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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복 교수의 진짜 유럽 이야기
이원복 지음 / 두산동아 / 1998년 5월
평점 :
절판
<이원복 교수의 진짜 유럽이야기>는 재미있는 책이다. 외국인 하면 흔히 미국 사람을 떠올리고 금발의 백인을 보면 '영어나 한마디 해볼까'하는 생각이 대부분인 우리에게(나만 그런가?) 서유럽 국가와 그 국민들이 지닌 몇가지 특성을 꼭 집어 설명하는 점이 흥미롭다.
이 책은 경제적이기도 하다. 'IMF때문에 유럽 배낭여행을 못 떠나신다구요! 여기 8,000원짜리 유럽행 왕복티켓이 있습니다'라는 광고문구처럼 이 책은 4백여 페이지가 채 안되는 분량으로 유럽 11개국의 문화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경제적'이라 할 수 있다. 이 책 한 권을 읽으면 영국, 프랑스, 독일 등등 서유럽 국가들의 '속모습'을 들여다 본 것 같은 느낌에 본전 생각이 덜 날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서유럽 각국에 대해 학창시절 역사시간에 배웠던 피상적인 기억을 넘어, 네덜란드는 마약 값이 터무니 없이 싼 '바람직한 마약천국'이라든지 이탈리아는 유별나게 까다로운 패션감각을 지녔다든지 등의, 그들의 문화가 지닌 흥미로운 특징을 하나의 '상식'으로 습득한다는 것은 분명 재미있는 일일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프랑스=변덕스러운 삶의 예술가들', '독일=절대 안 통하는 적당주의', '스위스=스크루지 영감 뺨치는 구두쇠들의 집합'이라는 단정 속에 뭔가 빠뜨린 건 없을까라는 의구심이 든다. 마치 '한국=은근과 끈기의 나라'나 '한국=빨리 빨리, 대충 대충이 만연한 나라'라는 정의가 일견 타당하면서도 위험한 것처럼 말이다.
필자도 이러한 구분짓기와 고정관념 만들기가 위험하다는 것은 인식하고 있는 듯 하다. '유럽 여러 나라에 존재하는 고착된 이미지가 그렇다고 언제나 사실과 부합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서두에서 밝히고 있는 걸 보면 말이다. 그러면서도 필자는 '고정관념은 어느 정도 진실을 내포하고 있다'며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다. 현명한 독자라면 이 책의 내용이 상당부분 '고정관념'에 기반하고 있음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다른 사람의 눈에 비친 문화를 마치 자기가 본 것처럼 착각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끝으로 사족을 달자면, 이 책에 실린 만화는 <먼나라 이웃나라>에서 보았던 것을 그대로 압축한 듯한 느낌이 들어 IMF를 맞아 책 제작에도 '경제성'을 기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