답답함을 느낄 때는 어떻게 하면 될지 나름대로 궁리하게 되었다. 물론 이런 부류의 책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나였기에 책을 건너뛰며 읽긴 했지만... 이 책은 나에게 금성녀를 이해하는 법을, 또는 그녀에게 화성남을 이해시키는 법을 고민하게 해주었다. 심지어는 책에서 해보라는 대로 편지도 쓰게 되었다... (읔... 사랑에 눈이 멀어서...)

나의 이러한 경험을 미루어 볼 때... 사랑 때문에 고민하는 사람들이라면 이 책을 한 번 읽어보는 것도 괜찮을 듯 싶다. 물론 읽고나면 후회할 수도 있다. 결국 남성과 여성은 다른 면이 있기 때문에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뻔한 이야기'를 돈내고 사서 봐야하나...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성을 접한 경험이 별로 없거나... 어떻게 대해야 할지 잘 모르는 사람들... 또는 나처럼 남녀를 가리지 않고 말을 막하는 사람들이라면 한 번 읽어보는 것도 괜찮을 듯 하다...

참... 그 이후로 난 그녀와 더 친해지게 되었고...(물론 책 때문만은 아니지만...) 나의 그녀는 이제 반려자가 되었다. 우린 이제 가끔 싸우긴 하지만 예전처럼 서로 상처를 주거나 답답해하는 일은 드물어졌다. 문득문득 나의 못되먹은 성깔이 삐죽삐죽 튀어나와 내 아내를 괴롭히려 할 때도 있지만, 우리는 고슴도치처럼 서로를 아프게 하지 않는 비결을 익혀가고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뉴스를 보기가 두려웠던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아이를 키우는 부모 입장에서는 요즘 더욱 가슴 떨리고 살 떨리는 뉴스가 많은 세상입니다.

지난 주 가영이가 감기에 걸려 지난 주 말부터 며칠동안 어린이집에 가지 못했습니다. 몸이 안좋았던지 가영이도 스스로 안가겠다고 하더군요. 감기도 걸렸겠다, 덕분에 오랜만에 네 식구가 집 안에서 지지고 볶았습니다.

매일 같이 어린이집 인근 야산을 '무장공비' 수준으로 헤집고 다니는 녀석인지라, 그렇게 며칠을 보내고 나니 너무 심심했던 모양입니다.

녀석이 갑자기 이러는 거 아니겠습니까. "아빠, 나 슈퍼까지 심부름 다녀올께! 뭐 사올까?"

저는 이렇게 답했지요. "뭐? 아빠랑 슈퍼 가자고?"

"아니, 나 혼자 두리마트 다녀온다고!!" 가영이는 이슬이도 다섯살때 혼자서 심부름을 다녀왔다며, 자기도 이제 다섯살이니 심부름을 할 수 있다고 부득부득 우기는 것이었습니다.

한편으로는 '이 녀석 많이 컸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아이를 선뜻 혼자 밖으로 내보낼 수는 없었습니다.

저희 부부가 너무 소심한 걸까요? 하긴 저 어렸을 때는 동네 길에 나와 아이들이랑 흙 파먹고 놀았었는데... 물론 혼자 나와서 말입니다. 지나고 나서 생각해보니 이제 다섯살짜리를 혼자 심부름 보낸다는 건 동화책에나 나올 법한 이야기가 된 것 같아 씁쓸한 기분을 지울 수가 없네요.


댓글(3)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책읽는나무 2004-02-12 16: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며칠사이 저도 돈 뜯어내는 아이들을 몇번 보았던터라....아직은 울아이가 세살이라 어려 조금은 품에 자식이라 생각하고 안심이지만....가영이처럼 이삼년뒤에 혼자서 어디 갔다오겠다고 하면........선뜻 독립심키워주는것에 상당히 불안할듯해요.....사내아이든 딸아이든 옛날과 많이 달라진 세태에 어찌 안심하고 밖에 내놓고 키울수있을지 걱정입니다...."맘껏 뛰어놀아라!!"....."이젠 엄마없이도 혼자서 밖에 나가서 놀다가 오렴!!"....이런말 과연 할수 있을까요??

진/우맘 2004-02-19 14: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디어 페이퍼를 개시하셨군요! 사실은...고백하건데, 서재에 거의 들리지 않으시는 것 같기에 눈물을 머금고 즐겨찾는 서재에서 삭제했더랬습니다. 그런데, 역시 가영아빠님의 열정은 페이퍼보다는 리뷰 쪽에 가 있었군요. 책 제목에 '가영아빠'라는 이름을 발견하고는 반가워서 뛰어왔습니다. 좋은 글, 자주 남겨주세요!

아영엄마 2004-02-20 09: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영아빠님..
사실은 저도 아이를 혼자 심부름 못 보냈어요.
큰 아이가 일곱살이나 되었을 때도 말이죠...
두녀석이 같이 근처 슈퍼에 가는 것은 두어번 있긴 해도...(이것도 굉장히 걱정하면서 기다렸죠)
그것도 실은 시부모님이 아이들을 너무 감싸안고 키워서
가게에서 물건 사는 방법도 모른다고 나무라셔서 시도해 본거예요.

요즘 세상이 하도 무섭고, 차도 많이 다니고-골목에서 언제 튀어나올지 모르니-
그리고 큰 아이가 워낙 소심해서 혼자 가려고 하지도 않았어요.
(동생이 따라간다고 하니 그제서야 간다고 한다니 말이 됩니까!! ㅠㅠ;;)
요즘은 좀 컸다고 태권도장 다녀오는 길에 공책 한 권 사오라면 잘 사오네요. ^^
우리가 자라던 예전의 방식대로-집 앞에 나가 노는 것 조차도...- 키우긴 힘든 세상이잖아요.
저도 어릴 때는 동네 아이들이랑 제방있는 곳(제법 먼 곳이었는데)까지 놀러가서
메뚜기도 잡고, 풀도 뜯고 그랬는데 말이죠.. 그 때가 그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