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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
존 그레이 지음, 김경숙 옮김 / 동녘라이프(친구미디어) / 2002년 12월
평점 :
절판
내가 이 책을 처음 읽은 것은 아주 무덥던 97년 여름... 무뚝뚝하고 멋대가리 없는 나에게 그녀는 <화성남 금성녀>를 건네주었다. 무늬만 '애인'인 나 때문에 마음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던 그녀는(사실 나도 나름대로 노력하는 터였지만...) 이런 책이라도 보면 남자, 특히 나라는 '외계인'을 이해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제목도 특이한 이 책을 읽고 있었던 터였다. 이 책을 읽다가 나의 그녀가 내린 결론은.... 이 책은 내가 읽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난 원래 베스트셀러를 싫어했고(남들이 다 읽는 건 싫어!!)... 따라서 책 뒷 표지에서 '<뉴욕 타임즈> 비소설부문 슈퍼 베스트셀러!'니 '<퍼블리셔스 위클리> 200주 연속 베스트셀러!'니 하는 문구를 봤을 때 책맛이 뚝 떨어지는 걸 느꼈다. '나원참... 뭐하러 내가 이런 책을 봐야하나... 사랑이 뭐길래... 꼭 이런 걸 읽어야 이성을 이해하나??' 등등의 말을 궁시렁거리며... 마지 못해 몇 줄 읽기 시작했다.
여자친구의 성화와 강요(?)에 못이겨 읽기 시작한 책이었지만... 조금씩 읽어가다 보니 흥미를 느낄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나와 내 여자친구가 부딪친 부분은 '대화'였었기 때문이다. 난 굉장히 직설적이고 시니컬한 면이 강했는데(솔직히 남 갈구는 걸 좋아함)... 이건 내 여자친구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나의 이런 면에 그녀는 상처받곤 했던 것이다(무심코 던진 돌맹이에 개구리는 죽는다!?!). 또 난 나대로 속마음을 확실하게 표현하지 않는 그녀를 그저 바라만 보며... '왜 그걸 말하지 않았니?'라고 답답해하고 있었다.
책을 읽으면서... 화성남의 금성녀의 사고방식과 표현방식의 차이를 점차 이해할 수 있었고, 그동안 내가 뭘 잘못했는지 알 수 있었다(난 나쁜 놈이었다!)... 그녀에게 답답함을 느낄 때는 어떻게 하면 될지 나름대로 궁리하게 되었다. 물론 이런 부류의 책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나였기에 책을 건너뛰며 읽긴 했지만... 이 책은 나에게 금성녀를 이해하는 법을, 또는 그녀에게 화성남을 이해시키는 법을 고민하게 해주었다. 심지어는 책에서 해보라는 대로 편지도 쓰게 되었다... (읔... 사랑에 눈이 멀어서...)
나의 이러한 경험을 미루어 볼 때... 사랑 때문에 고민하는 사람들이라면 이 책을 한 번 읽어보는 것도 괜찮을 듯 싶다. 물론 읽고나면 후회할 수도 있다. 결국 남성과 여성은 다른 면이 있기 때문에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뻔한 이야기'를 돈내고 사서 봐야하나...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성을 접한 경험이 별로 없거나... 어떻게 대해야 할지 잘 모르는 사람들... 또는 나처럼 남녀를 가리지 않고 말을 막하는 사람들이라면 한 번 읽어보는 것도 괜찮을 듯 하다...
참... 그 이후로 난 그녀와 더 친해지게 되었고...(물론 책 때문만은 아니지만...) 나의 그녀는 이제 반려자가 되었다. 우린 이제 가끔 싸우긴 하지만 예전처럼 서로 상처를 주거나 답답해하는 일은 드물어졌다. 문득문득 나의 못되먹은 성깔이 삐죽삐죽 튀어나와 내 아내를 괴롭히려 할 때도 있지만, 우리는 고슴도치처럼 서로를 아프게 하지 않는 비결을 익혀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