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를 보기가 두려웠던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아이를 키우는 부모 입장에서는 요즘 더욱 가슴 떨리고 살 떨리는 뉴스가 많은 세상입니다.

지난 주 가영이가 감기에 걸려 지난 주 말부터 며칠동안 어린이집에 가지 못했습니다. 몸이 안좋았던지 가영이도 스스로 안가겠다고 하더군요. 감기도 걸렸겠다, 덕분에 오랜만에 네 식구가 집 안에서 지지고 볶았습니다.

매일 같이 어린이집 인근 야산을 '무장공비' 수준으로 헤집고 다니는 녀석인지라, 그렇게 며칠을 보내고 나니 너무 심심했던 모양입니다.

녀석이 갑자기 이러는 거 아니겠습니까. "아빠, 나 슈퍼까지 심부름 다녀올께! 뭐 사올까?"

저는 이렇게 답했지요. "뭐? 아빠랑 슈퍼 가자고?"

"아니, 나 혼자 두리마트 다녀온다고!!" 가영이는 이슬이도 다섯살때 혼자서 심부름을 다녀왔다며, 자기도 이제 다섯살이니 심부름을 할 수 있다고 부득부득 우기는 것이었습니다.

한편으로는 '이 녀석 많이 컸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아이를 선뜻 혼자 밖으로 내보낼 수는 없었습니다.

저희 부부가 너무 소심한 걸까요? 하긴 저 어렸을 때는 동네 길에 나와 아이들이랑 흙 파먹고 놀았었는데... 물론 혼자 나와서 말입니다. 지나고 나서 생각해보니 이제 다섯살짜리를 혼자 심부름 보낸다는 건 동화책에나 나올 법한 이야기가 된 것 같아 씁쓸한 기분을 지울 수가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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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04-02-12 16: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며칠사이 저도 돈 뜯어내는 아이들을 몇번 보았던터라....아직은 울아이가 세살이라 어려 조금은 품에 자식이라 생각하고 안심이지만....가영이처럼 이삼년뒤에 혼자서 어디 갔다오겠다고 하면........선뜻 독립심키워주는것에 상당히 불안할듯해요.....사내아이든 딸아이든 옛날과 많이 달라진 세태에 어찌 안심하고 밖에 내놓고 키울수있을지 걱정입니다...."맘껏 뛰어놀아라!!"....."이젠 엄마없이도 혼자서 밖에 나가서 놀다가 오렴!!"....이런말 과연 할수 있을까요??

진/우맘 2004-02-19 14: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디어 페이퍼를 개시하셨군요! 사실은...고백하건데, 서재에 거의 들리지 않으시는 것 같기에 눈물을 머금고 즐겨찾는 서재에서 삭제했더랬습니다. 그런데, 역시 가영아빠님의 열정은 페이퍼보다는 리뷰 쪽에 가 있었군요. 책 제목에 '가영아빠'라는 이름을 발견하고는 반가워서 뛰어왔습니다. 좋은 글, 자주 남겨주세요!

아영엄마 2004-02-20 09: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영아빠님..
사실은 저도 아이를 혼자 심부름 못 보냈어요.
큰 아이가 일곱살이나 되었을 때도 말이죠...
두녀석이 같이 근처 슈퍼에 가는 것은 두어번 있긴 해도...(이것도 굉장히 걱정하면서 기다렸죠)
그것도 실은 시부모님이 아이들을 너무 감싸안고 키워서
가게에서 물건 사는 방법도 모른다고 나무라셔서 시도해 본거예요.

요즘 세상이 하도 무섭고, 차도 많이 다니고-골목에서 언제 튀어나올지 모르니-
그리고 큰 아이가 워낙 소심해서 혼자 가려고 하지도 않았어요.
(동생이 따라간다고 하니 그제서야 간다고 한다니 말이 됩니까!! ㅠㅠ;;)
요즘은 좀 컸다고 태권도장 다녀오는 길에 공책 한 권 사오라면 잘 사오네요. ^^
우리가 자라던 예전의 방식대로-집 앞에 나가 노는 것 조차도...- 키우긴 힘든 세상이잖아요.
저도 어릴 때는 동네 아이들이랑 제방있는 곳(제법 먼 곳이었는데)까지 놀러가서
메뚜기도 잡고, 풀도 뜯고 그랬는데 말이죠.. 그 때가 그립습니다.